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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꿈 이루게 도와준 그(고 김지석)에게 마음의 빚 갚았죠”

소울필름 김선영 대표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2-11-09 19:48:1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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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석 다큐 ‘지석’ 제작자 맡아
- 독립영화 3편 만들 돈 투자
- 영화인으로서 진일보한 느낌

‘그’와의 첫 만남은 부산대 동아리 ‘영화연구회’ 였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던 자신과 달리 일본 영화를 즐기던 그와는 한두 번 마주침이 전부였다. 두 번째 인연은 그가 기획한 프랑스문화원의 ‘영화학교’. 강의는 당시 경성대 교수였던 이용관 BIFF 이사장이 맡았는데, 장 뤽 고다르 감독 등 작가주의 강의는 중어중문학과 청년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결심했다. 영화 애호가에서 영화인이 되기로.

김선영 소울필름 대표가 고 김지석 전 BIFF 부집행위원장과의 인연을 얘기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지금이야 누구나 쉽게 영상을 제작한다지만, 20년 전만 해도 영화 비전공자가 영화를 만들기란 어려웠다. 대학 소유 장비는 학과 졸업생만 쓸 수 있던 시절이었다. 첫 영화 제작 땐 부산예술전문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조감독을 통해 부탁했는데, 당시 이 대학 교수였던 그는 흔쾌히 아무런 대가 없이 장비를 내어줬다. 세 번째 인연이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창립멤버인 고 김지석 전 부집행위원장이다. 김지석은 2017년 프랑스 칸영화제 출장 중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영화인이 된 청년은 김선영 소울필름 대표. 그의 도움으로 김 대표의 첫 감독 데뷔작 ‘풀빛 사탕’(1999)은 세상에 나왔다. 김 대표는 이 영화로 아시아단편영화제 전신인 부산단편영화제에서 류승완 감독의 ‘패싸움’과 함께 작품상을 받아냈다.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갚고 싶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에게 ‘빵 한 조각’ 갚지 못했다고 했다.

“BIFF가 출범하면서 영화계에 큰 거목이 되셨어요. 저는 스스로 ‘이방인’이라 생각했고, 다가갈 수 없는 분이라 여겼죠. 그게 늘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었어요. 결혼하고 아이 키우느라 영화에서 멀어질 때도 그는 제가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줬습니다. BIFF 프로그래머로서 발굴한 영화를 통해서요. 좋은 영화를 보면 ‘나도 언젠가 저런 영화를 만들 거야’ 하는 힘이 생겼어요.”

최근 김 대표는 부채감을 다소 덜어냈다. 2019년 김지석 다큐멘터리 ‘지석’에 제작자로 나서면서다. “영화계 후배들이 ‘지석’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준비하던 영화가 있었지만 모두 포기하고 제작비를 지원했습니다. 독립 영화 세 편은 만들 돈이었는데, 제 영화보다 그에 대한 영화를 완성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달 열린 ‘제27회 BIFF’에서 처음 공개됐다. 거친 도시 부산에서 어떻게 BIFF를 일궈냈는지 영화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모습을 담았다. 세계적인 영화인들은 기꺼이 김지석의 기억을 함께 나눴고, 헌정 영상을 선물하기도 했다. 올해 BIFF에선 4번 상영됐는데 모두 매진됐을 정도로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한 사람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었어요. 누구나 꿈을 꾸고 조금씩 이뤄나가면 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가 닿은 거겠죠. 다만 저 같은 관람객이나 자원봉사자도 BIFF를 함께 키워나갔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빠진 건 아쉬웠습니다.”

김 대표가 감독한 영화는 모두 3편. ‘풀빛 사탕’에 이어 ‘풀문 인 차이나’(2002) ‘아티스트’(2014)를 만들었다. 지금은 네 번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좋아해요. 관조적이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영화, 책을 한 편 본 것 같은 영화가 주는 힘이 있거든요. 진정성 있는 영화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이번에 영화 ‘지석’에 투자한 용기는 제가 영화인으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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