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사랑해서, 즐겨 산에 들고 봉우리를 오르고 골짜기 걷는 사람이 산에 관한 시를 쓰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산행 때마다 큰 만족감과 성장한 느낌과 내면의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미 충만함을 느낀 사람이 책상에 다시 앉아 정신을 온전히 집중해 시인의 경지로 들어가는 일은 어렵다. 창원대학교 총장을 지낸 이수오 시인이 시집 ‘산정무한(山情無限)’을 펴내면서 그렇듯 쉽지 않은 도전과 성취를 다시 보여준다.

시집 제목은 ‘무한한(infinite) 어떤 것’의 느낌을 준다. 산이, 산행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 가운데 최고가 바로 이 무한함의 감각이다. “산을 가까이한 지가 40여 년쯤 된다.…하늘이 내려와 산이 되었고 나는 산을 사랑하다가 그만 산이 되었다. 산의 비전, 산의 영혼, 산의 사상… 나는 그 속에서 노닌다.”(시인의 말 중) 시집에는 ‘산 · 1’부터 ‘산 · 200’까지 200편이 실렸다. ‘산 · 1’일부다. “산으로 가야지 / 경전, 청첩장, 신문, 친구, 바둑… / 모든 것 남겨두고 / 산으로 간다…신의 입김으로 / 욕된 세월 밖을 살아가는 존재들 / 얼마나 빛나고 영원한가 / 그들 앞에선 떨리는 몸이 되고….” 깊이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