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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헤어질 결심’ 감독 박찬욱

“격정 빼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어른들의 짙은 사랑 얘기 담았죠”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06-28 19:43:5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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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사 사건 사망자 아내 서래에게
- 의심·관심 동시에 느낀 형사 해준
- 수사극·로맨스 공존 색다른 재미

- “스웨덴 소설·노래 ‘안개’서 영감
- 탕웨이·박해일 맞춰 캐릭터 창조
- 출연 거절했다면 완전 망한 기획
- 개그맨 김신영 활약도 기대 이상
- 매운맛 영화도 많이 준비해뒀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새 영화 ‘헤어질 결심’(개봉 29일)을 공개하며 관객과 만난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2003)로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로 제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 트로피를 안아 다시 한번 ‘칸이 사랑하는 감독’임을 증명했다.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박 감독은 “예전에는 황금종려상만 트로피를 주고 나머지는 상장만 줬었다. 이번에 트로피를 주더라. 다행이었고 보기도 좋았다”며 “저에겐 외국 영화제 수상보다도 기다려지는 게 한국 개봉이고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라며 개봉을 기다리는 심정을 전했다.

박 감독은 그간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를 함께 한 송강호 배우가 칸 영화제에서 ‘브로커’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강호 씨 이름이 불릴 때 정말 나도 모르게 그냥 벌떡 일어나게 되더라. 그동안 함께했던 오랜 시간과 우정, 많은 추억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얼싸안고 좀 쑥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헤어질 결심’은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는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이자 용의자인 서래를 만나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서로에게 호기심과 동질감을 느끼는 두 사람을 보면 연애의 과정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그래서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신선한 영화적 재미가 ‘헤어질 결심’의 매력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이야기와 인물 속으로 시나브로 빠져들게 만드는 ‘헤어질 결심’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박 감독에게서 들었다.

■추리소설 속 마르틴 베크와 정훈희의 ‘안개’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출해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CJ ENM 제공
‘헤어질 결심’의 단초가 된 것은 3, 4년 전 고교생 시절 이후 다시 읽은 스웨덴의 추리소설 시리즈였다.

박 감독은 “소설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사인 마르틴 베크는 천재적인 영감이나 폭력 같은 쉬운 해결책 없이 좀 더디지만 법과 절차를 중시하면서 결국 ‘이것이 제일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직업인으로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그런 형사의 모습이 참 좋았다”며 마르틴 베크의 캐릭터에게서 느낀 매력을 설명했다. 이어 “특히 마르틴 베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에는 자살하려는 용의자를 마르틴 베크가 어떻게 다뤘는지 묘사한 챕터가 있는데, 그 용의자를 마르틴 베크가 사랑하는 여자로 바꿔서 설정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고 정서경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훈희의 ‘안개’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사랑 이야기가 결합했다. “정훈희 씨의 ‘안개’와 더불어 트윈폴리오가 리메이크한 ‘안개’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들었을 때의 감동을 영화로 옮기고 싶었다”는 박 감독은 정 작가와 함께 별개의 두 가지 다른 소스가 혼합해 ‘헤어질 결심’이라는 한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정훈희의 ‘안개’는 영화 중간중간 테마곡처럼 사용되며, 영화 엔드크레디트에는 송창식과 정훈희가 이 영화를 위해 함께 부른 ‘안개’가 흐른다. 박 감독은 “두 분을 직접 새로 모셔서 새로 녹음을 하는 만용을 부렸는데, 우여곡절 끝에 정말 그게 성사가 돼버려서 영화감독 된 보람을 그때 느꼈다”며 두 선배 가수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탕웨이와 박해일 캐스팅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헤어질 결심’. CJ ENM 제공
‘헤어질 결심’ 시나리오의 시작이 마르틴 베크라는 소설 속 캐릭터였다면, 영화 ‘헤어질 결심’의 시작은 탕웨이였다.

박 감독은 “정 작가와 탕웨이가 출연한 ‘색, 계’를 보고 탕웨이와 할 수 있는 영화를 기획해보자는 말을 늘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지상태에서 출발을 할 수 있으니까 탕웨이에 맞춰서 캐릭터를 창조하자고 했다. 그런 만큼 탕웨이가 출연을 거절했다면 ‘헤어질 결심’은 완전히 망하는 기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탕웨이를 애정 했던 박 감독은 그녀가 출연을 거절하면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트리트먼트 정도가 구상됐을 때 캐스팅에 들어갔다.

박 감독은 “제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탕웨이와 매니저에게 영화에 대해서 2시간 정도 혼자 떠들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생각을 하고 답을 주세요’라며 보냈는데 바로 하겠다고 답이 왔다”고 탕웨이의 섭외 과정을 떠올렸다. 이후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탕웨이와 여러 번 만나면서 가졌던 고집스럽거나 장난기가 많은 점 등을 캐릭터에 녹여 서래라는 인물을 만들었다.

박 감독과 처음 작업을 한 박해일 역시 남자 주인공 해준 역으로 정해 놓고 출발했다. “함께 일한 것은 처음이지만 이전부터 봉준호 감독, 송강호 씨와 술도 여러 번 마시면서 어울렸기 때문에 동네 이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연기도 유심히 봐왔다. 눈을 보고 있으면 실제로도 굉장히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게 금방 드러나고, 그가 가진 고뇌랄까 딜레마랄까 이런 것이 다 보인다. 그런 면을 이번 영화에서 좀 써먹으려고 했다”고 박해일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헤어질 결심’에서 가장 특별한 캐스팅이라면 바로 해준의 새로운 후배 형사 연수 역으로 코미디언 김신영을 캐스팅한 것이다. 코미디 영화가 아닌 정극에서 드라마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코미디언을 캐스팅하는 것은 모험일 수밖에 없었다.

박 감독은 “‘행님아’ 때부터 팬이었다.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은 다른 연기도 잘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염려를 한 적이 없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고 보배라고 생각한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히며 “김신영이 바빠서 출연해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감독님들도 김신영 씨에게 기회를 많이 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 하고 싶었다

박 감독의 이전 영화들을 본 관객들이라면 잔인한 장면이나 노골적인 섹스 장면이 없는 ‘헤어질 결심’이 ‘박찬욱 표’ 영화치고는 순한 맛 영화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의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은 치명적이고 극한의 상황에 빠진 인물이 나오거나 예상을 빗나가는 충격적인 장면 등이 등장하는 매운맛 영화였기 때문이다.

박 감동은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마음먹었다. (박찬욱이 연출한)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니까 노출도 굉장하고 강한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격정적이고 휘몰아치는 감정보다는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자극적인 요소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젊을 때는 자기감정을 다 드러내고 표현해가면서 살지만 나이가 든다는 건, 다르게 표현하자면 그런 면에서 솔직해지기 어려워지는 거라 볼 수 있잖나. 상황이나 자기의 처지에 따라서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참아야 하는 것도 많은데 그런 형편에 놓인 두 사람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잘 감추면서 자기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이야기”라며 영화에 흐르는 정서를 전했다.

박 감독은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지만 폭력이나 섹스, 노출이 강한 작품도 여러 개 준비해놨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해 ‘박찬욱 표 매운맛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을 설레게 했다.

차기작으로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하는 HBO 7부작 드라마 ‘동조자’를 준비 중이다. ‘동조자’의 원작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티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소설로, 2016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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