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연구 노하우 모은 단행본
- “성공위해 시민참여 이끌어내야”

‘스마트시티 에볼루션’은 스마트시티 개발과 정책 수립 과정에 초창기 공공 부문에서 연구를 시작했던 이들의 경험과 정책 노하우를 담은 단행본이다. 이들의 스마트시티가 결코 인류 문명의 총합이 아니며, 시민의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협력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한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내 스마트시티 조감도. 국제신문 DB

이 책은 스마트시티는 사람의 도시이고 사람을 위한 도시이며 사람이 만드는 도시임을 강조한다. 개별 제품·기술의 성능 개발보다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 성취를 중요하게 설정한다. GPS 오차를 10ｍ에서 1ｍ로 줄이는 기술적 우수성보다 도로 정체를 10% 해소하겠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책 첫머리에서 스마트시티는 전통공간에 가상공간이 추가된 미래도시임을 설명한다. STIM(Service, Technology, Infrastructure, Management)으로 건축되고 사이버링(Cybering)으로 누구나 어디서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콘텐츠 다오·탈중앙화) 기술이 빅뱅을 일으키는 도시다.

스마트시티는 처음부터 모호한 개념이었고 지금도 명확하게 정의되지는 않는다. 책은 이런 모호한 개념의 스마트시티를 2007년부터 시작된 ‘유비쿼터스도시(유시티)’에서 출발한다고 정의하며, 정책 수립 과정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초창기 한국의 유시티(스마트시티 전신)는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참조할 정도로 앞섰지만, 잦은 정책 수립자 교체 등으로 맥이 끊겼다.

특히 스마트시티에서는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 스마트시티 거주자는 주민이 아니라 바로 시민이다. 주민은 일정한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권리나 책임이 없지만시민은 정치적 권리를 갖는 주체다. 따라서 스마트시티에는 시민이 거주해야 하고 도시 구성과 운영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저자들은 2008년 유시티 사업을 시작했는데 법과 전략 통합 플랫폼 서비스 등을 연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자성한다. 플랫폼이나 IT 기술과 같은 인프라 중심으로 연구하다 보니 시민 의견 없이 신기술 중심으로 개발돼 시민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지속 가능한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활 속 실험실을 뜻하는 리빙랩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8년 국토교통부 스마트타운 챌린지 사업 전에 경남 김해시에서 리빙랩을 도입했다. 가야 유적 관광을 위해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를 김해 전역에서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시민 요구가 많았다. 이 책에 따르면 현재 GPS 센서와 진동 센서로 사용자들의 이동 정보와 도로 이상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책은 모호해 보였던 스마트시티 개념을 손에 잡히도록 설명한 게 장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정책 수립 담당 공무원 연구자 정치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가운데 일부(세물머리·2.8㎢)가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조성됐고 첫 입주단지인 스마트빌리지에서 지난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특히 부산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