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 신석기 시대 고래 사냥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동안 일반인들은 반구대 암각화를 가까이서 볼 수 없었습니다. 물에 잠긴 시간이 많은 탓입니다. 지금도 반구대 암각화는 보존 작업 때문에 관람이 제한된 상태. 다행히 최근 반구대 암각화 침수를 막을 길이 열렸다고 하는데요. 국제신문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보존작업을 위한 구조물(비계)이 설치된 반구대 암각화. 김태훈pd

1971년 학계가 발견한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생활과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회화작품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장면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2021년 2월에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됩니다.

[김경진 울산 암각화 박물관장] “반구대 암각화는 한반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문화 발전 과정을 거쳤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굉장히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동물 20여 종의 생물학적인 특징이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고요.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고래 그림인데요. 신석기 시대 수렵과 어로 활동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고 생존을 위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경제 활동을 보여줍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김태훈pd

반구대 암각화는 오랜 세월 수난(水難)을 겪었습니다. 1960년대 울산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반구대 암각화는 연평균 한 달에서 최대 5개월까지 물에 잠깁니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만수위 60m인 사연댐 수위를 반구대 암각화 침수 수위인 53m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는데요. 반면 울산시는 수위를 낮추면 안정적인 생활용수 공급이 어려워진다며 반대해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의 반구대 암각화 복제모형. 김태훈pd

갈등의 실타래는 대구 경북이 풀었습니다. 최근 대구시와 경북 구미시는 ‘물 나눔’ 협약을 체결했는데요. 구미 해평취수장이 대구에 물을 공급하는 대신 대구 운문댐에서 울산에 식수를 공급하자는 내용이 핵심. 이렇게 되면 사연댐 수위를 낮출 수 있어 반구대 암각화의 수몰도 막을 수 있습니다.

[송철호 울산시장 브리핑] “3개의 수문을 설치할 경우 현재 60m인 사연댐 수위가 52.2m로 낮아집니다. 집중호우 등으로 물 유입량이 늘어 만수위 이상으로 높아지면 수문을 열어 암각화 침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전호태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장] “(물 나눔 협약을 통해) 낙동강 물을 울산시민도 일부 나눠서 쓸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마련 될 테니까 사연댐에 수문 설치하는 계획도 실행이 가능해졌고요. 그러면 물에 잠기지 않는 그런 안정된 상태가 가능해집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경북도와 구미의 일부 정치인들이 협약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만년 전 선사시대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반구대 암각화. 50년이 넘도록 수난을 겪던 바위 속 고래가 다시 숨 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국제신문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