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한국의 코미디는 국내에서도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 이유가 “뉴스가 코미디보다 더 웃기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너무나 정확한 지적이라 반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특히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위험한 나라의 코미디언은 어떻게 사람을 웃길까? 2019년에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위험한 세계의 위험한 코미디’는 지금의 한국이 천국처럼 느껴질 만큼 살벌한 이라크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사람들을 웃기는 이들을 소개하는 4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이라크의 어느 유명 코미디언은 코미디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다름 아닌 생존을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엄격한 무슬림으로 자란 그는 10대 시절 방에서 몰래 백스트리트 보이즈 노래를 듣다 아버지에게 들켜 집에서 쫓겨났다. 밤이었고 밖은 전쟁 중이었다. 전쟁터를 혼자 쏘다니는 청소년은 아무래도 의심스러우니 툭하면 포로수용소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인권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그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고 정신병자가 되는 가운데 이 소년은 살아남기 위해 고문 기술자들을 웃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깔깔대며 웃느라 고문을 소홀히 했고 결국 살아남은 그는 이라크의 인기 코미디언이 되었다.

위험한 세계의 코미디언들은 금기 따위 깡그리 무시한 채 목숨 걸고 웃기다 결국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려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웃기기를 멈추지 않는다. 세상의 혐오와 갈등이 심해질수록 코미디언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아무리 조심하고 살아도 예고 없이 쏟아지는 총탄에 죽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차라리 웃기다 죽는 편이 낫다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일상처럼 가족과 친구를 잃어간 사람을 웃기는 일은 결국 상처받은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 웃기는 사람들의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통해 코미디의 존재 이유를 곱씹어 보길 제안한다. 그리고 점점 열악해지는 환경에도 누군가를 웃기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우리나라의 코미디언들에게도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