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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1984 최동원’의 조은성 감독

발로 뛰어 수집한 기억의 조각으로, 무쇠팔 최동원 되살리다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1-11-09 19:11:0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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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롯데 우승하기까지 과정
- 인간 최동원과 활약상 담은 다큐

- “비화 들려줄 동료 섭외 어려웠죠
- 당시 경기 영상 구하기도 애먹어
- 임호균 선수와 모친이 큰 힘 됐죠”

- 배우 조진웅 내레이션 참여 눈길

한국 프로야구 40년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투수와 한국시리즈를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이 개봉한다. 10년 전 아쉽게도 세상을 떠난 한국 야구의 레전드 고(故) 최동원 선수와 가장 극적으로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한 1984년 한국시리즈를 다룬 ‘1984 최동원’(개봉 11일)이 그 주인공이다.

1983년 롯데에 입단한 최동원은 1984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 중에서 무려 다섯 경기에 등판해 4승 1패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올렸다. 혼자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필요한 4승을 모두 거둔 것이다. 투수진의 분업화가 체계화된 요즘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기록은 전무후무한 대기록으로 영원히 남지 않을까 싶다.

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1984년 최동원’의 조은성 감독은 “게임과 팀을 지배하는 선수가 에이스라면 최동원 선수야말로 에이스에 가장 어울리는 투수였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중학생 때까지 야구선수이기도 했던 조 감독은 마음 속의 영웅인 최동원이 가졌던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1984년 한국시리즈를 통해 보여준다.

■최동원 전성기, 1984년 한국시리즈

   
고(故) 최동원 선수의 야구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1984 최동원’의 조은성 감독. 조 감독은 인터뷰이로 당시 함께 활약했던 프로야구 선수들을 섭외하고, 한국시리즈 전 경기의 영상을 입수해 연출했다. 트리플픽쳐스·영화사 진 제공
조 감독의 최동원에 대한 기억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그는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최동원이 키가 큰 서양 타자를 상대로 빠른 직구로 삼진을 잡는 모습을 보며 야구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동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생각한 것은 1994년 ‘그라운드의 이방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 프로야구 개막 원년인 1982년 당시 봉황대기 야구선수권대회에서 결승 경기를 치른 재일동포 선수단을 찾아 한국의 그라운드에 다시 서게 하는 프로젝트를 그린 영화다. “야구에 대한 다큐를 제작하면서 어렸을 때 영웅이 최동원 선수였다는 것을 떠올리게 됐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돌아가신 후였다. 추모 방송은 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후 이 위대한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고 있더라. 그래서 내가 해보자 생각했다.”

처음에는 최동원에 대한 일대기를 담을 생각도 했지만 이미 방송에서 완성도 있게 그렸기 때문에 시각을 돌렸다. “만일 최동원 선수에게 삶에 있어서 화양연화의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고민하지 않고 1984년이라고 말할 것 같았다. 롯데 자이언츠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해 말이다. 그래서 한국시리즈 7차전의 마지막 공을 던지는 최동원 선수를 향해 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는 롯데 자이언츠가 우여곡절 끝에 후기 우승을 하며 한국시리즈에 오르게 되는 과정과 이후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7차전까지를 그린다. 그 사이사이에는 당시 그라운드를 함께 누볐던 롯데 자이언츠의 강병철 감독, 임호균, 김용철, 김용희, 한문연, 삼성 라이온즈의 김시진, 이만수, 김일융 등의 인터뷰가 삽입돼 당시 최동원의 상태와 경기 상황을 설명해준다.

■당시를 추억하는 선수와 영상 자료

   
1984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롯데의 창단 첫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마운드에 선 고 최동원 선수를 둘러싸고 환호하는 선수들. 트리플픽쳐스·영화사 진 제공
세상을 떠난 인물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영상 자료를 찾는 일이다. 전혀 친분도 없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알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연락이 된다고 해도 인터뷰에 쉽게 응해주지 않고, 꼭 필요한 영상 자료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 감독에게는 천만다행으로 ‘그라운드의 이방인’으로 알게 된 임호균 선수가 있었다. 최동원과 함께 투수로 활약하며 롯데 자이언츠의 원투 펀치를 맡았던 그에게서 선수들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었다. “임호균 선수는 ‘뭘 도와줄까’라며 적극적으로 나서 주었다. 덕분에 1984년 한국시리즈를 함께 뛴 선수분들을 한두 분씩 찾아뵐 수 있었고, 최동원 선수의 어머님을 비롯해 유족분도 뵙고 다큐멘터리 촬영에 동의를 받았다.”

1984년 한국시리즈의 영상을 찾는 것도 운이 따랐다. 당시 경기를 중계했던 KBS와 MBC를 찾아갔지만 중계 원본은 없고 하이라이트 클립만 남아있었다. KBO나 롯데 자이언츠 구단도 사진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최동원 선수는 아버지가 만들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야구와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분이었다. 그래서 혹시 아버지께서 당시 경기를 녹화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모님께 녹화한 것이 없느냐고 여쭸는데, 2주 후에 창고를 뒤져서 찾았다며 VHS 비디오테이프 17개를 보내주셨다.” 극적으로 1984년 한국시리즈 영상을 발견했지만 문제는 그것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VHS 비디오 데크를 구비하고, 이를 디지털화하는 장비까지 갖춰 복원했다. 덕분에 아날로그 테이프를 디지털로 바꾸는 기술을 확실히 배웠다. 다른 다큐 감독들이 필요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복원한 영상은 최동원의 등판 경기를 중심으로 편집을 했다. 최동원의 마지막 투구를 향해 가는 다큐멘터리여서 7차전이 가장 많이 들어갔다. “전 경기를 수백 번은 보고 자르고 했다. 그래서 처음 가편집 때는 4시간 분량이 나왔다.” 그리고 편집한 장면들에 맞게 선수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수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당시에는 말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예를 들어 1차전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였던 김시진은 경기 당일 교통사고가 일어나 정신적으로 불안했고, 6차전 선발 때는 복숭아뼈 부근이 금이 간 상태였다. 또 7차전 8회 초 롯데 자이언츠 공격 때 1루에 있던 김용희가 김용철의 단타 안타 때 3루까지 간 것을 두고, 김용철은 “용희 형이 당연히 3루까지 안 갈 것으로 알았다”, 김용희는 “치고 달리기 작전이 있었다”고 다른 기억을 했다.

이외에도 강병철 감독, 임호균 한문연 이만수 김일융 등 전설의 레전드들은 마치 어제 일인 듯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김일융 선수는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은퇴했는데, 그 구단에서 집 주소를 알려줬다. ‘그라운드의 이방인’ 때 알게 된 일본인 후배에게 부탁을 했는데 그 친구가 손편지를 써서 인터뷰 승낙을 받아내기도 했다.”

■부산의 아들 최동원

   
故 최동원 선수
‘1984년 최동원’을 보면 당시 함께 한국시리즈 7차전을 뛴 선수들은 한결같이 최동원에 대한 경외의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교 야구 때부터 최동원과 라이벌이었던 김시진은 넘어서야 할 존재로, 강타자 이만수는 존재만으로 기가 눌리는 투수로, 김용철과 김용희는 확실한 승리를 가져다주는 에이스로 최동원을 평가했다. 무엇보다 7차전까지 오면서 바닥난 체력을 이겨낸 승리에 대한 투지를 높게 평가했다.

이들과 인터뷰를 하고, 최동원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은 조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야구 유니폼을 입었을 때와 안 입었을 때의 자세가 달랐다. 유니폼을 입으면 야구에 대한 존중과 야구선수로서의 프라이드가 강한 분이었다. 냉정하고 차갑고 승부욕이 강한 선수이기도 했다. 그런데 일상에서는 맑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반부에 임호균 선수 아이의 돌잔치 때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는 최동원의 모습을 보면 그의 순박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 동료에 대한 애정과 따뜻함이 있어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창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부산 출신의 배우로 롯데와 최동원을 사랑하는 조진웅은 ‘1984 최동원’의 내레이션에 흔쾌히 참여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에 한국시리즈 7차전이 열렸던 텅 빈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선 최동원의 영상과 함께 “롯데를 사랑했고, 부산을 사랑했고, 오직 야구만을 사랑했던 남자.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부산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직구 같은 강렬한 삶을 산 최동원의 야구 열정과 역동적인 투구를 롯데 자이언츠에서 다시 찾고 싶다.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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