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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여성·부조리…올 한 해 세계 영화의 흐름

월드시네마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10-03 19:52:23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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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아시아권 중견·신인 작품 망라
-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 눈길

비아시아권 중견 작가들과 신인 감독들의 신작 및 유수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포함해 한 해 세계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섹션이다. 올해는 37편의 영화가 이 부문에서 소개된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6편을 소개한다.

★배드 럭 뱅잉(라두 주데/루마니아·룩셈부르크·체코·크로아티아)

배드 럭 뱅잉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이다. 루마니아 영화를 대표하는 라두 주데 감독의 작품. 교사 에미는 어느날 남편과의 합의 하에 찍은 섹스 비디오가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비디오가 학생들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어느 새 동료 교사들과 학부형들까지 알게 되고 에미는 심판대에 서게 된다. 3부로 구성된 영화를 따라가면서 관객들은 부쿠레슈티 시내를 배회하는 에미의 모습을 CCTV 화면을 보듯 관찰하고, 외설적인 그림을 불쾌한 기분으로 감상하고, 에미가 비난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부조리를 쓴웃음으로 지켜봐야 한다. 감독이 제시한 세 가지 결말 중 과연 관객은 어느 것을 선택할까.

★파비안(도미니크 그라프/독일·프랑스)

파비안
시인이자 소설가인 에리히 케스트너가 자신이 살았던 1931년 독일 드레스덴을 무대로 그해에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파비안과 교수가 되려고 학위논문을 쓰고 있는 라부데, 그리고 유명한 스타가 되고 싶은 배우 코르넬리아. 세 사람의 이야기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마지막 시대를 무대로 퇴폐와 방종의 광란에 몸을 내맡긴다. 영화는 초반에 흑백 기록 필름, 8㎜ 촬영, 분할 스크린 등 여러 가지 기법으로 가볍게 진행되다가 나치의 등장으로 세 사람은 무거운 시대의 공기 속에 가라앉는다.

★하이브(블레르타 비숄리/코소보·스위스·마케도니아·알바니아)

하이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관객상·감독상 수상작. 전쟁에서 실종된 남편을 둔 수많은 코소보의 여인처럼, 파흐리는 시아버지와 아이들을 돌보느라 슬퍼할 겨를조차 없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전면허도 따고, 벌침을 맞아가며 양봉하고, 같은 처지의 여성들과 함께 고추장 소스를 만들어 마트에 납품하지만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자구책조차 가부장 체제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평범한 여성들의 생존을 위한 행위가 편견에 대한 저항과 노동을 통한 연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니트람(저스틴 커젤/오스트레일리아)

니트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1990년대 중반 호주, 부모와 같이 살고 있는 니트람은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을 가진 젊은 남성이다. 변변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집집마다 잔디를 깎아주는 일을 하던 중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받고 혼자 사는 여성 헬렌을 만난다.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니트람은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고 헬렌의 집에서 살기 시작한다. 난생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행복한 니트람. 하지만 그도 잠시, 이들에게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다. 1996년 호주를 발칵 뒤집었던 총기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신들린 연기가 포인트다.

★견습공의 일주일(네우스 발루스/스페인)

견습공의 일주일
로카르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편안하고 즐거운 영화를 찾는다면 바로 이 영화다. 스페인에서 구직 중인 모로코의 이민자 청년 모하메드. 하필이면 고른 일자리가 성질 급한 배관공 발레로의 출장 주택 수선사무소. 차분하고 과묵한 모하메드와 외국인이 못마땅한 발레로 사이에 긴장감이 감돈다. 감독은 일상의 리얼리티를 위트와 함께 녹여냈다. 이민자, 고용불안, 빈부격차 등 사회문제를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접근했다는 점, 모자라거나 모난 인물들의 모습들을 시니컬한 웃음으로 소비하지 않고 끌어안는 태도는 이 영화의 미덕이다. 실제 배관공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연기한 점도 재미있다.

★티탄(쥘리아 뒤쿠르노/프랑스)

티탄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어린 시절 겪은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던 한 소녀가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히며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호러, SF, 스릴러, 범상치 않은 러브스토리가 등장하는 독특한 영화다. 시나리오보다 더 놀라운 것은 뒤쿠르노 감독의 유니크한 영상 스타일이다. “괴물성은 규범이라는 벽을 밀어내는 무기이자 힘이다. 괴물들을 받아들여 준 심사 위원들에게 감사한다”는 감독의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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