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문화회관서 9, 10일 공연

청소년기는 자신의 취향을 포함해 스스로에 대한 탐구를 해나가는 시기다. 그런 만큼 방황과 생각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때이며 그런 시간을 통해 성숙해진다. 청소년기의 여러 고민들을 잘 담아낸 화제의 작품이 부산에서 공연된다.

극중 레오타드를 입은 준호와 왕따 희주가 함께 체육수행평가로 2인무를 추고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전국 공연에서 호평받은 극단 돌파구의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이 오는 9, 10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지나친 생존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우정으로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이야기다. 그래서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연극’ ‘무대 위에서 전하는 리얼 성장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서 사랑받았다. 2015년 초연 이후 서울과 안산, 대전 등지에서도 꾸준히 공연돼 왔다.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은 여성용 레오타드를 입고 사진을 찍으며 불안감을 해소해 온 남학생 준호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왕따로 지내는 여학생 희주가 함께 체육 수행평가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레오타드는 수영복 모양으로 몸에 딱 맞게 밀착되는 옷으로 보통은 여성 무용수들이 주로 입는다. 이런 복장을 남학생이 하는 것에 대해 주변의 시선은 그를 ‘호모’ 혹은 ‘변태’로 단정지으며 비난한다. 그렇기 때문에 준호는 자신의 취향을 숨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레오타드를 입고 찍은 셀카사진이 얼굴 부분만 모자이크 된 채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사실 이 사진은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체육수행평가에서 짝을 구하지 못한 희주가 준호 몰래 올린 것이다. 희주가 가고 싶은 대학에선 체육수행평가 결과를 중요하게 보고, 친구가 없어 반드시 짝을 이뤄 해야 하는 수행평가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희주는 준호의 취향을 약점으로 잡아 자신과 함께 조를 이루자고 요구한다.

그런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의 생활은 빈부격차, 차별, 따돌림 등 어른의 세계와 다를 바 없다. 소위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엄마들끼리만 조직된 모임에서 진행되는 스터디에 임대 아파트에 사는 학생은 낄 자리가 없다. 부모가 이혼하고 성적이 떨어지자 친구 관계마저 부서진다. 친구의 남과는 좀 다른 취향을 변태 취급하며 폄하하고 다른 것이 틀린 것인양 비난하면서 혹여나 자신이 손가락질 받을까봐 두려워한다.

이 작품은 다른 환경과 불공정한 경쟁에서도 불평 없이 어른들을 따라야 하는 청소년들의 일상과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며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개인의 취향과 취미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응원한다. 몸에 밀착되는 레오타드를 남자가 입는 것이 불법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일도 아닌데 왜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걸까. 우리 사회는 자신과 조금만 달라 보인다면 비난의 잣대부터 들이댄다. 이 연극은 그런 편견에 저항하며 각각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