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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40> 옥천 마주조림

금강 모래바닥 훑어 힘 넘치는 녀석…뭉근히 오래 조려낸 시간만큼 깊은 맛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08-24 19:28:20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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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질 매우 급한 민물생선 마주
- 잡혀 뭍에 올라오면 금방 죽어
- 매운탕보단 걸쭉한 조림 적합

- 시래기·메주콩 넣고 끓인 국물
- 비린내 없이 구수하고 묵직해
- 국물 밴 짭쪼름한 살점 밥도둑
- 없던 입맛 찾아주는 옥천의 맛

옥천은 ‘금강이 키운 땅’이라 할 만큼 금강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역이다. 금강은 옥천으로 들어서면서 비로소 강물이 휘돌며 여울을 이룬다. 옥천 면적의 절반을 끼고 휘돌아가는 강줄기가 옥천의 비옥한 대지를 적시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옥천은 건강한 생명을 키우고 그 모두를 오롯이 영글게 하는 땅이다. 맑은 강물 속에서는 또한 다종다양한 식생이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가기에, 금강을 일컬어 ‘풍요의 상징’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옥천은 강물에서 나는 식재료들로 조리한 토속음식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금강의 여느 강마을에서 즐겨먹는 ‘올갱이(다슬기)국’,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튀기듯 구워내는 ‘도리뱅뱅이’, 제철마다 잡히는 어류에 갖은 양념으로 끓여 만든 매운탕과 어족을 푹 곤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생선국수 등이 대표적이다.
금강이 키운 땅 옥천에서라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향토음식 ‘마주조림’. 마주는 강 바닥 모래에 사는 물고기다.
■옥천에서만 제맛나는 음식

특히 옥천에서 시작되어 옥천에서만 제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이 또 하나 있는데 ‘마주조림’이 그것이다. 현지인들에게 옥천의 향토음식을 한 가지 꼽으라면 바로 호명되는 옥천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깨끗한 개울 모래바닥에서 서식하는 ‘마주’를 깨끗이 손질하여 무청시래기, 무, 대파 등 갖은 채소와 양념을 듬뿍 넣고 오래도록 자박자박 조려내는 음식이다. 그러나 타지역 조림음식과는 달리 진하고 걸쭉한 국물이 있어 독특하다. 매운탕과 조림의 중간쯤이라 보면 되겠다. 이 때문에 밥상의 정중앙에 놓아도 좋고 술상의 주 요리로도 부족함이 없다.

마주조림의 주재료인 마주는 학명으로는 모래무지다. 모래바닥에 몸을 숨겨 서식하기에 모래무지로 불린다. 이 모래무지를 옥천을 중심으로 금강 지역에서 흔히 부르는 말이 ‘마주’, ‘모래마주’이다. 지방에 따라 모래무치, 마자, 모래마자, 모래마주, 오개모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크기는 15~25㎝ 정도로 몸빛은 은백색이고 배는 흰색, 등은 진한 갈색을 띤다. 서식 지역에 따라 등이 짙거나 연하기도 하다. 몸통은 둥글고 길쭉한데 모래 속을 훑어 먹이 활동을 하므로 더듬이 역할을 하는 수염이 한 쌍 나 있고 주둥이가 아래로 향하고 있다. 국내 서남해의 큰 하천 대부분에 분포했던 어종이다.

■금강 바닥 모래에서 사는 물고기

금강에서 잡은 마주. 매운탕보다 오래 끓인 조림이 어울린다.
한자어로는 모래에서 서식한다고 ‘사어(沙魚)’, 모래 속 먹이를 걸러먹기 위해 모래를 먹고 뱉는다고 ‘취사어(吹沙魚)’, 모래 속에 묻혀 있다고 ‘사매어(沙埋魚)’ 등으로 불리는데 조선시대 백과사전 격인 ‘재물보’나 농업서인 ‘임원경제지’ 등에 그 습속이나 생태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마주는 금강에서도 옥천 청성면과 동이면 주변의 여울목에서 많이 잡힌다. 지역 사람들에 의하면 ‘잡히는 물고기 중 태반이 마주’라고 할 정도로 그 개체수가 많았단다. 이 마주를 이용해 이런저런 음식을 조리해 먹다 만들어진 음식이 바로 ‘마주조림’이다.

마주조림의 원조집이라 불리는 동이면 적하리 ‘금강나루터’에 들어선다. 마주조림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다. 전창하 대표에게 왜 하필 조림음식이냐고 묻는다. 대부분 민물생선은 매운탕이나 찜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원래 마주는 민물생선 중에서도 그 성질이 매우 급합니다. 사람 손에 잡혀 뭍으로 올라오면 금방 죽어버려요. 그래서 신선한 매운탕 보다는 은근한 불로 오래도록 조려내는 음식이어야 맛이 한층 더 짙어지고 깊어집니다.” 마주가 조림음식으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다.

‘마주조림’은 금강에서 잡은 마주를 무청시래기와 함께 넣고 잘박하게 조려내는 음식으로 생선의 비린 맛이 없고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마주조림’을 주문하니 꽤 조리시간이 길다. 어쩌랴, 조림음식은 시간이 맛을 더하는 것이니.

■오래 조린 묵직한 국물이 일품

이윽고 ‘마주조림’이 상에 오른다. 큰 냄비에서 조림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붉게 물든 국물이 사람 침샘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국물 한 술 떠먹어본다. 짙고 두터운 국물 맛이 일품이다. 오래도록 조려서인지 국물 맛이 묵직하다. 몇 술 계속해서 떠먹으니 세상에 없던 입맛도 다 돌아올 정도다. 맛이 진하면서도 개운하고 깊으면서도 시원하다.

음식 위에 깔려있는 무청시래기를 걷어내니 마주가 가지런히 누워있다. 마릿수가 제법 넉넉하다. 크기는 10~15㎝ 정도. 앞 접시에 한 마리 올려 발라먹는다. 젓가락을 가져가니 살이 부드럽게 분리된다. 갖은 양념으로 조려진 마주 살은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미각을 일깨우며 부드럽게 녹아든다. 큰 생선이 아니라 살점이 웅숭깊지는 않지만 호박씨처럼 계속해서 발라먹게 되는 중독성을 지녔다.

무청시래기도 한 점 먹는다. 질긴 섬유질을 잘 다스려 부드럽기 그지없다. 양념이 잘 배여 짭조름하면서도 몽글몽글한 식감이 참으로 근사하다. 밥에 얹어 먹어도 좋고, 마주 살점과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린다.

음식이 바닥을 드러낼 때쯤 보니 냄비에 메주콩이 잔뜩 깔려있다. 아하~! 먹는 내내 알게 모르게 구수한 맛이 은근하게 돌던 이유가 바로 이 메주콩 때문이렷다. 전 대표는 “마주조림에 메주콩을 넣으면 민물 생선 특유의 비린내도 잡아주고 국물도 한층 더 구수해진다”며 “영양성분도 조화로워진다”는 설명이다. 콩이나 무 등을 직접 재배해서 사용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음식으로 조리되는 식재료들 중에는 어느 특정 지방에 한정되어 분포하는 것이 있고 나라 전역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저러나 이 식재료를 두고 어떻게 조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한 지역의 식문화와 민속사를 아우르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옥천의 향토음식인 마주조림 또한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다.

국내 전역의 큰 하천에서 쉬 볼 수 있었던 모래무지. 그러나 수질오염과 무분별한 강모래의 채취로 인해 금강유역을 중심으로 일부 하천에서만 서식하는 귀한 몸이 되었다. 생물다양성이 유지되어야만 우리 음식문화사에도 다양한 향토음식이 오래도록 기록·보존되는 것이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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