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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 선구자 도로시 아즈너, 숨은 걸작 9선

영화의전당 내달 1일까지 상영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07-18 19:26:5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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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창기 할리우드 유일 女감독
- 독립적인 여성 주인공 내세워
- 남성 중심의 지배질서에 저항

초창기 할리우드의 유일한 여성감독 도로시 아즈너의 작품세계를 다루는 특별전이 영화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도로시 아즈너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영화 ‘워킹 걸즈(1931)’.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다음 달 1일까지 도로시 아즈너의 영화 9편을 상영하고, 업적과 중요성에 비해 덜 알려진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2019년 ‘여성 영화의 선구자들:도로시 아즈너&아이다 루피노’를 통해 시네마테크에서 이미 한 번 다룬 적이 있는 이 여성감독은 1920년대 후반부터 40년대 초반,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전환기 할리우드에서 맹활약했다.

남부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편집자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1927년 ‘상류사회 여자들’로 데뷔했고, 2년 뒤 대표작 ‘와일드 파티’를 연출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완벽하게 남성 중심이었던 당시 그는 할리우드의 장르적 관습을 채택해 대중성과 입지를 확보하면서도 독립적이고 의지가 강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독보적인 여성 영화의 영역’을 개척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형식적 갈래로서 ‘여성 영화’가 아니라, 여성의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해 당시 지배 질서에 저항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대신 경제적으로 독립한, 의지가 강한 여성 캐릭터를 내세웠고, 여성 간의 우애와 신뢰를 부각시켰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이런 메시지를 담고도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두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 아즈너는 배우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붐 마이크를 고안해 사운드로 영화를 연출한 최초의 감독이며, 20세기 미국 영화사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여성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여성 영화사가 아닌 세계 영화사의 선구자로 평가받아도 손색 없는 감독이다.

그가 할리우드에서 상업 영화를 만든 기간은 길지 않았다. 건강 악화로 연출을 시작한지 10년도 안돼서 작품활동을 접었고, 한참 뒤인 1970년대 들어서야 그녀를 재발견·재조명하는 움직임들이 일어났다.

시네마테크 이승진 팀장은 “페미니즘 혹은 퀴어 영화 담론에서 간혹 등장해 왔다 해도 영화광들 사이에서 이 위대한 여성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는 일은 극히 드물 정도로 도로시 아즈너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라며 “그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장인이다. 당대 배우에게서 최상의 연기를 이끌어 내는 연출자였고, 음악적 리듬의 체현자였으며, 희·비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드라마의 달인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그러나 그의 영화에는 독이 있다. 꿈결 같은 로맨스 뒤에는 악마적 욕망이, 따뜻한 연대 곁에는 냉혹한 배신이, 온전한 가정에는 자기파괴적 강박이 도사리고 있다”며 “할리우드 주류의 관습을 고스란히 쓰면서도 곳곳에 균열과 전복의 얼룩을 남기는 것이 아즈너의 영화를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아즈너의 영화 9편 중 ‘와일드(1929)’는 발랄한 여대생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무성 영화 시대 스타 클라라 보우의 첫 유성 영화 출연작이기도 한다. ‘워킹걸즈(1931)’는 일과 사랑의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로, 결혼 제도에 대한 날선 비판이 서려 있다. 알코올 중독자와 상속녀의 사랑과 방황을 그린 ‘우리는 즐겁게 지옥에 간다(1932)’, 상사와 사랑에 빠진 비서 이야기 ‘연인들의 명예(1931)’, 매춘부에서 여배우로 거듭난 여자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남자들을 그린 ‘나나(1934)’ 등을 만날 수 있다. 일반 관람료는 7000원. 김은정·김필남 평론가의 영화해설 등 자세한 일정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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