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이나 자연다큐멘터리를 보면 저 시대를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룡이 살던 시대나 페루의 마추픽추가 건설되는 현장을 볼 수 있다면 지금은 추측만 하는 여러 미스터리를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단지 상상 속에서만 아름답고 재미있을 듯 하다.

책은 시간여행이 아주 당연해졌다는 상황을 가정한다. 그러면서 시간여행자를 위해 해당 장소의 관광 포인트와 준비물을 추려 놓는 여행 가이드 북의 형태를 빌려 해당 연대의 역사와 생활 자연사 과학적 지식을 알려준다.

공룡시대는 인기 시간여행지이지만 영화 ‘쥬라기 공원’과는 전혀 다르다. 여러 종류의 공룡이 물가에 모여 물을 마시거나 익룡이 거대한 날개로 하늘을 가르는 모습도 볼 수 없다. 오히려 처음 보는 식물을 절대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장화 속에 바짓단을 잘 넣고 여며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며 주위를 잘 살펴 공룡에게 습격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충고한다.

또 책은 모든 시간여행자들의 ‘핫플레이스’로 중세를 꼽지만 6~15세기의 냄새와 위생은 너무 열악해서 현대인은 적응하기 무척 어렵다. 당시 사람들은 잘 씻지 않고 간혹 씻을 때에도 여러 사람이 한 대야의 물에 손과 얼굴을 넣어 함께 사용했다. 코로나19로 습관처럼 손을 씻고 공용시설의 문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를 찜찜해하는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중세에는 깨끗한 식수를 개인소유 땅의 샘물이나 우물을 통해 근근히 얻고, 이마저도 인간이나 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온 병원균이 섞여 있기도 했다. 마시는 물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여행은 너무 팍팍할 듯 하다.

이쯤 되면 갈 수 있다고 해도 망설여질 지경이다. 그럼에도 시간여행이라는 상상을 멈추기 어려운 것은 책 속의 역사와 살아있는 현장을 비교하는 재미를 놓치기 어려워서 일 것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지금, 상상 속 시간여행을 위해 여행가방을 머리 속으로 챙겨보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