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불공평하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닥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1년 이상 전 세계를 팬데믹에 몰아넣은 코로나19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비대면 온라인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는데 택배 노동자는 시간에 쫓겨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기 어려워졌고, ‘사회적 거리두기’ ‘모임금지령’에 영세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기로에 놓였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구조의 취약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을 뿐만 아니라, 재난 대응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 점에서 재난을 정치·경제학적으로 접근하고,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한 ‘재난의 정치학’은 지금의 시대적 요구와도 들어맞는 책이다. 저자는 비단 코로나19라는 감염병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노동, 공공의료, 불평등, 기후 위기 등의 초대형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 점검에 주목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 즉 욕망이 더 큰 욕망을 낳는 ‘탐욕적인’ 사회 구조로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위기의 영향, 제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문제 등을 충분히 감당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공동체성이 파괴된 사회에서 좋은 삶을 영위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저자는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좋은 사회, 좋은 삶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협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는 재난을 대비해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투자가 돼야 한다고도 당부한다. 노동 분야를 예로 들면 재난에 대비해 해고나 실업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세워야 하며, 산업재해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동시에 사고가 발생했을 땐 기업의 책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위기 상황일수록 사회적 약자를 먼저 챙겨야 한다고 전하며, 재난을 극복할 가장 큰 힘으로 ‘공동체성의 회복’을 강조한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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