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악성(樂聖) 베토벤(1770~1827)이 17일 탄생 250주년을 맞는다. 음악계는 위대한 작곡가의 생일을 기념해 다채로운 무대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무산 혹은 연기된 연주가 많아 아쉬움을 산다.

지휘자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이 베토멘 250주년을 기념해 명곡 ‘합창’을 연주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계획을 변경했다.

　작곡가 베토벤이 악성이라 불릴 정도로 음악계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매년 연말마다 국내외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9번 교향곡 ‘합창’을 비롯해 한 마디만 들어도 소름 돋는 5번 교향곡 ‘운명’, 오페라 ‘피델리오’ 같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랑 받는 작품을 무수히 남겼다.

　그가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인생의 시련과 치명적인 장애를 딛고 불멸의 곡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소년 시절에는 가정 불화와 어머니의 죽음을 겪었고 음악가로서 빛을 보기 시직한 청년 시절에는 난청을 앓았다. 한때 유서를 쓸 정도로 괴로워했지만, 내면의 성숙을 통해 굵직한 작품들을 써내려 갔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후에도 이전에 들었던 악기의 소리와 음들을 떠올리며 오로지 상상력에 의존해 걸작인 ‘합창’을 완성했다. 덕분에 베토멘의 음악은 고통과 환희가 함께 한다. 첫 선율은 불안과 고통을 뜻하지만 끝내 자유와 환희,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전 세계가 이미 지난해부터 베토벤을 기렸다. 그를 주제로 한 공연이 1년 내내 열렸고 연주자들은 앞다퉈 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완주에 도전했다. 부산에서도 그를 기리는 활동이 이어졌다.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난 10월 부산문화회관에서 제50회 정기연주회 ‘오마주 투 베토벤’을 열어 베토벤 삼중협주곡, 교향곡 7번을 연주했다. 클래식 전문 기획사 아트뱅크코레아는 지역 최고의 연주자들을 모아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연주회-Dear Beethoven’을 총 3회에 걸쳐 공연했고, 에델 현악 사중주단이 6번에 걸쳐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을 연주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 유행이 베토벤의 탄생일 앞을 가로막아 섰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관련 공연은 오는 24, 26일 열리는 지휘자 정명훈과 KBS 교향악단의 특별연주회 ‘새 희망을 노래하다’였다. 국내 무대에서 만나기 어려운 정명훈이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입국해 ‘합창’을 지휘하기로 했지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베토벤의 6번 교향곡 ‘전원’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됐다. 대규모 출연진이 한꺼번에 무대에 서야 하는 합창 교향곡의 특성 상 공연 진행이 어렵다는 주최 측의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달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단원이 나와 공연을 취소했던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송년음악회 ‘베토벤 합창’을 아예 취소하고 티켓을 모두 환불했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확진자가 증가하는 지역 중 하나인 부산에서도 취소나 연기가 이어진다. 오는 18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부산시향의 ‘베토벤 플러스’가 취소됐고, 아트뱅크코레아와 에델 현악 사중주단이 준비한 ‘해피버스데이 베토벤’도 무산됐다. 부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박정희의 리사이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연주회 VII’은 내년 5월로 연기됐다. 아트뱅크코레아 김문준 대표는 “의미 있는 해를 맞아 준비한 공연이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되거나 올해 안에 끝을 맺지 못한 경우가 많아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