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위기에 놓인 오페라 가수 부부가 등장하는 코미디 장르 창작 오페라가 코로나19로 지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그랜드오페라단이 12일 무대에 올리는 창작 오페라 ‘로미오 대 줄리엣’. 그랜드오페라단 제공

그랜드오페라단은 오는 12일 오후 3시, 7시 두 차례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창단 24주년 기념공연 ‘로미오 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린다. 로미오 대 줄리엣은 그랜드오페라단이 2011년 ‘봄봄’ 초연 이래 10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 오페라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성악가(오페라 가수) 부부다. 아내는 각광받는 주연급이나 남편은 화려한 데뷔 이후 슬럼프를 겪고 있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이혼할 날짜만 기다리던 중 두 사람은 공교롭게 가상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캐스팅 된다. 부부는 현실과 무대 사이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이 무엇이고,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감정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일상의 현실적인 사랑이 불멸의 이상적인 사랑을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유쾌하다.

이 작품은 오페라 장르에서 드물게 ‘극 중 극’ 구조를 시도했다. 노래(음악)와 극(대사)이 결합하는 방식도 다른 오페라 작품과 사뭇 다르다. 뮤지컬처럼 연극 사이사이에 노래가 끼어드는 방식도 아니고, 오페라처럼 음악이 드라마를 흡수하지도 않는다. 로미오 대 줄리엣은 거의 모든 대사를 노래로 현실감 있게 구현하면서 현실 장면과 극 중 극 장면을 노래와 가사 없는 음악으로 분리할 정도로 노래와 극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다.

코미디 오페라라는 점도 독특하다. 18,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는 희극인 ‘오페라 부파’가 보편적이었으나 20세기 이후 코미디 오페라는 오페레타를 거쳐 뮤지컬로 넘어갔고, 오페라에서 코미디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로미오 대 줄리엣은 오늘날 관객의 호흡에 적합한 코미디를 오페라로 살리려고 시도했다. 기존 오페라에서 보기 드문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표현도 등장한다.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그림책 CD-BOOK ‘노란 우산’의 음악을 만든 신동일이 작곡하고, 서울 대학로 극장에서 오랜 시간 공연한 ‘민들레 바람 되어’의 극작가 박춘근이 협업한 작품이다. 2013년 초연 당시 입소문을 타 대중적인 오페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출은 서울 예술의전당이 올해 기획한 오페라 ‘춘향전 2020’의 연출자 김태웅이 맡았고, 유수 국제 오페라·성악 콩쿠르에서 수상한 소프라노 한경성과 박현진, 테너 최보한과 권순태가 출연한다.

1996년 창단한 그랜드오페라단은 매년 2회 정기공연과 기획·순회공연, 해외 유명 음악가 초청과 교육사업 등을 벌여 공연예술 대중화를 꾀하는 부산 기반 오페라단이다.

입장료는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이다. 예매는 그랜드오페라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좌석 두 자리 띄어앉기가 시행된다. (051)853-2341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