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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이웃사촌’ 배우 오달수

“2년9개월 텃밭 가꾸며 귀양살이 … 다시 연기로 보답하며 살 것”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0-11-24 19:14:1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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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무혐의 뒤 스크린 복귀작
- ‘7번방…’이환경 감독과 다시 뭉쳐
- 고 김대중 대통령 삶 모티브로
- 자택연금 정치인의 가족애 그려

- “2018년 의혹 터지고 힘든 나날
- 안 좋은 생각할까 친구도 걱정
- TV만 보고 있으니 속 타 들어가
- 좋은 연기로 대중 평가받을 것”

신 스틸러 오달수가 영화로 돌아왔다. 2018년 2월 미투 의혹으로 영화계를 떠났으니 무려 2년9개월 만이다. 그는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신과함께-죄와 벌’ 등에 출연하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초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가 출연했던 주요 작품에서 알 수 있듯 특히 그가 출연한 많은 영화들이 천만 관객을 기록해 영화 팬들은 그에게 ‘천만 요정’이라는 애칭까지 지어줬다. 하지만 미투 의혹으로 그는 한순간에 영화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의 신작 ‘이웃사촌’(개봉 25일)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원래 2018년에 개봉하려 했으나 오달수의 미투 의혹 사건이 벌어지면서 개봉을 연기했다가 지난해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 등에 따라 내사 종결 처리하면서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달수는 먼저 “만감이 교차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한테 무한책임이 있으니까 이렇게 개봉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 제작사나 감독님 스태프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섞여 있다. 아직도 개봉이 미확정이었다면 정말 괴로웠을 것이고 죄송한 마음이 컸을 것”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개봉 소감을 전했다. 배우 오달수로 돌아와 “이전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연기하면서 살겠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마음 편하게 웃음 한 번 보이지 못했다. 그만큼 다시 대중 앞에 선다는 것에 대해 “무섭다”고 표현을 할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감당하기 힘들었던 시간

2018년 2월 미투 의혹 사건 이후 무려 2년9개월 만에 이환경 감독의 ‘이웃사촌’으로 대중과 만나는 배우 오달수. 그는 “이전과 같이 열심히 연기하면서 살겠다”는 복귀 소감을 전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년 2월 미투 의혹이 불거졌을 때 오달수는 ‘이웃사촌’의 막바지 촬영을 하고 있었다. 당시 그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까지 6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이 때문에 의혹이 더 커지기도 했다. “그때 충청도 어딘가에서 ‘이웃사촌’의 하이라이트인 마포대교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80년대 옛날 차를 빌렸고, 보조 출연자가 200, 300명이나 되고 할 때였다. 그리고 중요한 유세 장면을 바로 촬영했다. 그런 상황에서 저 혼자 나와서 정리를 하거나 이야기를 할 여유가 없었다. 심지어 누나가 전화를 해서는 “세상이 너한테 뭐라고 하는지 아냐”고 했을 때도, “시끄럽다 촬영하느라 바쁘니까 끊어라. 서울 가서 촬영 마치고 알아서 할 테니”라고 했다.”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하는 중요한 장면을 촬영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는 당시 받은 충격에 대해 “덤프트럭에 부딪히고 뒤에 오는 쓰레기차에 받힌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고, 병원도 다니며 두어 달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냈다. 그러다가 부산의 어머님 댁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 아파트 위치가 알려져서 모르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고 하더라. 마음이 불편해서 거제도 형님 댁으로 거처를 옮겼다.” 건축가인 형님네 집에서는 텃밭 일을 도와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부터 끝 모를 기다림의 귀양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슬슬 덥기 시작할 때라 아침에 해 뜨기 전에 텃밭에 물 주면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아침 8시가 되면 노동주 한잔하고, 낮에 밭일하고, 저녁에 해가 지면 방에 돌아와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지냈다.” 할 줄 아는 것이 연기밖에 없고,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 연기인데 바라만 봐야 하는 그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잠을 자려 누우면 오만가지 감정이 그를 덮쳤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좋지 않은 생각도 할 수 있을 터다. “거제도에 있을 때 부산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제가 딴생각하지 않고 잘 생활할 수 있도록 자주 들러줬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감사했지만 2년 정도 지났을 때 제가 할 일을 찾아서 가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 마침 독립영화 ‘요시찰’의 출연 제의가 있었고, 오달수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촬영장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용기를 내서 연기로 돌아왔다. “제가 대중에게 주었던 상처가 있고 평가가 예전 같지 않겠지만 사람으로 대접받기 시작해서 좋다. 연기 아니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복귀에 대해 대중의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좋은 연기’를 하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족애를 다룬 ‘이웃사촌’, 그리고 다음 영화들

오달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 이의식 역을 맡아 인간미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2013년 ‘7번방의 선물’로 1280만 관객을 모으며 깜짝 흥행을 한 이환경 감독의 새 영화 ‘이웃사촌’은 겉만 보면 정치색이 짙다. 1985년 유력 야권 정치인이 해외에서 입국해 자택연금 당한다는 설정은 역시 고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웃사촌’은 정치가 아닌 가족 영화의 성격이 짙다. 국가안보정책국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차기 대권 후보 이의식(오달수)의 옆집에 팀원들과 이사와 도청을 시작한다. 군부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던 그는 도청을 하면서 점점 이의식의 인품과 가족애에 동화되고 결국 자신의 가족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의식을 돕게 된다. ‘7번방의 선물’이 감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족애를 그렸다면 ‘이웃사촌’은 주택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족애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오달수는 ‘이웃사촌’에서 따뜻한 인품과 가족애를 지닌 이의식을 맡았다. “이 감독님의 작품이면 좌고우면할 것 없이 출연해야 했다. 그런데 그분(고 김대중 대통령)이 계시니까 처음으로 이 감독님에게 두 번 정도 고사를 했다. 자칫하면 누가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오달수에게 이 감독은 자신만 믿고 따라와 달라고 요청했고, 그는 그동안의 이미지나 색깔을 지우고 한번 제대로 연기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 “이전 작품에서 주로 제가 맡은 역은 주변부 역할이었다. 그러다가 무게 있는 역할을 하려고 하니까 부담스러웠다. 심지어 시나리오 초고는 전라도 사투리였다. 제가 전라도 사투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한계가 있고, 그것이 정확한 메시지 전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부산 출신인 그를 위해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표준어로 고쳐주었고, 오달수는 조금 편안하게 대사를 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인간미와 웃음이 오가는 오달수 특유의 연기가 ‘이웃사촌’에서 빛을 발한다.

오달수는 진심을 다해 연기했고, 그 어느 때보다 과장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떠나 관객들이 진정성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이웃사촌’으로 적어도 거짓은 없구나라는 것이 증명됐으면 한다.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연기를 했다. 다른 시선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겪어야 할 몫이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분에게 가깝게 가려고 노력은 했구나’ 정도의 말만 들어도 저에게는 대단한 칭찬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이전 같으면 차기작들이 줄을 서 있겠지만 현재의 오달수가 찾아가야 할 촬영장은 없다.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는 대중의 평가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캐스팅하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영향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동정이나 배려가 아니라 작품 속에 감독이 꼭 필요해서 캐스팅해야 하고, 저 또한 적확한 역할을 맡았을 때 찍는 맛이 난다. 기다리겠다.”

다만 ‘이웃사촌’과 함께 이전에 촬영을 했으나 아직 개봉하지 못하고 있는 영화로 설경구 천우희 문소리 등과 촬영한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가 있다. “이 작품도 제가 무한책임을 지는 작품이라 빨리 세상에 빛을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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