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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배우 이정재

“화려한 패션의 킬러 직접 기획…곧 영화감독 이정재로 찾아뵐게요”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0-08-11 19:43:1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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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킬러의 사투 그린 추격 액션
- 배우 황정민과 7년 만에 호흡
- 개봉 닷새만에 200만 돌파 흥행

- 극 중 색다른 킬러 캐릭터 위해
- 직접 화려한 의상 골라 선보여
- 총격·폭탄·격투·카 체이싱 등
- 강도 높은 액션에 어깨 부상도

- 연기 그치지 않고 연출까지 도전
- “틈틈이 쓴 첩보 액션 시나리오
- 절친 정우성에 공동주연 설득중”

등장만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는 흔치 않다.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스크린을 장악하는 연기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관상’(2013)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아 지금도 회자되는 첫 등장 장면을 연출했던 이정재는 바로 그런 흔치 않은 배우다. 그는 ‘관상’ 외에 2010년대에 출연한 ‘하녀’(2011) ‘도둑들’(2012) ‘신세계’(2013) ‘암살’(2015) ‘신과함께’ 시리즈(2017, 2018) ‘사바하’(2019) 등에서도 존재감은 물론, 연기력과 흥행력을 갖춘 배우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5일 개봉해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오랜만에 악역을 맡아 다시 한번 독보적 아우라를 발산한다.

이정재는 ‘자체 발광’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멋진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그 뒤에는 배우로서 겪어야 하는 고민과 노력이 숨어 있다. 또 한 명의 독보적 배우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역대급 악역 캐릭터를 완성해낸 이정재를 만나 촬영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악역 캐릭터 만들기

영화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황정민과 이정재가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악역으로 돌아온 이정재.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을 보여주는 그는 이번에도 역대급 악역 캐릭터를 연기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킬러 인남(황정민)과 그를 무자비하게 쫓는 또 다른 킬러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액션 영화다. 극을 이끌어가는 인남에 비해 재일교포 출신의 레이는 존재 자체가 극악한 야쿠자 킬러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 마찬가지로 시나리오에도 레이에 대한 묘사는 많지 않았다.

‘어떻게 캐릭터를 설명해야 하나?’라는 숙제를 떠안은 그는 관객이 레이를 봤을 때 단번에 무자비하며 편집증적인 킬러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길 바랐다. 인남을 맹목적으로 추격하는 레이에게 개연성을 부여해야만 줄거리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레이의 모습만 봐도 ‘저런 애라면 가능하겠구나’라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는 이정재는 먼저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레이만의 스타일 구상에 들어갔다. “제작진과의 첫 미팅 때 USB에 담아 간 옷차림들을 보여줬다. 그중에는 핑크 머리에 흰 부츠, 주황색 반바지도 있었는데 다들 당황하더라. 제작진이 염두에 둔 모습은 군중 속에 있으면 식별되지 않는 훨씬 어두운 스타일의 킬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백 헤어스타일에 화려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밝은 톤의 슈트를 입은 킬러가 탄생했다. 흰색 구두에서 알 수 있듯 화이트 톤을 기본으로 한 화려한 패턴의 의상과 목을 두른 타투는 더운 나라 태국과 어울리며 강렬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황정민이 줄곧 검은 양복과 어두운 야상을 입고 나오기 때문에 성격이 다른 두 킬러의 캐릭터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정민이 형이 잡은 캐릭터의 모습과 제가 겹치는 것이 전혀 없어서 너무 좋았다. 정민이 형이 연기한 인남은 국정원 출신의 킬러라는 사연이 있었는데, 결이 다른 두 킬러가 한 화면에 있으면 풍요롭게 보일 것 같았다.”

■기억에 남을 추격 액션

한국 일본 태국에서 촬영을 진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이국적인 볼거리가 많다. 특히 전체의 80%가 넘는 분량을 태국에서 촬영했으며, 그곳에서 펼쳐지는 인남과 레이의 추격전은 격투와 총격이 혼합된 하드보일드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강력한 액션을 촬영하다 이정재는 어깨 파열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정재가 태국에서 보여주는 첫 번째 액션은 태국 조직과 벌이는 창고 액션이다. 여러 명의 태국 건달에 둘러싸인 레이는 칼을 이용해 화끈한 격투 액션을 펼친다. “시나리오에는 거의 총기 액션이었다. 그런데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건문 무술감독이 조금 무술 액션이 생겼다고 만나자고 하더라. 처음에는 단순한 액션인 줄 알았는데 노트북에 담긴 데모 영상을 보니 잠깐 연습하고 촬영할 분량이 아니었다. 4일 후에 촬영을 해야 해서 바로 연습을 시작했는데 다리가 안 떨어졌다.” 이정재는 3일간 밤늦게까지 집중 훈련을 한 후 태국에서의 첫 액션 촬영에 들어갔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제작진은 첫 액션 촬영 이후 자신감이 붙어 예정보다 스케일이 크고 강한 액션 콘티를 짰다. 아이들 납치범들의 소굴에서 인남과 레이가 처음 만나 칼을 들고 격투를 벌이는 장면도 예정보다 더 길고 강력해졌다. “원래는 단순하게 건물 내부에서 쫓고 쫓기는 장면이었는데 검을 이용한 격투 액션으로 바뀌었다. 홍원찬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욕심이 났는지 후반으로 갈수록 액션을 더 키우자고 했다.” 이후 영화는 총격 액션, 카 체이싱, 폭탄 액션으로 스케일을 키우며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간다. “액션 장면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팀은 각 파트별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촬영을 진행해 해외 촬영임에도 좋은 결과물을 냈다. 그래서 처음에는 누아르 장르였지만 지금은 액션 장르로 변모했다. 액션의 강도가 원래는 6.5였다면 현재는 10까지 올라간 느낌이다.”

■두 정민과의 재회, 그리고 감독 데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신세계’의 황정민 이정재 콤비가 7년 만에 뭉쳤다고 해서 화제였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정민이 형의 열정은 변함이 없었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좋았고, 그것을 보고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하는 것이다. 정민이 형은 연기적으로 너무 훌륭한 배우고, 감정을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에너지가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지난해 ‘사바하’에서 호흡을 맞춘 박정민과는 연이어 만났다. 박정민은 트랜스젠더 수술을 위해 태국에 온 인물로 인남을 돕는 유이 역을 맡아 가장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정민이가 연기한 장면들을 현장에서 보여 달라고 해서 여러 번 봤다. 박정민은 대단한 배우다. 절대 과하지 않으면서 그 캐릭터의 핵심만 잡고 가는 아주 뛰어난 배우다. 특별한 사람인 것 같다.”

한편 이정재는 직접 시나리오를 쓴 첩보 액션 영화 ‘헌트’(가제)로 곧 감독에도 데뷔한다. 현재 촬영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마친 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둑들’ 때 임달화 선배가 ‘지난달에 영화 프로듀싱을 했고 이번 달엔 직접 쓴 시나리오가 제작에 들어가고 또 몇 달 후엔 직접 연출한다’고 했다. 뭔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우린 배우와 연출자 등으로 구분을 하는데 이게 영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부러웠다. 그때부터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곤 했다. 그걸 발전시킨 것 중 하나가 ‘헌트’다.” ‘절친’이자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 아티스트컴퍼니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우성과 공동 주연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열심히 설득 중이다.

“한계를 느끼기 때문에 계속 도전한다”는 이정재. 연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보여줄 그의 존재감은 어떤 것일까?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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