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연합뉴스

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104세 나이로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드 하빌랜드 홍보 담당자인 리사 골드버그는 드 하빌랜드가 자신의 파리 저택에서 평화롭게 자연사했다고 전했다.

드 하빌랜드는 영국, 미국, 프랑스 시민권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50년대 초반 이후 파리에 거주했다.

드 하빌랜드는 1930~4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끈 여배우들 중 마지막 생존자로 평가돼왔다.

그는 1916년 일본 도쿄에서 영국인 부모 아래 태어나 3살 때 부모가 이혼한 후 어머니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

1935년 막스 라인하르트가 제작한 ‘한여름 밤의 꿈’에 출연하면서 영화계에 발을 딛였다.

드 하빌랜드는 4년 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멜라니 해밀턴 월크스 역으로 출연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비비언 리가 연기한 스칼렛 오하라와 대비되는 성격을 지는 멜라니 역을 차분하게 소화해 당시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캡틴 블러드’(1935), ‘로빈 후드의 모험’(1938) 등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들에겐 각자의 몫이 있다’(To Each His Own)와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The Heiress)로 1946년과 1949년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미 정부로부터 국가예술 훈장을, 201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영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드 하빌랜드는 영화계 밖에서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할리우드 제작사를 상대로 반기를 들었는데, 1943년 위너 브라더스가 계약 만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계속 묶어두려 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은 어떤 제작사도 배우의 동의 없이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며 드 하빌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드 하빌랜드 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드 하빌랜드와 여동생 고(故) 조앤 폰테인(2013년 별세)은 모두 아카데미상을 받았지만 사이가 나빠 의절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폰테인은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 ‘서스픽션’에 출연했다.

1942년 이 둘은 나란히 아카데미상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동생 폰테인이 수상했다.

두 자매는 1975년 어머니 별세 후 말도 섞지 않았으나 2013년 폰테인이 세상을 떠나자 드 하빌랜드가 “너무 슬프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백 기자 전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