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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영화 제작자 장원석 대표

흥행저조·개봉지연·촬영중단…코로나 3중고에도 韓영화 부활의 선봉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0-06-02 19:25:4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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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개봉 ‘지푸라기’ 호평 불구
- 코로나 여파로 관객 성적 저조
- ‘사라진시간’ ‘침입자’ 개봉 연기
- ‘범죄도시2’ 해외 촬영도 철수
- 여러 악재로 수십억 원 손해 봐

- K-방역으로 세계 유일 촬영
- ‘침입자’ 내일 개봉 ‘큰 도전’
- ‘사라진 시간’ 2주뒤 관객 만남
- ‘보스턴 1947’도 작업 계속
- “관람의 일상화 마중물 되기를”

요즘 영화인들에게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일 자정이 넘으면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들어가 전날 관객 수를 체크하곤 했는데, 요즘은 오전 10시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체크한다. 90% 이상 감소한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아올 날을 기다리는 영화인들의 마음이 그만큼 절박하다.

코로나19로 영화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중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다. 열심히 만들었으나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을 하거나 개봉이 연기된 제작자는 하소연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또한 새 영화를 촬영 중이거나 촬영 준비 중인 제작자는 촬영을 접고 코로나19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촬영 일정이 잡혀 있었다면 현재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중 한 가지 상황에만 처해도 힘든데 이 모든 것을 서너 달 사이 전부 겪은 제작자가 있다. 올해에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 ‘침입자’ ‘사라진 시간’ 등을 제작해 대세 제작자로 불리는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다.

■‘코로나19 3단 콤보’ 제작자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그가 제작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침입자’ ‘사라진 시간’ ‘범죄도시2’ 등이 코로나의 직간접 피해를 받아 ‘코로나19 3단 콤보 제작자’로 불리고 있다. 김정록 기자
장 대표가 제작한 정우성 전도연 주연의 ‘지푸라기’는 지난 2월 18일 호평과 함께 개봉했지만 곧바로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해 개봉 첫 주 이후 관객이 급감하는 시련을 맞았다. 이후 3월 12일 개봉하려던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침입자’는 5월 21일로 1차 연기됐다가 이태원발 집단감염으로 2차 연기 끝에 4일 개봉한다. 마찬가지로 배우 정진영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감독 데뷔작이자 조진웅이 주연을 맡은 ‘사라진 시간’도 개봉 일정보다 한 달 늦은 오는 18일 관객과 만난다. 여기에 베트남 로케이션을 하기로 했던 ‘범죄도시2’는 언제 촬영할 지 기약이 없다. 그나마 하정우 주연의 ‘보스턴 1947’이 호주 촬영을 설 전에 마친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최근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는 “몇 단 콤보인지 모르겠다”며 자조적인 쓴웃음을 지었다. “2월 20일에 국내 첫 사망자가 발표됐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2월 초중순만 해도 ‘지푸라기’를 개봉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개봉 전날 신천지발 확진자가 나오고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됐다. 개봉 결과는 많이 안 좋았고, 그 사이 6개월 전부터 베트남 촬영을 준비했던 ‘범죄도시2’는 피신하다시피 철수했다. 그 과정에서 10억 원 손해를 봤다. 알다시피 ‘침입자’ ‘사라진 시간’도 개봉이 계속 밀려 마케팅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영화계에서 장 대표는 ‘코로나19 3단 콤보 제작자’로 불리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영화인들과 면담을 할 때면 꼭 그를 찾는다.

■K 무비는 촬영 중

   
4일 개봉하는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스릴러 영화 ‘침입자’. 오른쪽 사진은 오는 14일 개봉하는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으로 조진웅이 주연을 맡은 영화 ‘사라진 시간’. 에이스메이커무빅웍스 제공
“제 얼굴을 보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것이다.” 다크서클이 발목까지 내려온 그의 얼굴에서 지난 넉 달 동안 겪은 고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지푸라기’는 너무 아깝다. 영화는 극장이 가장 중요한 플랫폼인데 극장 매출액이 전년대비 마이너스 90%이니 말 다 했다.” ‘지푸라기’는 기자 시사 후 반응이 무척 뜨거웠고, 300~400만 관객은 들 수 있는 영화라고 봤다. 하지만 60만 명을 가까스로 넘은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 영화나 극장이 입은 피해는 관객 수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이 잘 모르는 제작자로서의 힘든 상황은 도처에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촬영 장소 섭외가 안 된다. 관공서나 지하철은 섭외가 안 된다. 공공장소나 도로 촬영은 그나마 몇몇 지자체에서 협조를 해줘서 아주 조심하면서 하고 있다.” 할리우드나 유럽에서는 영화 촬영이 거의 정지된 상태인데 한국 영화는 촬영을 계속하고 있다. “K 무비의 방역 기준을 할리우드에 알려줘야 한다. 아침에 촬영장에 집합하면 전원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또 수시로 손소독제로 씻도록 한다. K 방역에 이어 프로 야구나 프로 축구가 개막해 해외에 중계되면서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영화도 ‘기생충’으로 분위기가 좋았다. 세계에서 거의 우리만 촬영을 하고 있으니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 진출해 주류가 됐으면 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한국 영화의 희망을 보는 장 대표의 시선이다.

■‘침입자’ ‘사라진 시간’ 관객 마중물 되길

‘지푸라기’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할 때 개봉한 마지막 상업영화였다. 이후 상업영화들은 개봉을 미뤄왔다. 하지만 두려움 속에 개봉을 마냥 미루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장 대표는 3월 이후 첫 상업영화 개봉작으로 ‘침입자’를 내놓았다. 그는 “관객은 오지 않고 볼 만한 영화는 개봉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상업영화를 개봉해야 한다. ‘침입자’가 얼어붙은 극장가를 깨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며 설문조사 결과 대중의 90%가 극장을 안 가겠다고 하다가 최근에는 60%까지 줄었다고 덧붙였다. 때맞춰 영화진흥위원회는 6월부터 영화 예매 관객에게 6000원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걱정도 되지만 ‘침입자’가 다시 극장 관람의 일상화가 이뤄지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 큰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장 대표는 1996년 ‘박봉곤가출사건’ 제작부로 충무로 입문해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왕의 남자’(2005) 제작실장을 거쳐 ‘의형제’(2010) ‘최종병기 활’(2011) ‘끝까지 간다’(2014년) ‘악의 연대기’(2015) ‘터널’(2016) ‘범죄도시’(2017) ‘악인전’ ‘롱 리브 더 킹: 목표’ ‘타짜: 원 아이드 잭’(이상 2019) 등과 올해 개봉작을 포함해 30여 편을 제작했다. 25년간 충무로에 있으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겸손과 성실함을 무기로 시련을 이겨왔다. 올해에도 감염병과 정면으로 맞서보려고 용기를 내고 있다. ‘침입자’ 개봉 2주 뒤 ‘사라진 시간’이 관객과 만나며, ‘유체이탈자’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 ‘보스턴 1947’ ‘범죄도시2’ ‘대외비: 권력의 탄생’(가제) 등이 촬영 중이거나 후반작업 중이고, ‘압구정 리포트’가 8월에 크랭크인한다.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예의를 잘 지키고 겸손해야 하고 친절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장 대표는 관객과도 이 정신으로 만나려고 한다. 그래서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라면 믿고 극장을 찾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장 대표는 “저보다 좋지 않은 환경에 놓인 분들이 많아서 저는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침입자’와 ‘사라진 시간’이 그와 영화계에 희망의 빛이 됐으면 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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