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음식 사람 <10> 납작만두

속은 별거 없다만 얇은 피 바싹쫀득…대구 60년 길거리 지킨 소울푸드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26 19:47:23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얇은 피에 당면소 조금 넣은 만두
- 1960·70년대 분식장려운동 때
- 대구 학생·주민 즐겨먹으며 발전
- 대표 향토음식에 당당하게 포함

- 간이 센 매운 양념장 뿌려 먹어
-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풍미 자랑

- 센 불에 구운 미성당 납작만두
- 은근한 불로 만든 교동납작만두
- 당면소 넉넉한 남문납작만두
- 식감 다 달라 다른 음식 먹는 듯

- 닮은 듯 다른 삼각만두도 인기

고등학교 때였다. 밥을 먹고 돌아서면 다시 배가 고팠던, 무쇠도 녹여 먹을 정도로 식욕이 왕성했던 시절이었다. 학교 앞 골목에는 잡채만 약간 들어간 얇은 군만두를 파는 가게가 두어 개 있었는데, 꽤 인기 있는 주전부리였다. 이 군만두집에서 몇몇 친구들과 함께, 당시 돈 1000원으로 군만두 100여 개를 나눠 먹었던 기억이 있다. 무쇠 번철에 기름 넉넉히 둘러 바싹하게 구워내는, 참으로 고숩고 든든한 ‘우리들만의 소중한 끼니’이기도 했다.
미성당 납작만두
대구에도 얇은 피에 당면 소가 소량 들어간 만두가 있다. ‘납작만두’다. 대구 발음으로 ‘납짝만두’라 하기도 하고 ‘납딱만두’라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만두가 납작하다. 그 말은 만두소가 적고 부실하다는 의미. 만두에 만두소가 적게 들어가면 무슨 맛으로 먹을까 의아해 하겠지만, 대구사람들은 이 납작만두를 쫀득하면서도 바싹하고 고소하면서도 담박한 ‘만두피’의 맛으로 먹는다. 식욕 왕성한 학생들이나 군것질거리로 먹을 법하지만, 향토음식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대구의 소울푸드이기도 하다.

교동시장 납작만두.
부산에 부산시 지정 향토음식이 14가지(생선회·동래파전·흑염소불고기·복어요리·곰장어구이·해물탕·아구찜·재첩국·낙지볶음·밀면·돼지국밥·붕어찜)가 있듯, 대구에는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인 대구10미(대구육개장·막창구이·뭉티기·동인동찜갈비·논메기매운탕·복어불고기·누른국수·무침회·야끼우동·납작만두)가 있다. 여기에 당당하게 포함된 음식 중 하나가 ‘납작만두’다.

대구 납작만두는 얇은 만두피에 잘게 썬 당면과 부추를 섞은 소를 소량 넣고 반달 형태로 빚은 뒤, 물에 한 번 삶고 찬물에 식힌 다음 재차 구워서 간장 양념장을 술술 뿌려서 먹는 음식이다. 만두소에 육류가 들어가지 않기에 느끼하지 않고 불에 굽기 때문에 식감이나 고소한 풍미가 남다르다.

서문시장의 한 상인이 납작만두에서 파생된 삼각만두를 굽고 있다.
얼핏 보면 만두소가 부실한 만두, 그것도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나 봄 직한 이 만두가 어떻게 대구의 대표 음식에 포함되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영남일보 이춘호 음식전문기자와 대구의 대표적인 ‘납작만두’를 찾았다.

이 기자는 납작만두가 분식장려 운동으로 등장한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1960, 70년대 전후로 분식장려운동에 발맞춰 서민들이 즐겨 먹으면서 발전된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육도시’라고 불리던 대구에는 수많은 학교가 있었는데, 이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간식문화 또한 발전하게 됩니다. 이때 학교 앞 분식집 인기메뉴였던 납작만두가 대구 전역으로 퍼지게 됩니다.”

마땅한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 싼 가격에 양껏 먹을 수 있었던 납작만두는 밀가루음식을 선호하는 대구사람들의 음식문화와 어우러져 대구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예부터 대구·경북지역에는 반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 칼국수 문화로 ‘밀가루 음식은 고급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남문시장 납작만두
이후 밀가루가 풍족해지자 분식음식시장 또한 크게 발전을 하는데, 특히 한입 가득 식감 좋은 칼국수는 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한다. 이와 더불어 이 납작만두 또한 기존 만두 개념에 칼국수의 식감을 버무려 놓은 듯한, 대구만의 독특한 식문화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게다가 간이 센 대구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간장과 매운 양념을 섞은 양념장을 납작만두 위에 넘치도록 넉넉하게 뿌려먹는 양념문화도 납작만두 정착에 한몫했을 터다.

만두소는 식감을 돋을 뿐 만두피의 맛으로 먹는 납작만두는, 단순한 식재료이기에 오히려 고도의 조리기술이 필요했을 터이다. 만두피의 두께에서부터 만두소에 들어가는 재료와 양, 굽는 시간과 만두를 뒤집어 내는 횟수, 납작만두 위에 뿌려 먹는 양념장 또한 집집마다 각양각색이다. 때문에 대구의 지역별 납작만두가 각기 다르고, 유명 납작만둣집마다 조리법과 먹는 방법을 달리한다.

납작만두의 시작은 납작만두계의 원조이자 대표 격인 분식집 ‘미성당(창업자 고 임창규씨)’이다. 대구사람들 사이에서는 ‘납작만두라고 하면 미성당’을 떠올릴 정도로 특별한 맛과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대구 납작만두는 크게 3종류로 나뉜다. 이 기자는 “납작만두계의 원조 격인 미성당의 ‘미성당납작만두’와 교동시장 먹자골목의 ‘교동납작만두’ 남문시장의 ‘남문납작만두’ 등이 그들로, 모두 피가 얇고 만두소가 단출하면서 번철에 구운 후 간이 센 양념장을 납작만두 위에 뿌려서 먹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이 지니고 있는 세세한 맛과 특징은 각기 다르다. 이들의 현격한 차이점은 우선 만두의 두께. 교동시장의 만두가 가장 얇고 남문시장의 만두가 가장 두껍다. 그만큼 만두에 들어가는 만두소 또한 교동시장, 미성당, 남문시장의 순으로 그 양이 많다. 때문에 식감이 서로 달라 다른 음식을 먹는 것 같다.

굽는 방법도 미성당은 센 불에 뒤집개로 계속해서 뒤집으며 굽고, 교동시장은 은근한 불에 서너 번만 뒤집어서 낸다. 때문에 미성당은 기분 좋은 불내와 균형 잡힌 식감이 좋고, 교동시장은 쫀득쫀득하면서 구수한 맛이 좋다.

양념장도 미성당은 납작만두 위에 대파를 얹어 나오는데, 간장, 고춧가루 등은 개인 취향에 따라 뿌려먹는다. 남문시장은 대파를 넣은 간장을 종지에 따로 담아 준다. 교동시장은 쪽파, 양파, 땡초, 고춧가루를 간장에 섞은 양념장을 만들어 두고 납작만두 위에 넉넉히 뿌려서 낸다.

이 납작만두에서 파생된 만두가 서문시장의 ‘삼각만두’이다. 만두 모양이 삼각형으로 생겼다. 장 보러 온 사람들의 시장기를 속이기 위해 납작만두보다 두껍고 만두소도 넉넉하게 만들었다. 굽는 것도 다른 납작만두에 비해 불을 높여 튀기듯 한다. 마치 중국집의 군만두를 연상케 한다. 삼각만두도 양념장을 만두 위에 넉넉히 뿌려주는데, 땡초를 많이 섞어 간이 좀 더 세고 매운맛이 더하다. 대구사람들의 입맛, 성정과도 꽤 닮았다.

1963년 탄생한 대구의 대표적인 분식, 납작만두. 비록 학생들과 서민들이 주로 먹던 비주류 음식이었지만 60여 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대구사람들의 배를 채워주고 입맛을 기껍게 다스려주던 음식이었다. 이러한 납작만두조차도 그 종류를 분류해 기록하고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대구지역 음식문화의 열의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암반층 가덕, 퇴적층 김해보다 공사 쉽다"
  2. 2“외해 공항건설 전례 있다…‘창이(싱가포르 국제공항)’도 가덕도와 환경 유사”
  3. 3[뉴스 분석] 내신 버리고 ‘수능용 검정고시’ 선택…고교 자퇴생 급증
  4. 4금리 상승기 은행주 날개…BNK 6390원(지난 4일 종가 기준) 고점 경신
  5. 5여당 당정청 출신 총동원, 야당 똘똘 뭉친 보수세력
  6. 6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접종
  7. 7윤석열 사퇴 전보다 대권 지지율 급상승한 여론 조사 발표
  8. 8코로나 백신은 심리 백신? 쇼핑객도, 상춘객도 북새통
  9. 9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정병원 명예원장
  10. 10‘원안위’ 서울 잔류 승인한 정부…원전 안전 의지 없나
  1. 1여당 당정청 출신 총동원, 야당 똘똘 뭉친 보수세력
  2. 2윤석열 사퇴 전보다 대권 지지율 급상승한 여론 조사 발표
  3. 3非文 출신에 현역 지원 없이도, 당원·시민 표심 다 잡았다
  4. 41년 후 대선, 부산·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판 흔든다
  5. 5‘유리 천장’ 못 깬 여야 경선 여성 후보
  6. 6YS 비서로 정계 입문…문재인 정부 첫 해수부장관 역임
  7. 7민주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박형준과 맞대결
  8. 8“부산은 응급환자…말 아닌 행동으로 살려내겠다”
  9. 9부산시장 여야 캠프 몸집 커진다…대권 후보도 전방위 지원
  10. 10국민의힘 부산선대위, 가덕도 땅 투기 진상조사 나선다
  1. 1금리 상승기 은행주 날개…BNK 6390원(지난 4일 종가 기준) 고점 경신
  2. 2‘원안위’ 서울 잔류 승인한 정부…원전 안전 의지 없나
  3. 3연 매출 1000억 넘은 부산 벤처기업 총 26개사
  4. 4고리·신고리 사고·고장만 34건…후쿠시마 10년, 원전안전 요원
  5. 5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화훼농가·전세버스도 검토
  6. 6청년 농업인에 도전하세요…농부사관학교 참가자 모집
  7. 7부산시 정비사업 e-조합 시스템 구축
  8. 8부산 관광업계 “특별재난업종 지정” 호소
  9. 9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 <상> 국내 원전 안전 현주소
  10. 10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발 위기…홍남기, LH 사태 공식사과
  1. 1"암반층 가덕, 퇴적층 김해보다 공사 쉽다"
  2. 2“외해 공항건설 전례 있다…‘창이(싱가포르 국제공항)’도 가덕도와 환경 유사”
  3. 3[뉴스 분석] 내신 버리고 ‘수능용 검정고시’ 선택…고교 자퇴생 급증
  4. 4코로나 백신은 심리 백신? 쇼핑객도, 상춘객도 북새통
  5. 5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정병원 명예원장
  6. 6“한진CY부지, 주변지역 고려 없이 개발”
  7. 7청년과, 나누다 <10>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
  8. 8코로나에 활동 움츠린 구청장들, 공적 알리기 골몰
  9. 9매축지마을 ‘수호 종’ 도난 뒤 끝내 못 찾아…주민이 새 종 달았다
  10. 10청년 지원이냐, 민생 치안이냐…화명1치안센터 활용안 대립각
  1. 1스트레일리 완벽투·프랑코 강속구…롯데 희망 봤다
  2. 2신세계야구단 “쓱 랜더스로 불러주세요”
  3. 3박정인·발렌티노스 ‘골 맛’…페레즈호 첫 승 신고
  4. 4허훈·양홍석 쌍포 침묵…kt, 4연승 다음 기약
  5. 5이대호·손아섭·민병헌 39억 깎았더니, 거인 연봉순위 8위(작년엔 1위) 추락
  6. 6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7> 정신 부산야구소프트볼협회장
  7. 7‘고수를 찾아서 2’ 부산 유일 국궁 9단 명궁 장오현
  8. 8교체 출전 황희찬 6개월 만에 골 맛
  9. 9김광현 첫 시범경기 4실점 부진
  10. 10박세웅 150㎞ 직구·나승엽 안타…롯데 첫 단추 잘 뀄다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장현정 작가의 인물 에세이 ‘이수현, 1월의 햇살’
부산 관광…예술로 리디자인
관광기념품의 힘을 보여줘
리뷰 [전체보기]
‘메모리’ 한국어 제창 때 가장 큰 박수…그리자벨라 독창엔 전율
두 막장 대모 귀환…‘마라맛’ 전개 여전한데 스토리 헐거워
새 책 [전체보기]
내몸내뼈(황신언 지음·진실희 옮김) 外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미야자키 마사카츠, 옮긴이 장하나)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다양한 경력 소유자들 사업 도전
교권 침해 대처할 현실적 방안은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겨울’-전영근 作
‘Migrants’ - 손봉채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봄 저녁 /전연희
간이역 /김일우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종영 ‘산후조리원’의 엄지원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미나리’ 한예리
‘승리호’ 조성희 감독 & 송중기
이원 기자의 클래식 人 a view [전체보기]
피아니스트 랑랑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올해 예능 트렌드는 공감과 힐링 두 토끼 잡기
K 무비·드라마 성공비결은 한국적 서사와 홍보전략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K-무비서 사라져가는 영상 문법들
우주서 화려한 영상미 얻고 연출력을 잃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9월 29일
묘수풀이 - 2020년 9월 28일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3월 8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3월 4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3월 8일(음력 1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1년 3월 4일(음력 1월 21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① HLKZ-TV ‘천국의 문’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인간관계에 관한 ‘천자문’ 한 구절의 가르침
당나라의 관료 육지가 황제에게 올린 직언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