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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44> 언양 소머리국밥

소머리 10시간 끓여낸 국물 깊고 담백… 수육은 12가지 맛의 향연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10 19:31:0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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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양 일제강점기 도축장 성업
- 1960년대엔 광산개발 등 붐
- 전국서 사람들 몰려들던 고장

- 민족 지혜와 알뜰함 담아낸
- 서민 보양식으로 장터서 인기

- 대파·무·마늘 등을 함께 넣고
- 가마솥에 푹 고아 비린내 잡아

- 볼살 껍질 부분은 쫀득쫀득
- 볼 안쪽 부분은 부드럽고 고소
- 혀살은 야들야들 풍미 가득
- 부위마다 오만가지 식감 즐겨
- 양념장 넣으면 매콤함까지

울산 울주군 언양읍은 예부터 한우 사육과 더불어 소시장이 크게 열리던 지역이었다. 그 때문에 품질 좋은 소고기 또한 많이 생산·보급하던 곳이기도 했다. 특히 언양 장을 중심으로 도축하고 난 소의 부산물을 이용한 음식들이 개발되는데, 그중 소대가리를 푹 고듯이 삶아서 조리해내는 소머리국밥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던 장터 음식 중 하나였다.

일제강점기부터 언양에는 도축장과 정육점이 성업했고, 196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자수정 광산 개발로 인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언양으로 몰려들었다. 개발 붐을 타고 언양의 경기 또한 크게 나아져 소고기 소비 또한 급격하게 늘어났다.

벌이가 넉넉한 이들은 연탄불에 은근하게 구워내는 언양식 ‘석쇠 소불고기’로 입맛을 돋웠고, 노동자나 서민들은 소대가리 등 부산물을 장만하여 오래도록 끓여낸 ‘소머리국밥’을 먹게 되었다.

■1960년대 개발붐 타고 유명세

울산 울주군 언양읍 언양 장터에서 사랑받고 있는 소머리국밥.
국물은 담백하면서 구수하고, 고기는 쫀득하면서 찰기가 있는 언양장터의 소머리국밥은 오래전 언양장터의 별미로 자리 잡았었지만 이 시기를 거치며 전국적으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된다.

요즘도 ‘소머리국밥 한 그릇 먹으러 언양 장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양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음식으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양도 넉넉해서 영남알프스 능선을 따라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에게도 따뜻한 한 끼의 식사를 푸근하게 대접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먹방의 영향으로 장터의 원조 격인 소머리국밥집은 장날 점심때면 오래도록 줄을 서야 겨우 한 그릇 먹을 수 있을 정도이고, 주변에 고만고만한 유사한 국밥집들이 들어서 명실상부한 소머리국밥 장터로 활기를 띠고 있다.

오랜만에 들른 언양장터를 어슬렁거리며 장 구경을 한다. 마침 장터 한쪽에서 한 아낙이 갓 삶은 소머리를 한창 해체하고 있다. 오래 해왔던 작업인 듯 손길이 능숙하고 거침이 없다. 뜨거운 김이 슬슬 오르는 소머리를 뼈와 뼈 사이로 요령껏 분리하여 먹음직한 소머리 수육으로 장만하는 것이다.

아낙의 손길에 따라 고기와 뼈가 결 따라 착착 분리된다. 보기에도 탱글탱글하면서 부드러운 소머리 수육의 질감이 느껴진다. “이 소대가리에서 대여섯 가지 부위를 수육으로 장만해 내고 있어요.” 아낙의 말이다.

■다양한 맛을 내는 소머리 고기

삶은 소머리 수육을 장만하는 모습.
일제강점기 재야 지식인이었던 이용기 선생이 편찬하여, 우리나라 근대 3대 요리책 중 하나로 평가를 받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의 ‘쇠머리 편육’ 편을 살펴보면 ‘쇠머리에는 12가지 맛이 있다’며 그중에 ‘소 혀’와 ‘소 혀 밑 살’ 등이 상급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언양 장의 소머리국밥 원조 격인 식당을 찾았다. 오후 1시가 지났는데도 길게 줄을 섰다. 자리를 잡고 ‘소머리곰탕’과 ‘소머리 수육 백반’을 주문한다. 곧이어 대파를 동동 띄운 곰탕과 먹음직한 수육이 한 접시 차려진다.

슬슬 끓는 곰탕을 한술 뜬다. 진하다. 국물이 진해 입술이 서로 붙을 정도다. 온 입안을 감싸는 감칠맛은 그야말로 온 침샘을 폭발하듯 자극한다. 그런데도 국물 본연의 뒷맛은 개운하고 담백하다. 그러하기에 질리지 않고 계속 숟가락을 들게 하는 매력을 가진다. 뜨거운 국물이 추운 날씨에 얼어있던 몸을 일시에 녹이는 것도 흔쾌하다.

수육은 소머리에서 나오는 다양한 육질과 식감을 맛볼 수 있도록 부위별로 장만해 한 접시에 담았다. ‘볼살’ 껍질 부분은 쫀득쫀득하고 안쪽 부분은 부드러우면서 고숩다. ‘혀 살’은 연하고 야들야들하면서도 풍미가 좋다. 잘 썰어놓으면 수육 한 점에 오들오들 쫀득쫀득 보들보들 미끈미끈. 별별 식감과 각기 다른 풍미를 접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지난한 과정 속, 진한 국물 맛 일품

몇몇 이들에게 소머리국밥을 내기 위한 지난한 작업을 전해 듣는다. 우선 좋은 소대가리를 큰 가마솥에 넣고 비린내를 잡기 위해 대파, 무, 마늘 등속을 함께 넣고 푹 삶는다. 7~10시간 정도로 고면서 국물 위로 뜨는 기름을 제거한다. 그리고 잘 삶아진 소대가리를 해체하여 수육용 고기를 장만한다. 이렇게 고기를 준비해놓고 주문대로 뚝배기에 고기와 사골국물을 부어 끓이다가 대파를 넣고 밥과 함께 내면 든든한 언양 소머리국밥이 상에 오르는 것이다.

언양 소머리국밥은 국밥과 함께 하는 김치 또한 서로 잘 어울린다. 배추김치와 깍두기 2종을 내는데, 배추김치는 배추의 사각대는 조직감이 살아있으면서도 양념이 김치 속으로 잘 스며들어 시원하고 맛의 깊이가 있다. 깍두기도 입안을 개운하게 가셔주는 역할을 해 다시 짙은 풍미의 수육에 젓가락질하게끔 한다.

마지막으로 국물을 반쯤 먹고 난 후 양념장을 풀어서 한 숟갈 떠본다. 국물 맛이 전혀 다르게 변신을 한다. 맛의 진폭이 더욱더 넓어졌다고나 할까? 더 구수해지면서 감칠맛은 살아나고 약간의 매콤한 맛이 추가돼 개운해지기도 한다. 오랜 상차림에서 오는 세세함의 깊이가 남다르다.

우리네 서민들에게는 아주 친숙하고 정겨운 음식, 장터국밥. 그중에서도 우시장이나 도축장이 있는 지역이면 흔히 맛볼 수 있는 선지 소고기국밥과 소머리국밥. 특히 소대가리는 예로부터 서민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보양과 미식의 식재료였다.

소머리 부위에서 발라낸 다양한 맛과 식감의 고기를, 구워먹고 삶아먹고 국밥에 말아먹고 편육으로 만들어 먹었던 우리 민족의 지혜와 알뜰함이 엿보이는 소머리고기. 한 겨울을 든든하게 지내는 음식이기도 하겠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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