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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겨울왕국 2’ 이현민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포기 않는 안나 만들고 닮은 그녀… “엄마, 저 디즈니 가족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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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애니에 빠져 살던 소녀
- 고 3때 돌아가신 엄마 응원에
- 천문학 전공하다 미국 유학
- 애니메이션 명문 칼아츠 졸업

- ‘주토피아’ ‘모아나’ ‘주먹왕 랄프’
- 엘사 ‘렛 잇 고’ 노래하는 장면 등
- 디즈니 애니메이터로 다수 작업
- 2편선 안나 캐릭터 총괄로 승격

- “아이들, 캐릭터 존재한다 믿고
- 가족·친구처럼 사랑해줘 감격”

2017년 말,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초등학생 때부터 꿈꿨던 소녀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현민, 안나를 너에게 맡겨줄게.” 그 한 마디가 애니메이터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해온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이현민(37)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난 이 슈퍼바이저는 “1편에서 안나의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를 했던 선배가 2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총괄하게 됐고, ‘안나를 줄게’라며 바통터치를 했다. 디즈니의 회사 분위기는 오래 다닐수록 가족같이 챙겨주고 이끌어주는 면이 있다. 당시 선배는 마치 동생에게 넘겨주듯 말했다. 그 말에 너무 기뻤고, 영광이었다”며 2년 전 겨울을 떠올렸다.

이 슈퍼바이저가 2년간 안나 캐릭터의 비주얼 개발과 CG 캐릭터 애니메이션 작업에 정열을 쏟아부었던 ‘겨울왕국 2’는 지난달 21일 개봉해 지난 2일까지 878만 관객을 기록해 1편에 이어 다시 한 번 1000만 관객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왕국’과의 만남, 그리고 안나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해 애니메이터의 꿈을 꿈꿔온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이현민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겨울왕국 2’에서 안나 캐릭터를 담당해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 슈퍼바이저와 ‘겨울왕국’의 만남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편은 애니메이터로 참여해 여러 장면을 그렸지만 그중 대표적인 장면이 엘사가 ‘렛 잇 고(Let it go)’를 부르는 장면이다.”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주토피아’ ‘모아나’ 등을 작업했으며, ‘겨울왕국 2’에서 안나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을 책임지는 슈퍼바이저 자리에 올랐다. “‘겨울왕국 2’에 참여한 전체 애니메이터는 80, 90명 정도다. 그중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이 슈퍼바이저를 맡게 된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슈퍼바이저 임무를 맡길 만큼 실력과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뜻일 터다.

“디즈니는 여러 부서로 나뉘어 있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된다. 안나 역시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사람부터 의상 디자인, 모션 담당자 등이 다 따로 있다. 이들과 함께 안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동작을 하고,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디자인하고 연구했다. 여러 명이 함께 작업했지만 안나라는 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통일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슈퍼바이저의 임무다.”

안나 캐릭터를 책임진 이 슈퍼바이저는 1편 이후 한층 성장한 안나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했다. 그래서 외적으로는 어려 보이는 두 갈래머리와 얼굴에 조금씩 변화를 줬다. 하지만 외적 변화보다는 환경 변화에 따른 안나의 내적 성장에 더 신경을 썼다. “1편에서 안나는 언니 엘사와 떨어진 이후 혼자서 굳세게 자란 인물이다. 2편에서는 엘사와 안나의 역할이 바뀐다. 생각이 많던 엘사가 행동파 여성으로 변화했다면, 돌아보지 않고 직진만 하던 안나는 걱정이 많아졌다. 언니에 대한 걱정도 많아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잃을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항상 씩씩하고 밝은 안나가 위기 상황에서 내면의 힘을 믿고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겨울왕국 2’에서 가장 의미를 두는 장면은 올라프와 동굴에 들어간 안나가 위기를 딛고 일어나는 장면이다. “누구나 혼자 딛고 올라가야 하는 고비가 있다. 그런 일들은 인생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안나는 절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용기를 내서 동굴 벽을 올라가는데, 모든 분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안나가 ‘더 넥스트 라이트 띵(The next right thing’)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 또한 그 장면에서 대학교 1학년 때 가족과 떨어져 미국에서 혼자 살아야 했던 힘든 시기의 제 모습을 떠올렸다.”

엘사, 올라프, 크리스토프, 스벤이 모두 떠난 상황에서 홀로 남겨진 안나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긍정적인 생각과 사랑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 슈퍼바이저에겐 힘든 상황에서 용기를 내게 했던 어떤 내면의 힘이 있었을까? 그녀의 대답은 “어머니”였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가 지금까지 열정을 갖고 애니메이터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애니메이터와 돌아가신 어머니

   
이현민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의 손으로 완성된 ‘겨울왕국 2’의 안나 캐릭터. 이 슈퍼바이저는 안나가 지닌 내면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 2’의 엔드 크레디트에 올라오는 ‘Animation Supevisor-Hyun Min Lee’라는 글자를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님이 보신다면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슈퍼바이저 자리에 오른 딸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하셨을 것이다. 그가 고등학생일 때 위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는 고3 때 대학교 특차 합격자 발표 이후 돌아가셨고, 이 슈퍼바이저는 국내 대학에 입학했다.

“어려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커서 만화가가 돼서 애니메이션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림은 좋아했지만 순수 미술과는 적성이 맞지 않아서 포기하고 이과 공부를 해서 대학도 천문학과에 입학했다. 고3 때 어머니는 미국의 미술 학교도 알아보라며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결국 대학교 1학년을 다니던 중 미국 동부의 웨슬리언 대학교에서 합격 소식이 들려와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을 전공했다.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며 애니메이션계의 명문인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CalArts)를 졸업했다. 직접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체스트넛 트리’는 애니 어워드 2개 부문(단편 작품상, 애니메이션 아티스트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에 디즈니 재능 계발 프로그램에 합격해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공주와 개구리’를 시작으로 ‘곰돌이 푸’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애니메이션에 참여했으며, ‘겨울왕국2’로 슈퍼바이저 자리에 올랐다.

“언니 오빠와 ‘겨울왕국 2는 어머니께서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하며 울기도 했다.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꿈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셨고, 마지막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셨다.”

■디즈니와 이현민의 꿈

몇 해 전 미국 버뱅크의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애니메이터의 꿈을 위해 일하고 있는 디즈니 직원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에게 ‘디즈니는 어떤 회사냐?’고 물었더니 밝은 웃음과 함께 엄지 척을 해 보였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디즈니는 꿈의 직장이라 할 수 있다.

“저를 포함해 디즈니에 있는 분들은 ‘디즈니’라는 브랜드의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고 디즈니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있다. 작품을 만들 때 잠깐의 재미보다는 몇 십 년 후에 봐도 공감하고 재미있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사랑이나 가족애처럼 변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덕목을 지켜나가려고 한다. 내가 지금 좀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만들었을 때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동기 부여가 된다.”

이 슈퍼바이저는 바쁜 한국 일정을 마치고 미국 버뱅크의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로 돌아갔다. “안나, 엘사, 올라프 등의 캐릭터들을 아이들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고, 그들을 가족, 친구처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때 감격스럽다.”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질 다음 캐릭터가 기다려진다.

▶이현민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는

-1981년생

-웨슬리언 대학교, 칼아츠 졸업.

-2007년 월트디즈니 입사

   
-‘공주와 개구리’를 시작으로 ‘곰돌이 푸’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 ‘페이퍼맨’‘겨울왕국 2’ 등 참여.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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