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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42> 남원 추어밥상

뻑뻑하고 얼큰한 남원 추어탕… 인구 8만 도시에 추어 식당만 100여 곳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12 19:23:4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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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꾸라지 살기 적합하고
- 지리산 고랭지 우거지·젠피 많아
- 추어 음식 발달하기
- 더없이 좋은 환경의 남원

- 사골 육수 들어가는 서울식
- 얼갈이 배추·숙주 넣고
- 산초·방아로 향 내서 끓인
- 맑은 경상도식과 달리

- 된장 버무린 우거지에
- 고춧가루·들깨가루 풀고
- 젠피 넣는 남원식 추어탕

- 추어 숙회·추어 깻잎 튀김까지
- 한상 차린 鰍魚(추어) 밥상
- 그야말로 秋魚밥상

깊은 가을에 먹어야 제대로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상위에 드는 음식이 추어 음식이다. 추어(鰍魚). 미꾸라지, 미꾸리의 한자어이다. 고기 어(魚) 변에 가을 추(秋) 자가 붙었다. 글자 자체가 가을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추어는 예부터 가을에 먹어야 맛있는 음식으로 회자되고 있다. 농경 시절 추어 음식은 한 해의 농사를 다 끝낸 후, 가을걷이에 쏟아부었던 기력을 보충하고 겨울을 든든하게 나기 위해 조리해 먹던 계절 보양식이었다.

게다가 가을이 되면 미꾸라지는 동면을 위한 먹이활동이 왕성해져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체내에 영양성분을 가득 채운다. 그러하기에 지천에 있는 미꾸라지를 잡아 가을걷이 후 먹는 미꾸라지 음식은, 농민들에게 있어 ‘하늘이 주신 최고의 가을 음식’이었을 것이다.
   
미꾸라지를 투박하게 갈아 만든 남원식 추어탕.
■추어(鰍魚), 가을(秋)에 먹어야 맛있는 고기(魚)

미꾸라지는 기름종개 과에 딸린 민물고기. 몸길이는 20㎝ 내외로, 가늘고 길며 진액으로 뒤덮여 있어 미끌미끌하다. 논이나 얕은 웅덩이의 진흙 속에 살면서,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를 하루에 1000여 마리씩을 먹어 치우는 모기의 천적이기도 하다.

미꾸라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어족이다. 물이 마른 논바닥이나 진흙 속에서도 오래도록 견뎌낼 수 있다. 다른 어족과 달리 아가미로도 호흡하지만 유사시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셔 장으로도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오랜 가뭄 속, 물이 말라있는 무논이나 웅덩이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꾸라지의 건강한 생명력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미꾸라지를 먹었던 셈이다.

미꾸라지로 만들어 먹는 음식 또한 다양하다. 가을 보양식으로 익숙한 추어탕을 비롯해 찜이나 숙회, 튀김 등으로도 널리 먹는다. 특히 추어탕은 전 국민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여느 지역이라도 쉽게 맛볼 수 있는 대중 음식이기도 하다.

■추어탕, 지역마다 조리방식이 서로 달라 독특

   
추어 숙회는 작은 미꾸리를 이용해 양념으로 찜을 한다.
추어탕은 지역에 따라 조리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점이 독특하다. 지역별로 크게 나누면 서울식과 전라도식, 경상도식과 강원도식으로 구분된다. 요즘은 독특한 조리법으로 유명한 전북 남원의 추어탕을 남원식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서울식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익혀 그 형체를 그대로 유지하여 내는데, 사골과 내장으로 끓인 육수에 두부, 버섯 등을 큼직큼직 썰어 넣어 음식을 낸다. 전라도식은 미꾸라지를 푹 삶아 뼈를 걸러낸 국물에 된장으로 버무린 우거지와 고춧가루, 들깻가루 등을 풀어 걸쭉하게 끓이고 젠피(초피)를 넣어 매운맛을 낸다.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걸러낸 육수에 얼갈이배추, 토란 줄기, 숙주나물 등 각종 야채를 듬뿍 넣어 맑게 끓여서 먹는 이의 입맛에 따라 다진 청양고추와 마늘, 방아 잎, 산초(초피) 등을 넣어 먹는다. 강원도식은 미꾸라지를 푹 삶아 뼈를 걸러낸 육수에 보리쌀 가루로 구수하게 담근 고추장을 풀고, 갖은 나물을 넣고 끓여낸다. 수제비를 떠 넣기도 한다.

남원은 ‘추어탕의 도시’이다. 인구 8만 명의 도시에 어엿한 ‘추어탕 거리’가 있고, 음으로 양으로 운영하는 추어 관련 음식점만도 100여 개소에 달하는 곳이 남원이다. 천거동 추어탕 삼거리 다리 옆에서 천막을 쳐놓고 추어탕을 팔았던 때가 1959년이라고 하니 그 세월도 벌써 60년이 지나간다. 남원은 섬진강 물줄기가 남원 곳곳을 누비듯 흐르며 미꾸라지를 풀어 키우고, 인근 지리산 자락에선 고랭지 우거지와 젠피(초피)를 거둬들이기에 추어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러하기에 옛 남원에는 추어 음식을 ‘미꾸리’와 ‘미꾸라지’로 나누어 조리할 정도로 추어 음식이 발달을 했던 곳이다. 추어 숙회 등 ‘미꾸라지를 통째 쓰는 요리’에는 ‘미꾸리’를, ‘갈아서 쓰는 추어탕’ 등에는 ‘미꾸라지’를 사용하는 식이다. 남원사람들 말로는 미꾸리는 몸체가 둥글어 ‘둥글이’로, 미꾸라지는 넓적해서 ‘넙죽이’로 구분하여 불렀다고 한다. 맛은 미꾸리가 단연 위에 선단다.

■‘추어탕의 도시’ 남원, 다양한 추어 음식 선봬

   
여러 채소와 곁들여 먹는 추어 숙회.
개업 60여 년 된 원조 추어탕집에서 추어 밥상을 받는다. 음식이 오기 전 지리산 도토리로 쑨 도토리묵을 내주는데, 참기름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하고 쌉싸래하면서 차지다. 쌉쌀한 맛의 어우러짐이 식전 음식으로 일품이다.

추어 숙회와 미꾸라지 깻잎 튀김, 추어탕 등이 속속 식탁에 놓인다. 추어 숙회는 5㎝ 내외의 작은 미꾸리를 이용해 양념으로 찜을 한다. 갖은 채소 위에 미꾸리를 올리고, 그 위에 부추를 이불 덮듯 올렸다. 아작아작한 잔뼈가 씹히는 식감이 경쾌하다. 그리고 깊은 구수함이 민물 생선 특유의 진한 맛과 함께 다가온다. 그냥 먹으면 미꾸라지 본연의 맛을 볼 수가 있고, 부추와 곁들여 먹으면 부추의 향긋한 맛과 조화를 이뤄 더욱 깊은 맛의 추어 숙회를 먹을 수 있다. 매실장아찌와 함께 싸 먹으면 아삭아삭한 식감과 상쾌한 맛을 즐길 수가 있겠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투박하게 갈아 산골식 추어탕 맛이다. 무청을 말린 우거지와 대파, 들깻가루가 들어가고, 굵은 고춧가루 양념이 들어가서 투박한 듯 보이지만, 그 국물은 구수하기 이를 데 없다. 젠피 향이 끝까지 풍성한 향을 자아내며 상쾌한 맛을 유지해 준다.

미꾸라지 튀김은 깻잎에 미꾸라지를 말아 얇게 튀김옷을 입혀 튀겨냈다. 바싹바싹하고 고소한 것이 아이들도 좋아하겠다. 자칫 기름진 맛을 깻잎이 막아주면서도 미꾸라지 특유의 냄새를 가셔주는 역할도 한다.

매실장아찌 또한 근사하다. 자색 양배추와 양파, 홍당무 등을 채 썰어 매실과 함께 버무렸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아삭아삭하니 상쾌해 음식 중간마다 입 다심용으로도 좋겠다. 그리고 추어 숙회를 깻잎이나 상추에 싸 먹을 때 함께 올려 먹으면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된다.

   
추어탕은 가히 전국구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다. 그렇지만 지역마다 각기 다른 독특한 조리법의 ‘추어탕’으로 존재한다. 이는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식재료, 그 지역 사람들의 음식문화를 기반으로 해서 정착,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남원 추어 음식은 그 지역 음식문화에 특히 충실했다 하겠기에 더욱 기꺼운 음식이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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