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와 상영 영화의전당 일원화
- 남포동 등 시민 참여기회는 늘려
- 예산 11년째 동결… 생존 건 시도
- 소음문제 심각, 도로 지하화 절실
- 좋은 변화 내년까지 잘 이어지면
- 미래 10년 이끌 동력 마련될 것”

‘다이빙벨’ 사태로 풍파를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해 정상화 원년을 선포하고 다시 뛸 준비를 마쳤다. 24회째인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용관 BIFF 이사장은 개막을 앞두고 2일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10개 중 9개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변화가 내년까지 잘 이어지면 미래 10년을 이끌어갈 동력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포스터 앞에 선 이용관 이사장. 재도약을 위해 다양한 변화와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데 개막 전 태풍에 대비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이 이사장의 얼굴은 약간 피곤해 보였다. 올해도 반갑지 않은 손님인 태풍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며칠째 태풍에 대비하느라 비상 대책회의와 점검이 끊이지 않았다. BIFF는 최근 몇 년 동안 태풍으로 행사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개막식부터 제18호 태풍 ‘미탁’이 올 가능성이 높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구조물 철거와 재설치도 힘들지만 게스트 참석 불가가 더 큰 문제다. 프로그램과 행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매년 태풍으로 진을 빼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화제 기간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는 “초기에는 9월에 태풍이 와서 10월로 옮겼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이제 10월에 많이 오는데 국제 영화제 기간이 다 정해져 있어 시기를 바꾸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BIFF는 올해 많은 변화를 감행했다. 가장 먼저 사무국 조직을 개편하고 신규 프로그래머를 대거 영입했다. 장소에도 큰 변화를 줬다. 해운대 해변에 있던 야외무대 행사장 비프빌리지를 영화의전당으로 옮겨 행사와 상영이 한 곳에 집중될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필름마켓(AFM)은 토탈 마켓으로 확장한다. 이 이사장은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다 보니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11년째 예산이 동결된 상태에서 보면 생존을 건 시도였다”며 “결과가 나와봐야 알지만 지금까지 나오는 평가와 반응이 긍정적이라 자신감이 붙었다. 내년까지 잘 치르면 완전한 탈바꿈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준비가 가능했던 이유로 인적 네트워크 재구성을 꼽았다. 이 이사장은 “과제를 수행하려면 조직 개편과 인재 수혈이 필요한데, 프로그래머 교체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다.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이 워낙 많은 부분을 담당해 이를 분산하는 것과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느슨해진 영화계 인적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올해는 어느 때보다 탄탄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BIFF는 올해 처음으로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한다. 개막식 진행 중 영화의전당 일대 도로를 통제해 주변을 ‘열린 광장’으로 만들고 시민의 반응을 살핀 뒤 영화의전당 앞 도로 지하화를 공론화할 생각이다. “도로를 지하화하는 것은 10년 전부터 나온 부산시의 계획이다. 모두가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짧게라도 시험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하나씩 테스트해보자는 취지로 시도하게 됐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음 문제도 크다. 전 세계적으로 소음이 들리는 영화제는 BIFF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재도약이라는 말에 걸맞게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며 “올해 BIFF는 영화의전당·남포동·부산시민공원 세 군데서 열리니 시민들이 참여할 기회가 많을 것 같다. 많이 참여하고 즐겨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