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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35> 울릉도 홍합밥과 따개비칼국수

곡식 부족해 해물 섞어 해결하던 끼니… 이젠 울릉도 대표 별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30 18:50:4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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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거친 환경 탓 식량상황 열악
- 쌀 한되 못 먹고 시집간단 옛말도
- 손님밥상 올리던 음식 널리 퍼져

- 동해바다 향 가득 머금은 홍합밥
- 참기름에 볶아 그윽하고 진한 맛
- 명이 등 지역 산나물로 밑반찬
- 담박하고 고소한 향토음식 한 상

- 울릉도 자연 담은 따개비칼국수
- 따개비 아닌 삿갓조개가 주재료
- 쫀득한 면발과 전복맛의 조갯살
- 담박한 국물은 먹을수록 풍미

울릉도는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어, 깨끗하고 건강한 자연 그대로의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그러나 육지와 멀리 떨어진, 난바다 위 작은 섬이란 거친 환경 때문에 주식인 곡식을 자급자족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해서 ‘울릉도 처녀들은 쌀 한 되 채 먹어 보지 못하고 시집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량 상태가 열악했다. 그런 사정으로 적은 곡식으로 여러 식구가 끼니를 이어가다 보니 섬에서 나는 다양한 해산물이나 산나물 등 식재료를 함께 섞어 ‘밥을 늘려서 먹는’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따개비칼국수에는 ‘삿갓조개’가 들어가는데 호박 감자 등 신선한 ‘울릉도 자연’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왼쪽), 울릉도 홍합밥은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함께 바다 향도 물씬 나는 맛있는 밥이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곰피와 비슷한 해조류인 대황으로 지은 ‘대황밥’, ‘산마늘’이라 불리는 명이나물을 섞어서 만든 ‘명이밥’, 홍합을 잘게 썰어서 밥을 지은 ‘홍합밥’, 무를 썰어 넣고 밥을 늘려 먹었던 ‘무밥’ 등이 그것이다.

■관광객 입맛까지 사로잡다

그중 ‘홍합밥’과 ‘따개비칼국수’는 울릉도 주민이 별미로 해 먹던 음식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울릉도 대표 관광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 연유는 관광객을 상대로 민박을 하던 집 안주인이 어쩌다 손님 밥상에 올린 홍합밥과 따개비칼국수가 널리 퍼지게 된 것.

‘울릉도 홍합’은 갯바위에 사는 우리 토종 생물로, 접착성이 강한 족사(足絲)를 이용해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군집을 이루고 산다. 껍데기가 붉은색을 띠기에 ‘홍합’이라 하는데, 지역에 따라 ‘열합’ ‘합자’ ‘섭’ ‘오배기’라 불리며, 삶거나 쪄서 말린 것은 담채(淡菜)라고 부른다.

수심 20m 이상 되는 바닷속에 서식하는데, 해녀들이 잠수해서 직접 손으로 채취한다. 껍데기에 각종 해조류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울릉도 홍합은 홍합탕을 주로 해 먹는 외래종 ‘진주담치’보다 껍데기와 알이 굵고 식감이 쫄깃해서 석쇠에 통째로 구워서 먹거나 전골이나 산적 등 다양한 요리에 널리 쓴다. 향이 그윽하고 맛이 깊고 진하다.

■동해 내음 넘실넘실

울릉도 홍합밥은 밥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쌀을 안쳐 고슬고슬하게 밥을 지어 먹는데, 고소하면서 바다 향이 물씬 풍겨 많은 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홍합밥을 한 상 받으면 우선 밥상 위로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살짝 난다. 이어 담백한 밥 냄새와 상큼한 해물 냄새가 물씬 풍긴다.

홍합밥을 살펴보면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 위로 빨간 홍합 살이 군데군데 얼굴을 내밀어 식욕을 자극하고, 그 사이로 맑고 깨끗한 동해 바다 냄새가 넘실넘실 밀려온다. 이 홍합밥에다 바싹하게 구운 김과 양념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울릉도 최고의 풍미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반찬은 울릉도에서 나는 산나물로 정갈하게 장만한다. 울릉도 산나물은 청량한 공기 속 깊고 우거진 산간에서 자라기에 ‘약초’라고 불릴 정도로 약성이나 맛이 뛰어나다. 미역취, 부지깽이, 참나물, 명이, 고비 등이 대표적인 산나물이다.

반찬 접시에는 부지깽이나물과 미역취, 명이나물 등 울릉도 사람들이 끼니마다 빠뜨리지 않고 상에 올리는 산나물이 소박하게 담겨 있다. 더덕과 도라지무침 등도 또한 오롯하다. 홍합밥 옆으로는 들큼한 돌미역국도 한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담박하면서도 고스란한 밥상이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다.

홍합. 중년 이상이 된 이들에게 홍합은 ‘담치’ ‘담치국’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포장마차의 싸고 푸짐하고 기꺼운 술안주로 반추되는 것이다. 대학 시절 호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은 ‘담치국’ 한 그릇 시켜놓고 담치 국물로 ‘깡소주 ’같이 쓴 소주를 마셨던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잊힌 듯 수십 년이 지나고 다시 홍합을 만나게 된 것이 울릉도 도동항의 홍합밥에서였다. 울릉도 홍합밥은 그렇게 중년의 사람들에게 아주 그럴싸한 고급 향토 음식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따개비 아닌 삿갓조개 들어가

울릉도 홍합밥과 더불어 요즘 유명세를 누리는 음식이 ‘따개비칼국수’이다. 울릉도 따개비칼국수에는 ‘따개비’가 안 들어간다. 따개비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삿갓조개’라고 불리는 복족류(腹足類) 조개이다. 보통 2, 3㎝ 정도 크기이나 삼계탕용 전복이나 오분자기(떡조개) 정도로 큰 놈도 있다.

‘삿갓조개’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조간대의 갯바위에 붙어 서식하는데, 그 모양이 원추형 삿갓처럼 생겼다 하여 ‘삿갓조개’라 부른다. 밀물 때는 갯바위에 꼭 붙어 있다가 썰물 때 몸체와 붙어있는 복족(腹足)을 이용해 기어 다니며 바닷말, 이끼 등을 먹고 산다.

울릉도에서 이 ‘삿갓조개’를 흔히들 ‘따개비’라고 부르고 있는데, 육지 것보다 몸통이 크고 육질도 쫄깃해, 먹어 보면 전복 맛이 난다. 어떤 이는 전복보다 맛있다며 더 좋아하기도 한다. 이 삿갓조개로 울릉도에서는 따개비죽, 따개비국수, 따개비밥 등을 만들어 먹는다.

홍합밥처럼 삿갓조개로 밥을 지으면 ‘따개비밥’이 되고, 칼국수와 함께 끓여내면 ‘따개비칼국수’가 된다. 특히 따개비칼국수는 국물이 걸쭉하면서도 시원할 뿐 아니라 칼국수 면 사이로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삿갓조개의 살이 아주 흔쾌해 사랑받는 음식이다.

따개비칼국수 국물을 한입 떠먹어 보면 따개비와 호박, 감자 등속의 신선한 울릉도 자연이 한입에 다 들어오는 건강한 느낌이다. 처음에는 싱겁다 싶을 정도로 담박하다. 그러나 계속 떠먹을수록 깊은 해물 냄새와 울릉도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울릉도산 따개비도 큼지막한 것이 가득 들어가 있어, 쫄깃한 칼국수와 함께 씹으면 쫀득쫀득 그저 그만이다. 칼국수 면 안에 울릉도 산나물 생즙을 넣고 반죽하여 쓰는 곳도 있기에 울릉도 자연의 맛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도 있다.

■즐겨 보자! 울릉도의 맛

몇 년 전, 대마도에서 조엄의 고구마 반입 루트에 대해 취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나쓰라(女連)’ 해변에서 삿갓조개를 안주 삼아 고구마 소주를 마신 적이 있다. 그 크기가 거의 작은 전복만 해서 열 마리쯤으로도 넉넉한 술자리를 기껍게 가졌다. 쫀득하면서도 아삭하고,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씹히는 식감이 꽤나 흥미롭고 아주 인상 깊었다.

아직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의 광활함과 풍성한 먹거리가 거리낌 없이 펼쳐지는 곳. 우리 전통의 음식 문화가 고스란하고 원만구족한 사람들의 마음씨와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자연주의 먹거리가 착하게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울릉도이다.

이번 여름에는 우리 땅 울릉도, 독도에서 우리 전통의 먹거리 문화를 진하게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독도 인근에서만 어획되는 우리나라 ‘독도새우’도 함께 맛을 보면서….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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