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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29> 여수 깔따구 뼈꼬시와 금풍쉥이구이

작은 생선이라 얕보지 마소, 고소함이 여수바다만큼 깊다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7 19:04:3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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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세꼬시’와 비슷한 뼈꼬시
- 봄엔 농어 새끼 ‘깔따구’가 제철
- 씹을수록 고소하고 들큼한 풍미
- 양념장 맛있는 계동마을이 원조

- 여수선 ‘군평선이’가 ‘금풍쉥이’
- 딱돔 꾸돔 꽃돔 등 별칭도 다양
-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럽게 구워
-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먹어도 돼

이즈음 여수는 봄 갯것들로 넘쳐난다. 봄바람 따라 다양한 어족이 해안으로 몰려와 지천을 이루는 것이다. 봄을 맞아 마음 가는 대로 남도로 향하다 다다른 곳, 여수 돌산도 계동마을. 계동은 여수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뼈꼬시’의 발상지다.
   
전남 여수시 돌산도 계동마을 은하횟집에서 맛본 뼈꼬시(왼쪽)와 여수 시내 교동시장 천변의 포장마차에서 만난 금풍쉥이구이.
뼈꼬시는 작은 생선이나 성어가 되기 전 어린 생선을 뼈째 얇게 썰어서, 계동마을 특유의 양념장에 찍어 먹는 생선회이다. 부산으로 치자면 ‘세꼬시’, 순화된 언어로는 뼈째 회를 장만하는 ‘뼈회’쯤 되겠다. 어원도 ‘뼈회’의 ‘뼈’와 일본어 ‘세고시(せごし·작은 생선을 뼈째 썰어내는 장만법)’의 ‘고시’가 합쳐져 이룬 말이다. 여수 사람들은 ‘뼈째 먹기에 고소하다’는 뜻으로 ‘뼈꼬시’라 말하기도 한다. 이는 계동마을 앞바다에서 직접 잡은 작은 생선을 ‘뼈째 먹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개발해낸 방법이다. 이를 타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그대로 장만해 내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로 뼈꼬시에 활용되는 생선은 볼락, 도다리, 전어, 깔따구(농어 새끼) 등 작은 생선이다. 요즘은 볼락과 더불어 깔따구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깔따구 뼈꼬시’가 절정의 맛을 내고 있다.

■ 부산은 세꼬시, 여수엔 뼈꼬시

   
여수 뼈꼬시의 재료인 깔따구·볼락.
‘뼈꼬시’는 부산의 ‘뼈회’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상이점이 뜻밖에 많다. 부산도 생선회를 쌈으로 싸서 먹지만, 여수는 특히 다양한 쌈을 즐기기에, 쌈의 선택 폭이 넓다. 봄철에는 직접 재배한 겨울나기 상추와 배추 등속의 소채, 다시마, 물갓김치, 묵은지, 방풍나물 등을 곁들여 먹는다. 그리고 뼈꼬시를 찍어 먹는 양념장 또한 여느 지역과 달리 특이하다.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은 별다를 것이 없겠지만, 그 안에 ‘통 들깨’를 넉넉히 넣고, 전라도산 대파를 듬뿍 채 썰어 올렸다. 때문에 생선회에서 나는 비린내와 잡내는 제대로 잡으면서, 씹을 때의 고소함과 향긋함은 더욱 강조한 양념장이다.

이제는 여수 전역뿐 아니라 인근 순천, 보성 등 남도지역에서 흔히 볼 정도로 입소문이 났지만, 여수 사람들은 진정한 뼈꼬시를 먹고 싶을 때면 이곳 돌산도의 계동마을을 찾는다고 한다.

계동마을에서 ‘깔따구 뼈꼬시’ 한 상을 받는다. 뼈꼬시 한 접시와 싸서 먹을 물갓김치, 방풍나물, 씻은 묵은지, 다시마 등이 자리한다. 겨울을 난 직접 키운 상추와 배추가 싱그럽다. 또 다른 접시에는 봄 멍게와 해삼, 전복, 소라 등의 해물도 한자리 차지하고, 그 옆에는 바지락탕이 바글바글 끓고 있다.

뼈꼬시는 ‘뻐팅기는 맛’이라 했던가? 뼈꼬시 한입 넣고 씹으니 잔가시가 꽉꽉 씹힌다. 특히 쌈을 싸서 먹으니 뼈꼬시만의 특징인 무지막지한 식감의 저항이 온다. 아무리 작은 생선이라 할지라도 뼈째 장만한 회이기에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계속 씹으니 특유의 양념장과 어우러지며, 고소함과 들큼함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씹으면서도 서로 긴장하고 견제하는 식감 또한 재미있다. ‘아~! 괜찮다, 괜찮다~!’ 싶은 마음이 흔쾌하게 밀려든다.

■‘통영 사람, 볼락 대하듯’

   
교동시장 좌판의 금풍쉥이.
평일의 봄날. 날이 궂어 심술궂은 봄바람이 비닐 포장을 들썩이는 투명 천막 안에서, 뼈꼬시로 투명한 소주 한 잔 마신다. 내 젊은 시절, 이리역 굴다리 건너 여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갔던 작부집이 생각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덜컹덜컹 아우성인 여닫이문의 신음 속에서, 중년의 작부와 말없이 막걸리 한 사발 ‘권커니 잣거니’ 했던…. 주흥이 오르자 그 작부는 세월의 깊이만큼 잘 묵은 육자배기를 걸쭉하게 뽑았고, 그 옆 청년은 까닭 없는 서러움에 왈칵 눈물을 쏟아내던… 아직도 ‘치운’ 바람, 천막을 들추듯 펄럭이는데 나그네 하나, 사람 하나 없는 남도의 외로운 갯가마을에서 찰박이는 파도와 한 잔 건배를 하는 것이다.

이윽고 날이 저물고, 여수 교동시장. 천변에 포장마차가 불빛을 깜빡인다. 안온하게 자리한 포장마차 중 한 곳의 포장을 들추고 들어선다. 여수의 중년이나 서민이 자주 찾는 포장마차촌이다. ‘금풍쉥이구이’를 한 접시 주문한다. 금풍쉥이. ‘군평선이’의 여수 말이다. ‘군평선이’는 농어목 생선으로 측편한 모양새에 비늘이 강하고 뼈가 단단한 생선이다. 억세고 날카로운 등지느러미가 빗처럼 치솟았다. 몸에는 굵은 여섯 개 줄무늬가 선명하다. 크기는 20~30㎝ 안팎으로 큰 편은 아니지만, 그 맛은 부드럽고 담백해 고급 어종으로 꼽힌다.

특히 여수 사람에게는 ‘통영 사람, 볼락 대하듯’ 귀히 대접받는 어족이다. 오죽하면 속어로 ‘샛서방 고기’일까? 샛서방은 ‘사이 서방’의 준말로, 남편과 아내 사이에 있는 서방, 즉 아내의 외간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너무 귀하고 맛있어 남편 대신 샛서방에게만 먹인다고 ‘샛서방 고기’라 부른다는 것.

■ 기생 평선이, 이름 남겼네

여담 또 한 자락.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통제영 관아에서 밥상 위 금풍쉥이를 먹고 맛있어서, 생선 이름을 물으니 모두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밥상을 올린 기생 ‘평선’의 이름을 따 ‘평선이’라 부르라 했는데, 이 ‘평선이’가 구웠을 때 더 맛있기에 ‘구운 평선이’가 지금 이름인 ‘군평선이’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여수 사람들의 금풍쉥이 사랑은 지극하다 하겠다.

이 금풍쉥이는 지역에 따라 ‘딱돔’ ‘딱때기’ ‘쌕쌕이’ ‘꾸돔’ 등으로도 불린다. 여수에서는 생긴 게 예쁘다고 ‘꽃돔’으로도 불리고, ‘금풍쉥이’ ‘금풍생이’ ‘금풍세이’ 등으로 다양하게 입에 오르내리는 생선이다.

금풍쉥이가 한 접시 상에 오른다. 자글자글 튀기듯 구웠는데 젓가락으로 살을 헤집어 보니 겉은 바싹하고 속은 보드랍다. 등지느러미를 바짝 추켜세운 것이 강건하고 억세 보인다. 여수 사람들은 이 등지느러미로 ‘음식 먹은 뒤 이 쑤신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친숙한 음식이기도 하다. 큰 빗같이 생긴 등지느러미를 잡고 크게 한입 베어 문다. 입안 가득 흰 살이 웅숭깊게 씹히고, 곧이어 부드럽게 고소한 금풍쉥이의 지극한 맛깔이 터져 오른다. 여수 사람들은 금풍쉥이를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모조리 씹어서 먹는단다. 대가리를 아작아작 씹는다. 뭐 먹을 게 있는가 싶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이 극치를 이룬다. 내장도 구수하고 꼬리까지 바싹하다. 비록 그 크기는 작지만 버릴 것 하나 없는 생선이다.

   
하나 버릴 것 없는 생선이기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먹이고 싶은 생선, 금풍쉥이. 여수의 밤은 지극히 깊어가는데 ‘금풍쉥이’를 앞에 두고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그윽하기만 하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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