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의 향(재료)으로 재현한 북녘의 맛은 어떨까?’

(사진= KBS ‘양미경의 남향북미’)

북녘 땅이 고향인 사람들이라면 특별한 날일수록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 고향에서의 추억이다. 그리고,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는 말도 있듯, 돌이켜보면 음식에는 내가 살던 집, 함께 밥을 먹었던 가족, 누군가와의 만남과 이별,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 있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타향살이. 그 시름을 달래줄 따뜻한 집밥 한상으로 탤런트 양미경이 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옛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한 끼, 가수 현미의 평양온반

대한민국 원조 디바, 가수 현미(83세)는 올 명절이 유독 쓸쓸하게 느껴진다. 지난 해,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친오빠와 가수 최희준, 배우 신성일 등 그녀의 곁을 지켜주던 오랜 지인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점점 옛사람들이 그리워진다는 그녀가 난생 처음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요리를 했다. 60년 만에 다시 만난 가수 후배이자 고향 후배인 남석훈(81세)을 위해 준비한 음식은 ‘평양온반’. 사실 ‘평양온반’은 북한에서 일반 가정에서도 맛볼 수 있는 대중음식이어서 오히려 냉면보다 인기가 더 높다. 첫 만남에 수양딸이 된 탤런트 양미경도 현미를 위해 직접 요리에 나섰다. 닭 육수를 내고, 녹두지짐을 부치고, 버섯, 지단 등 각종 고명까지 완벽하게 올린 ‘현미와 양미경의 혼이 담긴 평양 온반’. 서툴지만 정성이 담뿍 담긴 따뜻한 한 그릇을 만나본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준 든든한 누나의 집밥

(사진= KBS ‘양미경의 남향북미’)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이위성(21)군은 무연고 북한이탈학생이다. 365일 중 340일을 학교에서 지낸다는 위성군이 유일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함께 탈북 했던 사촌누나의 집. 이미 결혼해 가정까지 꾸린 누나를 민폐인 줄 알지만 찾아갈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나가 해주는 북한 음식 때문이다. 그건 위성군에게 거부할수 없는 유혹이자 유일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탤런트 양미경이 엄마의 마음으로 그 길을 함께 동행했다. 고향 양강도에서 다섯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누나가 해 주었던 음식들. 흰쌀밥을 구경하기 힘든 북한에서 늘 먹었던 강냉이쌀에 감자를 넣어 구수하게 지어낸 밥과 윤이 반질반질 나는 까만 떡 속에 볶은 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쫄깃한 언감자떡. 그리고 배고플 때 원 없이 먹었던 가짜고기, 인조고기볶음은 사촌남매의 애틋함을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음식이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누나의 집밥‘. 밥심으로 오늘도 성장하고 있는 위성군의 든든한 북한식 집밥을 맛본다.

“새해의 복을 따뜻한 돼지국밥 한 그릇에 담다”

어울림 가득한 북한식 설 명절상

(사진= KBS ‘양미경의 남향북미’)

설 명절을 앞두고 춘천 오일장에 봉순 언니가 떴다. 싱싱한 돼지고기부터 잘 마른 명태, 뜨끈한 손두부까지 그녀가 부지런히 장을 보는 이유는 설 명절상을 차리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모인 봉순 언니와 독수리 오자매. 청진, 무산, 은덕... 고향은 다르지만 탈북을 하고, 춘천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들은 친자매나 다름이 없다. 북한에서 명절이면 떡국 대신 먹었다던 돼지국밥은 국물마저 귀해서 약처럼 먹었다고 한다. 봉순 언니의 로망이었던 찹쌀에 보선씨의 절구질이 더해져 콩가루 꾹꾹 묻혀 만든 고소한 찰떡은 명절에 빠질 수 없는 음식. 장마당에서만 사먹을 수 있었던 최고 인기 음식인 부들부들하고 고소한 두부밥에 매콤한 명태볶음 등 북한 여인들이 솜씨를 한껏 발휘해 차린 설 명절상은 보기만 해도 배부른 한 끼가 될 것이다.

2019 설특집 2부작 <양미경의 남향북미> 1부. 그리움의 맛 ‘북한의 집밥’ 편은 2월 5일(화) 오전 9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권영미 기자 kym850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