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연출자·제작사·기관 협업
- 높은 완성도 입소문에 흥행 성공
- 사장되지 않으려면 재공연 필수
- 시민 관심·지자체 지원 병행돼야

‘부산표’ 대형 뮤지컬 탄생 가능성을 보여준 ‘1976 할란카운티’가 막을 내렸다. 관객의 호평이 쏟아졌지만 흥행몰이를 위해 장기 공연을 하려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숙제도 얻었다.

	지난 11~27일 영화의전당에서 공연한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의 한 장면. 영화의전당 제공

지난 11~27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무대에 오른 ‘1976 할란카운티’가 18회의 공연을 마쳤다. 1976년 미국 켄터키주에서 일어난 실제 탄광 파업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높은 완성도와 작품성으로 부산에서도 대형 뮤지컬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흥행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객석 점유율이 30~40%로, 매출액은 1억 원이 조금 넘는다. 제작비 5억 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창작 초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성공했다’는 것이 공연계의 평가다.

호평을 받은 비결은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 덕분이다. 메시지 역시 남달랐다. 과거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인권, 노동, 청년 문제 등이 포함돼 있어 현대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22일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부산 연출자, 제작사, 문화 기관이 합심해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유병은(사진) 연출자는 2년 전 고향 부산으로 돌아와 ‘1976 할란카운티’ 시나리오로 부산문화재단 ‘청년 연출가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후 부산 제작사 ‘예술은 공유다’와 제작에 들어갔으며 대중적 성공 가능성을 엿본 영화의전당이 공동 제작을 결정하면서 작품을 완성했다. 부산 출신 배우들도 함께해야 한다는 유 연출자의 의지에 따라 조상웅, 이하경, 김율 등도 합류했다. 이 때문에 ‘1976 할란카운티’는 부산 문화 생태계의 선순환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1976 할란카운티’의 재공연·장기 공연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흥행을 위해 장기 공연이 필수적이고 필요한 예산이 많게는 수십억에 이른다. ‘1976 할란카운티’ 역시 회당 4000만 원이 들어간다. 관람료 등을 통해 엄청난 예산을 감당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이에 ‘잠재력 많은 작품이 이대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문화재단과 영화의전당 지원을 바랄 수도 있지만 두 기관으로부터 이미 1억5000만 원을 받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설령 추가 지원돼도 장기 공연 예산으로는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관계자들은 결국 시민의 관심과 각계각층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은 공유다’ 심문섭 대표는 “공연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관람료 수입이 전제돼야 해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상공계와 문화 기관 등의 티켓 대량 구매 등을 통해 흥행 불씨를 살리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부산시의 ‘통 큰’ 지원도 한 가지 방안으로 제시됐다. 유 연출자는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이 지역 문화 상품을 개발하고자 전폭적인 투자로 상설 뮤지컬 ‘해적2’ ‘홍도’ 등을 만들었다”며 “부산시도 지역 콘텐츠 발전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