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 역사 오롯이
- 130여 년 개척 역사 속
- 일제 강점기 자원 수탈
- 내장 요리 탄생한 계기
# 오징어 누런창찌개
- 짙은 갈색 띠는 먹통 부위
- 구수하고 진해 기름진 맛
- 울릉도민 겨울나기 음식
# 오징어 내장탕
- 흰색을 띠는 생식소 부위
- 담백하며 시원한 맛 일품
- 관광객 아침식사로 인기
예부터 울릉도를 대표하는 식재료 가운데 첫손 꼽히는 것은 오징어일 것이다. 워낙 많은 양의 오징어가 어획되는 최대 산지이기도 하지만, 울릉도를 개척한 사람들의 지극히 힘겨웠던 130여 년 삶과 직결되기도 하거니와 울릉도의 풍부한 자원을 수탈당했던 일제강점기 절망적 기억과도 맞닿은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 |  |
| 울릉도 저동어판장에서 어업인들이 오징어를 다듬는 모습. 매일신문 울릉지사 김도훈 기자 제공 |
460여 종 오징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80여 종으로, 주요 수산자원으로서 가치를 갖는 오징어는 살오징어, 화살오징어, 갑오징어, 창오징어 등 8종이 있다. 그중 울릉도에서 나는 일반 오징어는 살오징어로, 울릉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동해 연안에서 주로 어획된다.
울릉도 오징어는 청정 자연에서 어획하고 맑은 해풍에 자연 건조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오징어보다 육질이 두텁고 맛이 고소하며 씹을수록 단맛이 돈다. 다른 지역의 오징어보다 그 가치가 높고,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하여 다른 지역 오징어와 차별화를 위하여 오징어 다리 부분에 가는 대나무(탱깃대)를 꿰어 울릉도산(등록 제467호)이란 표식을 한다.
| |  |
| 해풍으로 오징어를 건조하는 모습. 울릉군청 제공 |
■오징어의 모든 것, 재료가 되다
울릉도에서 오징어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어종이었다. 먹을 것은 대부분 수탈당해 제대로 된 식재료가 없던 시절, 울릉도 사람들은 오징어 배를 따고 남은 내장 부산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오징어 내장 부산물로 만들어 먹던 음식으로는 ‘오징어 누런창찌개’와 ‘오징어 내장탕’ 등이 있었다. 오징어 내장에는 짙은 갈색을 띠는 ‘누런창’과 흰색을 띠는 ‘흰창’이 있는데, 누런창은 먹통 부분이고, 흰창은 생식소 부위이다. 짙은 갈색의 ‘먹통’으로는 ‘누런창찌개’를, 생식소인 ‘흰창’으로는 ‘내장탕’을 만들어 먹었는데, 전자는 구수하고 짙은 기름진 맛이 돌고 후자는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을 낸다. ‘오징어 누런창찌개’는 울릉도 사람들 겨울나기 음식이고, 맑은 국물이 특징인 ‘오징어 내장탕’은 관광객의 해장용 아침 식사로 인기가 좋다.
울릉도 사람들은 ‘오징어 내장탕’을 ‘이까 창대기 국’으로 부르기도 한다. 오징어의 일본식 발음인 ‘이까(いか)’와 내장을 뜻하는 지역 언어 ‘창대기’가 결합된 이름이다. 조리 방법은 이러하다. 싱싱한 오징어 흰창을 깨끗이 장만하여 소쿠리에 건져놓고, 호박잎을 장만해 알맞은 크기로 썬다. 끓는 물에 오징어 내장을 넣고 간을 맞춘 후, 한소끔 끓으면 호박잎과 봄의 푸새들을 넉넉히 넣고 송송 썬 풋고추, 홍고추를 올려 완성한다.
■이까 똥창찌개, 뽀글장, 누런창쌈장
| |  |
| 오징어 누런창찌개 |
이와 달리 ‘누런창’은 염장을 해 적당한 시간을 두고 젓갈 담듯 삭혀서, 겨울철이 되면 두고두고 조리해 먹는다. 처음 접하는 이는 퀴퀴하니 고약한 냄새 때문에 코를 막기도 하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그러나 일단 맛을 들여놓으면 끊을 수 없는 강한 중독성이 있는 음식이 ‘오징어 누런창찌개’이다. 울릉도 사람은 이를 흔히 ‘이까 똥창찌개’로 부른다. 일본인들에 의한 수탈의 역사 속에 일본말인 ‘이까’가 일반적 단어가 됐고, 찌개의 색과 냄새를 비유하여 ‘똥창찌개’라 부르게 된 것이다. 1980년대에만 하더라도 울릉도 서민 밥상에는 ‘감자옥수수밥’과 함께 으레 오르내리던 음식이 바로 ‘오징어 누런창찌개’였다.
| |  |
| 오징어 내장탕 |
‘오징어 누런창’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2가지이다. ‘오징어 누런창찌개’와 ‘오징어 누런창쌈장’이다. 울릉도 사람들은 이 쌈장을 뽀글뽀글 끓는다고 ‘뽀글장’, 빡빡한 강된장 형태라 ‘빡빡장’이라 한다.
‘누런창찌개’는 누런창을 볶다가 물을 붓고 된장과 무청시래기 등 갖은 채소와 양념을 넣고 푸욱 끓여낸다. ‘누런창쌈장’은 누런창과 된장을 냄비에 함께 넣고 볶다가 물을 적당량 부은 뒤 고춧가루와 양파, 마늘, 땡초 등을 넣고 자작하게 졸여낸다. 배추나 상추 등 푸성귀가 있는 봄철에는 쌈장으로 찍어 먹거나 쌈을 싸 먹고, 그렇지 않은 겨울철에는 주로 찌개로 끓여 먹었다고 한다.
■울릉도 소울푸드, 맛있게 만났다
‘매일신문’ 울릉지사 김도훈 기자에 따르면 이렇다. “육지에서 들어와 살게 된 이들이 ‘오징어 누런창’을 거부감 없이 먹으면, 으레 듣게 되는 말이 ‘이제 울릉도 사람 다 됐네’라는 ‘인정’이었습니다. 그만큼 울릉도 사람들만의 전통 음식이자 타지 사람에게는 쉬 익숙해지지 않는 음식이 ‘오징어 누런창’입니다.” 전라도 홍어, 경북 돔배기, 부산·경남의 배초향(방아)잎을 넣은 요리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오징어 누런창찌개’를 맛보기 위해 울릉도 저동 선창가 골목의 한 식당을 찾는다. 이곳은 울릉도 향토음식인 ‘감자옥수수밥’과 ‘오징어 누런창찌개’를 파는 곳이다.
앞서 언급했듯 ‘오징어 누런창찌개’와 ‘감자옥수수밥’은 울릉도 사람들이 끼니를 해결했던 울릉도 전통 음식이다. 오징어를 말리기 위해 배를 따고 나면, 지천으로 남아도는 부산물이 오징어 먹통과 내장. 이를 한데 모아 소금에 절여 삭힌 젓갈을, 마른 무청과 함께 넣고 푹 끓여내 만든 음식이 ‘오징어 누런창찌개’다.
한 술 떠먹어본다. 첫맛이 강렬하다. 아주 짜면서 오징어내장 비린내가 확 끼치는 것이 생각보다 더 자극적이다. 두 술 떠먹어본다. 자극적인 맛에 구수함이 점차 더해진다. 세 술째 떠먹어본다. 짠맛과 비린내는 온데간데없고, 구수함과 달짝지근한 맛이 피어오른다. 이런 맛 때문에 울릉도 사람들이 좋아하겠거니 싶다.
배춧잎에 감자옥수수밥을 얹고 ‘오징어 누런창’으로 만든 쌈장을 쓱쓱 발라 크게 한 입 싸 먹는다. 그 맛이 들큰하고 짭짤하다.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올라오면서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감칠맛이 강해 쌈을 다 싸 먹고도 뒷맛이 오래 남는 것이 특징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오징어 내장음식으로 땟거리를 하던, 먹을 것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 조악한 재료로 조리해 먹던 그 음식들이 지금에 와서 울릉도의 토속적 별미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는 자연에서 받은 식재료 그대로를, 인공을 별로 가하지 않는 자연친화적 조리법도 한몫했을 터이다.
음식문화칼럼니스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