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 세계·초자연·유토피아 등
- 신진작가 눈으로 본 풍경화 전시
- 이달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풍경화는 누구나 공감하는 전통 장르이면서, 친숙한 나머지 구태의연한 주제로 여겨진다. 16~17세기 바로크시대 네덜란드 화가들이 이 장르를 새롭게 발견한 이래 풍경화는 끊임없는 탐구 대상이었다. 최근 단색화로 대표되는 ‘추상미술’과 미디어아트, 설치 미술이 득세하는 시대에도 자기 시선으로 투영한 풍경을 그리는 작가들의 붓질은 계속되고 있다.

	7명의 젊은 작가가 풍경화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배남주 작가의 ‘reflection’. 신세계갤러리 제공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Beyond the New Landscape’전은 풍경화의 독특한 맛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작가들의 흥미로운 표현 방식, 작품 속에 녹여낸 그들만의 시각과 개념 등은 풍경화의 다채로운 매력을 안겨준다. 신세계갤러리 이보성 큐레이터는 “시대에 따라 풍경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듯 같은 풍경을 그린다고 이전 세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그리는 것은 아니다. 새해를 맞아 젊은 작가들이 어떤 새로운 감각으로 동시대의 풍경을 그리는지 살펴보고자 했다”며 전시의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갤러리 측은 자신만의 화풍과 이야기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가 7명의 작업을 엄선했다. 배남주, 변지예, 신혜진, 윤겸, 임수빈, 장종완, 전희경 등 모두 활발한 작업을 하고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되는 신진작가이다.

부산 출신인 배남주는 존재할 듯 존재하지 않는 중간 세계를 스스로 ‘이상 세계’라고 설정하고, 이 세계를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경으로 표현한다. 실제로 존재하지만 작가의 시선이 반영된 풍경은 불확실하고 뒤엉킨 형태다.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사슴은 작가를 대변하는 형상 언어로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윤겸은 캔버스 전면을 채색하고 그 위에 무수히 반복되는 점들을 그려 화면의 미묘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풍부한 색감과 움직임은 미세한 바람이나 여름에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연상케 하는데 현실과는 다른 초자연의 세계를 보여준다.

임수빈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유토피아의 풍경을 본인만의 특유한 핑크빛 색감으로 그려낸다. 그림 속 등장하는 말은 유토피아를 갈구하며 찾아 나서는 작가 본인이 투영된 생명체로, 이들이 유토피아로 향하는 여정을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장종완 작가의 ‘인삼보살’.

장종완의 작품은 언뜻 보면 이상적인 풍경인 듯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하다. 그는 각종 미디어에서 수집한 보편적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풍경과 이승복 동상과 같은 조형물을 조합하거나 재구성해 초현실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환상적인 느낌을 주지만 낯설고 불안한 아름다움이며 허무하고 슬픈 유머를 자아낸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전희경은 가장 완전한 상태로서의 이상과 실제로 처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회화는 현실과 자연이 적절히 투영되고, 현실과 이상 그 사이 어디쯤 놓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억 속에 있는 바다와 하늘을 은은한 색감으로 고요하게 담아낸 변지예, 자연의 이미지 속에서 수많은 관계와 겹침을 찾아내고 그것을 동양화 특유의 선과 채색으로 표현한 신혜진의 작품은 저마다의 작품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051)745-1508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