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욱 김신욱 박정근 참여
- 경제위기·공항·제주 이주민 담아
- 고은사진미술관 내달 20일까지

굳게 문이 닫힌 상점, 고가도로 밑을 지나가는 노숙자, 갈 곳을 찾지 못한 작가 자신…. 어딘가 모르게 불행해 보이는 등장인물들을 만난다. 국가의 보호 기능이 사라지고 위기 속으로 내던져진 개인의 모습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지만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위안을 받는다. 이재욱의 ‘너의 잘못이 아니야’ 시리즈다.

	이재욱 ‘Inner safety #4’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고은사진미술관은 KT&G 상상마당과 연계해 신진 작가들을 발굴·지원하는 연례 기획전 ‘제10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전’을 다음 달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KT&G 상상마당의 제10회 SKOPF(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김신욱, 박정근과 ‘대상’ 격인 ‘올해의 최종 작가’로 선정된 이재욱이 참여한다.

이재욱은 2015년 국가적 위기를 맞이한 그리스 경제 상황을 기점으로 이번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유학 시절 난민과 테러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했고 이방인이었던 나의 행동도 위축됐다. ‘이런 무기력 속 나의 내면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자화상(셀프 포트레이트)을 찍으면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신욱 ‘ Terminal 5’

그는 재난에 가까운 혼돈상태가 아닌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공포’를 포착했다. 도시 곳곳에서 만난 사람을 사진에 담았는데, 실제 하나의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한 장소에서 긴 시간 기다린 끝에 지나가는 시민을 섭외했다고 한다. 자본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일상의 내부로 침투하는지 포착하고,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정서로 재현한다.

김신욱은 ‘공항도시(Air Port City)’라는 대상을 통해 장소와 거주민 사이의 사회지리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2010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운전 일을 하게 됐고 히스로 공항을 대략 2500번 이상 오가며 공항 주변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오늘날 도시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적인 시설이면서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공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시는 공항을 품지 못한다. 이로 인해 공항 주변은 도시와 외곽의 경계에 걸쳐 급조된 생경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는 공항 주변 모습과 개인들의 군상을 통해 역설적으로 공항이 가진 고유한 장소성을 드러낸다.

	박정근 ‘入島祖 입도조_서인해, Lazaro Rodriguez’

박정근은 제주도로 터전을 옮긴 이 시대의 청년 입도조(入島祖)들에게 렌즈를 들이댔다. 입도조란 과거 유배를 와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지금은 과거 귀농·귀촌과는 달리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이주한 사람을 말한다. 마치 화보 촬영을 연상시키는 그의 사진은 이상적인 삶을 찾아 떠난 보헤미안과 그들이 정착한 곳의 야생성을 대비시키며 이상과 현실 사이의 부조화를 강조한다. 그는 “입도조는 자신들을 가두던 양복을 벗어 던지고 제주 곳곳으로 스며들어 개성 및 재능을 이용해 제주의 색감을 바꾸어가고 있다. 사회 구조적인 변화에 대한 청년세대의 대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위기 속으로 내던져진 개인의 모습, 도시와 외곽의 경계에 있는 공항 도시의 삶, 혼잡한 도시를 벗어나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떠난 현대인. 3명의 젊은 작가가 이에 대해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