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20> 통영 쑤기미탕

맹독 쏘아대는 ‘바다의 괴물’, 시원담백한 맛도 중독된다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13 19:07:25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흉측하고 사납게 생긴 외모
- 등지느러미에서 독 내뿜어
- 외국선 악마물고기로 불리기도

- 통영사람치고 안 쏘인 이 없지만
- 지방 적고 담백해 숙취에 좋아
- 고향 떠난 이들이 그리워하는 맛
- 日 수출 많아 산지서도 귀한 생선

쑤기미.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모습 또한 참으로 흉측하고 사납게 생겼다. 대가리 부분을 보면 입이 크고 넓은 것이 아귀와도 닮았고, 전체적으로 서해안의 삼세기(삼식이)와 흡사해 참으로 못생겼다. 날카로운 등지느러미를 활짝 펼쳤을 때는 그 사나움 또한 범상치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등지느러미에 잘못 쏘이는 날이면, 반나절 이상 불에 지지는 듯 고통스런 통증에 시달린다. 오죽하면 영어로 ‘쏘는 악마 물고기(devil stinger)’, 일본에서는 ‘흉측하게 생긴 귀신 물고기(오니 오코제, 鬼虎魚)’라고도 부를까.
   
통영의 쑤기미 전문식당 ‘진미식당’의 쑤기미탕. 깔끔하고 담박하며 잡내나 비린내가 없고 쑤기미의 살이 부드러워 해장국의 최고 반열로 칠 만했다.
쑤기미는 수심 200m 미만 따뜻한 연안의 바위와 수초 지대, 갯벌 바닥 등지에 붙박이로 서식한다. 서식지에서 보호색을 띠며 먹이를 기다리다가 새우, 게 등 갑각류나 작은 어류를 큰 입으로 아귀처럼 덥석~! 통째로 삼켜서 먹는다. 몸 길이는 20~30㎝이고 6, 7월에 산란한다. 우리나라 전 해역에 서식하며 연중 잡힌다.

쑤기미는 서식지 수심에 따라 그 몸 색깔이 세 가지로 나뉜다. 얕은 바다에서 잡은 놈은 검은빛을 띠고, 수심이 깊을수록 붉은색을 띠다가 심해에서 잡힌 쑤기미는 노란색을 띤다. 전체적으로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산재한다. 얼룩덜룩한 무늬 때문에 흔히 범치, 미역치(제주도)라고도 불리며, 등지느러미에서 독을 쏜다고 쑤기미(통영), 쐬미(여수), 쏠치(제주도), 창쑤기미 등으로도 불린다. 그 독가시에 찔리면 통증이 하룻밤을 넘길 정도로 오래간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또한 이 쑤기미를 “등지느러미가 매우 독하고 노하면 고슴도치와 같이 된다. 가까이 가면 쏜다. 혹 쏘이기라도 하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프다”고 기술했다.

■쑤기미에 쏘이면 이토록 아픈데

   
쑤기미
“발동기선(發動機船)이 귀했던 시절, 통영 섬마을에서 조업하던 어부들이 가끔 쑤기미에 쏘일 때가 있어요. 풍랑이 일고 바다가 사나우면 시내 병원으로 못 나오거든요. 그래서 제 시간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쏘인 곳이 시꺼멓게 죽어요. 그러다가 손가락을 절단하거나 생명을 잃는 사람도 간혹 있었지요.” 통영의 사진가 정동진(72) 씨의 말이다. 그래서 예부터 쑤기미 독을 해독하는 민간요법도 다양하였다. ‘자산어보’에는 “솔잎 끓인 물을 쏘인 곳에 적시면 신통한 효과가 있다”고 했고, 통영권에서는 간장을 끓여 한두 시간 쏘인 곳을 담그고 있으면 좋아진다고도 했다.

통영 미륵도 인근 마을에는 쏘인 곳에 신나나 휘발유를 바르면 그 통증이 덜해진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 또한 전해진다. 그만큼 통증이 강렬해 이를 완화하기 위한 고충이 읽히는 대목이다. 한때 통영 미륵도 해안에서 활어 양식을 하던 김보한 시인 또한 “통발 속 바다 것들을 건져내다 쑤기미에게 쏘여 동네 이웃 할머니의 ‘신나 처방’을 받았다”며 “그래서 섬에서는 망나니 대접을 받던 생선”으로 기억한다.

■쑤기미탕은 이토록 시원하니

이독치독(以毒治毒)이랄까? 독이 있는 생선은 인체에 좋은 효능이 있고, 탕 등으로 끓여 놓으면 시원함이 남다르다. 복어가 그렇거니와 쏨뱅이 또한 탕으로 끓여놓으면 숙취 해소용 해장국으로 더할 나위가 없다. 쑤기미도 험한 모습과는 달리 맛이 참 좋다.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하며 임산부에게 먹이면 젖이 잘 나온다고도 한다. 맛과 성질이 복어와 비슷하므로 복어 대신 먹을 수도 있단다. 주로 탕으로 끓여 먹는데, 맹독 속에 숨은 그 시원하고 담백한 맛은 통영 사람들에게는 소울푸드로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기도 하다.

요사이 통영에서는 볼락과 자리를 다투는 소울푸드가 쑤기미탕이다. 통영 출향민들 또한 가장 그리워하는 통영 음식이 쑤기미탕이라 한다. 그래서 동창회나 출향 인사 모임에서도 볼락과 함께 빠지지 않는 음식이 쑤기미탕이라고. 아귀처럼 해저에서 서식하기에 쑤기미는 간이 크고 위가 두껍다. “그래서 통영 사람들은 ‘쑤기미 애(간)를 먹기 위해 애를 태운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쑤기미 간과 밥통(위)이 맛있다는 말이죠.” 정 사진가의 말이다.

그러나 깊은 수심에서 잡히는 크고 맛 좋은 노란 쑤기미는 산지인 통영에서도 보기 힘들다. 일본으로 전량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안의 쑤기미나 간혹 중간 수심의 불쑤기미(붉은 색 쑤기미)로 조리한다.

통영의 쑤기미 전문 식당 ‘진미식당’에서 쑤기미탕을 맛본다. 첫술부터가 시원함이 남다르다. 그리고 깔끔하고 담박하다. 잡내나 비린 맛이 없고 살 또한 부드러워 해장국으로 최고 반열이다. 그 비결은 육수를 따로 안 내고 쑤기미 자체만으로 국물을 우려내는 데 있다. 그냥 맹물에 무를 넣고 팔팔 끓이다가 쑤기미를 넣고 양파, 파 등속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기만 한다. 맑은 탕은 청양고추, 매운탕은 고춧가루로 색깔을 낸다. 쑤기미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 그 조리법이 아주 단순하다. 그러하기에 그 시원함은 가히 원초적이다.

■통영 사람들의 ‘내 고향 음식’!

쑤기미는 많이 잡히기는 4, 5월이지만 사철 잡히는 물고기라 뜨끈하게 먹기 위해 겨울에 많이 찾는단다. 지느러미와 껍질, 밥통(위), 애(간) 등은 아귀와 맛이 비슷하다.

식감 또한 그러하다. 젤라틴 성분이 다량 함유돼 부드럽고 쫀득하고, 국물은 식으면 젤리처럼 어른어른 어리기도 한다. 긴 취재 중 식은 채로 맛을 보았더니 식어도 맛이 좋다. 여름철에는 차게 해서도 먹는단다.

“간혹 겨울이면 비싸고 귀한 쑤기미 대신 제철인 삼세기(삼식이)를 함께 내는 일부 식당도 있어요. 생긴 모습이 비슷한데다 가격이 싸기에 타지 사람은 이를 모르고 속아서 먹는 거예요.” 30년째 쑤기미 요리를 해온 진미식당 하옥선(71) 씨의 설명이다.

삼세기는 지역에 따라 삼식이, 탱수 등으로 불리는데 쑤기미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쑤기미와 함께 놓고 보면 차이가 난다. 삼세기는 몸체가 사포처럼 가슬가슬 거칠고 쑤기미는 몸체가 매끄럽다. “통영 연안에는 가시로 독을 쏘는 물고기가 크게 두 종류 있습니다. 쑤기미와 쎄치(미역치)가 있어요. 그래서 통영 사람 치고 어린 시절 바다 잘피 속에 있는 이놈들에게 안 쏘여본 사람이 없을 겁니다.” 김 시인의 말이다.

   
이처럼 쑤기미에게 곤욕을 당하면서도 늘 다시 음식으로 장만하여 나눠 먹고, 그 맛을 잊지 못해 타지에서도 그리워하는 ‘통영 사람들의 소울푸드’, 쑤기미탕. 이를 보면 고향을 일깨워주는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따뜻한 한 그릇의 고향 맛, 고향의 소울푸드임을 쉬 알 수 있겠다.

음식문화칼럼니스트·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2. 2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3. 3[속보]트럼프 노벨평화상 불발에 격앙 “8개 받았어야”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5. 5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6. 6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7. 71245회 로또 복권 1등 10명…당첨금 각 30억 651만 원씩
  8. 8‘갑자기 와르르’ 대구 마트 천장 붕괴에 36명 다쳐
  9. 9푸틴과 손잡은 트럼프, 러시아 경유 공급키로…대러 제재 완화
  10. 10[속보] 서울서 지인 여성 찌르고 도주한 영국인, 9일 만에 영국서 검거
  1. 1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2. 2국힘 “李 대통령, 北 저자세 정동영 즉각 경질하라”
  3. 3나경원 ‘젤렌스키 감사 서한’에 與 “매국”…나 “친북 정권”
  4. 4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5. 5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6. 6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7. 7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8. 8‘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9. 9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2. 21245회 로또 복권 1등 10명…당첨금 각 30억 651만 원씩
  3. 3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4. 4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5. 5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6. 6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7. 7[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8. 8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9. 9‘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10. 10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1. 1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2. 2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3. 3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4. 4‘갑자기 와르르’ 대구 마트 천장 붕괴에 36명 다쳐
  5. 5[속보] 서울서 지인 여성 찌르고 도주한 영국인, 9일 만에 영국서 검거
  6. 6천장 마감재 와르르…주방용품 판매 중 날벼락에 38명 부상(종합)
  7. 7[속보]법원 선처 받아 출소한 날 택시기사 얼굴에 주먹 휘두른 50대
  8. 8경찰, 대구 상가 천장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 구성…33명 투입
  9. 9[속보] 청주공항 이륙 전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화재…인명피해 없어
  10. 10광양서 2천300L 등유 탱크에 작업자 깔려…1명 사망·1명 중상
  1. 1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2. 2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3. 3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4. 4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7. 7“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8. 8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9. 9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10. 10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