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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41> 오페라하우스, 살얼음판에 올라서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재개, 논란 마무리 아닌 복잡한 과제의 시작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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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1-26 19:00:4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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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PA 800억 분담 환영하지만
- 건립비 그 이후의 운영비와
-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모호성
- 달랑 운영위원회로 해결 안 돼

- 부산시가 말하는 ‘북항의 기적’
- 더 많은 소통·협력·발상 필요
부산시는 지난 25일 “그동안 재원, 소통 부족 등 문제 제기로 중단됐던 부산 북항의 오페라하우스 공사를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모든 시민을 위한 부산형 복합문화공간으로 그 정체성을 잡고 ▷시민 공모를 통해 지금의 명칭인 ‘오페라하우스’ 대신 새로운 이름을 찾을 예정이며 ▷재원은 부산항만공사(BPA)가 건립비 800억 원을 분담하도록 해 숨통을 틔운다는 계획을 시는 내놓았다.
   
지난 25일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오거돈(왼쪽에서 세 번째) 부산시장과 남기찬(왼쪽에서 다섯 번째)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고 북항 개발지 인근 지역 구청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로써 착공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 7월 오거돈 부산시장의 지시로 공사가 중단됐던 부산 북항의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재개하게 됐다. 지난 7월 건립공사를 중단한 이래로 부산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오페라하우스의 건립 여부, 성격 변경 가능성, 정체성 설정, 운영 방안과 과제 등을 놓고 많은 논쟁과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므로 시의 이번 결정이 그간의 지체와 혼선을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 바라는 시민의 바람이 있을 것이다.

오 시장이 이번에 내놓은 새로운 방안 속에 어떤 진척과 긍정적인 전환이 담겼는지 들여다보고 따져보는 과제가 이제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에 제기된 셈이다. 극장 전문가나 예술인이 아닌, 그동안 오페라하우스 문제를 취재하고 문화예술계의 여론을 접하고자 시도했던 기자의 처지와 관점에서 우선 내용을 살펴봤다. 먼저 말할 수 있는 사항은 ‘북항 오페라하우스 공사 재개 선언’은 논란의 마무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거대하고 복잡한 과제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여부를 재검토하기 위해 공사를 중단하던 시점에 ‘공사 중단의 이유’로 제기됐던 문제 가운데 이번 발표를 통해 실질적으로 해소된 게 별로 없어 보인다는 판단이 그 근거다.

물론, 건립 예산 2500억 원(롯데의 약정기부금 1000억 원 포함) 가운데 부산항만공사가 800억 원을 보태기로 해 숨통을 튼 것을 뜻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장과 예술시설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비용이 상당히 올라갈 공산이 매우 크다는 의견이 벌써 나온다. 이는 시와 BPA의 건립비용 분담의 의미가 퇴색 또는 후퇴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애초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반대하거나 재검토를 요청한 예술문화인들 측에서 줄기차게 제기한 문제는 ‘건물 한 채 달랑 세우고 끝나는 식은 절대 안 된다’는 점이었다.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섬으로써 부산 공연예술계에 좋은 ‘예술생태계’가 조성되고, 그 예술생태계와 오페라하우스가 유기적으로 어울리고 의지하면서 돌아가는 ‘시스템 마련’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공연장 하나 덩그러니 플러스’ 되는 데 그치면, 건립비를 넘어 그 뒤에 닥칠 첨단 공연장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그것을 감당하느라 다른 예술 부문에 들어갈 재원을 조정할 경우 부산 문화 전체가 흔들릴 우려마저 있다는 걱정이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

이번 시의 발표에서 이런 문제 제기에 관한 대응은 약해 보인다. ‘운영위원회 운영’이라는 대책으로 충분할 것인가.

두 번째로 눈에 띄는 대목은 이달부터 건립공사를 재개해 2022년 4월 오페라하우스를 준공한다는 시의 계획이다. 이 시간표를 놓고 추론해보면, 현재 나와 있는 설계대로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는 계획으로 이해된다. 그 핵심은 “오페라 전문 공연장의 장점과 함께 24시간 365일 모든 시민이 다양한 공연을 즐기고 다양한 부산형 복합문화공간”(시의 발표 내용)이 될 텐데, 이 또한 말처럼 쉽지 않은 난제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국내외 공연장이 ‘복합화’되는 게 아니라 선명하게 ‘전문화’되는 경향이 분명하며 그런 경향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일부 공연예술 전문가의 지적이 있고, 부산의 주요 공연장이 거의 복합시설인 것이 현실이라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형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표현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라는 한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설계를 어느 정도는 바꿔 지금까지 제기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지금 설계대로 짓고, ‘시민의 다양한 의견 수렴’은 그 틀 안에서만 가능한 지 확실치 않으니 헷갈리기도 한다.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에 놓고 서남쪽으로 역사문화벨트를, 동북쪽으로 창의문화벨트를 조성한다는 ‘북항의 기적 프로젝트’ 등은 구체성이 떨어져 이를 꿰어주는 정책과 시책이 잇달아 제시되지 않으면, 그 면모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전체적으로,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은 “새로운 출발”은 했는데 그렇게 올라선 곳이 살얼음판 위라는 판단이다. 더 많은 소통과 더 많은 협력과 좋은 발상이 필요하다. 한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을 때 빌바오시는 ‘미술관을 짓자’고 먼저 말하지 않았다. ‘도시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도시 전체를 문화적으로 가꾸고 사람 중심으로 조성하는 오랜 노력 끝에 정점을 찍듯 미술관 건립이라는 정책이 실행됐다.”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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