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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40> ‘서울 자체’를 연구해야 한다

무조건 서울과 비교하는 부산 문화계… 원인분석 없는 추종은 금물

  • 국제신문
  • 문화전문기자
  •  |  입력 : 2018-11-05 18:55:2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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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인들 툭하면 지역문화 비하
- 구체적 맥락없이 단순 비판 그쳐

- 진짜 본받을 사례 연구·참고하고
- 부산만의 작은 성공도 활용하길

부산 문화예술을 논의하는 토론회나 부산 예술문화를 우려하는 이야기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표현은 단연코 이런 것이다.
   
차가 다니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사람이 걷는 길로 단장한 ‘서울로’의 전경. 서울은 탐구하고 참고할 것이 많은 문화 중심지이지만, 추상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며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지난주 서울 갔다 왔는데, 역시 서울의 문화예술은 대단하더만!…부산은 왜 그렇게 안 하고 그렇게 못하는지 몰라. 역시 부산은 멀었어!” “서울은 이렇게 하고 있거든요. 근데 부산은 이게 안 돼요.…그래서 안타까워요.”

따지고 보면 ‘서울은 잘하는데 부산은 못 한다. 그래서 부산 문화의 앞길은 비관적이며 멀었다’ 논법이다. ‘논법’이라기보다 버릇이나 의식구조에 가깝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의 마음과 취지를 이해하며 인정한다. 하지만 문제가 한 가지 있다. ‘내가 지난주 서울 갔다 왔는데 역시 서울은…근데 부산은…’의 기본구조를 가진 이 논법이 구체성을 갖고, 맥락에 알맞게 제시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한 토론회에서 어떤 미술인은 말했다. “내가 지난주 서울 갔다 왔는데 역시 서울은 다르더라. 거기 비교하면 부산의 현실은 절망적이다. 내 지인은 미술 공간을 운영하면서 집 몇 채 값을 쏟아부었다.” 거듭 깊이 생각해봤는데, 미술 공간 운영에 집 몇 채 값을 ‘날린’ 일차 책임·근본적 책임은 운영을 잘 하지 못한 데 있다.

다른 토론회에서 어떤 예술인은 말했다. “서울은 예술의전당에 공연만 올리면 기본 관객이 들어찰 만큼 저변이 넓다. 부산은 기획도 엉망이고 관객도 없고 극장도 형편없다.” 이 경우, 서울 예술의전당에 왜 기본 관객이 들어차는지 그 구조와 요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서울 사례는 아무 도움도 안 된다. 그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예전’(예술의전당)에 가끔 출입할 만큼 교양 있고 품위 있다는 자랑에 그친다.
부산 문화예술계에서 서울은 ‘거대하고 추상적인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누구나 부산 예술문화계의 힘겹고 한심한 현실을 지적하기 위해 서울의 ‘근사하고 선진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그런데 구체적 맥락과 전체적 통찰 없이 자신의 경험담에 바탕을 둔 토막 정보에 그친다. 그러니 부산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먼저, 부산과 서울은 ‘완전히’ 다른 도시라는 점을 거듭 인식해야 한다. 부산에서 10년 넘게 예술활동을 하다가 서울로 옮겨 예술활동을 한 지 7, 8년쯤 된 예술가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는 여가활동에 관해서도 엄청난 강박관념이 있다. 부산에서 살다 간 나는 확연히 느낀다. 주말에 근사한 공연장 같은 곳에서 멋진 문화생활을 해서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일주일을 버티지 못한다는 생각, 뒤쳐진다는 강박이 있다. 주말 공연 정보 검색과 티켓 예매도 아주 경쟁적으로 한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오랜만에 부산에 오면 부산이라는 도시는 그런 강박이 적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은 도시철도를 타고 해수욕장과 야구장으로 간다.”

나는 이 진단이 무척 흥미로웠다. 좋게 보자면, 부산은 서울만큼 강박이 심하지 않은 도시라는 뜻이다. 물론,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광안리나 청사포, 사직야구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예술평론가는 이렇게 진단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예술문화 ‘규모’(양+질)는 나머지 16개 시·도를 다 합쳐도 서울 한 곳을 못 따라간다.” 이 두 가지 진단은 부산과 서울이 ‘완전히’ 다른 도시임을 상징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사례를 가져와 참고하려면, 반드시 ‘구체적’이어야 한다. 막연하거나 추상적이거나 자기 작은 경험에 갇히면 곤란하다. 그러자면 서울 자체를 연구해야 한다. 부산에서는 문화예술에 관해 입만 열면 ‘서울은’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서울 자체를 연구하지 않는다. 그저 ‘거대하고 추상적인 괴물’로 놔두고 맥락 없이 사용한다. 그러니 부산은 서울을 아는 것 같지만, 정작 모른다.

   
또 한 가지 서울을 ‘거대하고 추상적인 괴물’로 두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부산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부산만이 이뤄낸 작은 성공 사례’를 찾아내 그것이 왜 성공했는지 분석하고 활용하는 일이다. 줄곧 ‘서울은…’이라 하면서 바깥과 비교하면, 우리 안의 작은 성공사례를 찾을 틈이 없다.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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