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미술인 40명 작품 한자리
- 방향성 고민한 토론회도 열려

‘부산 미술’이란 말을 자주 쓰지만, 정작 ‘부산 미술’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 ‘부산 미술’ 하면 떠오르는 고유의 특징이 선명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미술 횡단면을 보다’ 전시에 나온 문성주 작가의 ‘기억의 조합’.

올해 들어 ‘부산 미술’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부산 미술의 태동기를 조명했고, 올가을에는 부산지역 미술인들이 ‘부산 미술’의 현재를 정의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를 한다.

오는 10일까지 부산 금정구 금정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부산미술 횡단면을 보다’ 전이 열린다. 이 전시는 1일 시작했다. 1980년대 부산지역 미술대학을 다닌 1960년생부터 1969년생까지 50대 작가 40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박태원(조각) 금정미술협회장이 금정문화회관로부터 전시 기획을 의뢰받아 성사됐다. 박 회장은 김윤찬(한국화) 부산대 교수, 이건희(서양화) 신라대 교수, 도태근(조각) 신라대 교수를 운영위원으로 위촉해 올봄부터 전시를 준비했다.

초청된 작가 40명은 모두 30년 이상 순수미술 작가로 활동했고, 앞으로 10년 이상 활동을 이어갈 부산 미술계의 중진이다.

전시 기획팀은 ‘부산 미술’이 “서울 중심적인 한국 미술계와 맥을 같이하면서도 형식적 특징을 갖고 있다”고 했다. 1980년대 사회적 메시지가 강했던 ‘민중 미술’의 거센 바람 속에서도 부산에서는 작가 내면의 문제의식에 집중한 ‘형상 미술’ 맥락의 작업이 꾸준히 진행됐다는 것이다. 기획팀은 “이들 속에서 ‘부산 미술의 DNA’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섭 작가의 ‘아버지의 땅’.

전시 기획팀은 장르를 넘어 문제의식과 주제별로 40명의 작가를 분류했다. ▷인물에 대한 또 다른 시선(강동석 외 4명) ▷풍경의 존재-의미론(설종보 외 6명) ▷낯섦의 인식 비틀기(김종구 외 3명) ▷물성의 극대화에 서서(김국보 외 3명) ▷적음(寂音)과 전신(傳神)사이(이민한, 김윤찬) ▷욕망하는 꽃과 동물 (김영아 외 4명) ▷소나무의 존재론(구명본, 홍익종) ▷시선 너머의 메타포(이진이, 성현섭) ▷생명과 공간의 유희(강이수 외 2명) ▷구조 + 그리고 역설(김성호 외 4명) ▷매체의 확장(김계현)등 11개 카테고리다.

미술평론가인 송만용 동서대 교수는 “40명의 작가는 문제의식뿐만 아니라 대상과 기법이 다양하고, 일상적인 대상에 자신의 메타포를 담아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작업이 너무 안정적이고, 일부 작가의 작품세계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확장성이 부족해 아쉬웠다”고 평했다.

부대행사로 부산 미술의 방향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개막일인 1일 금정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부산 미술의 현 주소와 방향성에 관하여’를 주제로 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장, 이영준 김해문화의전당 예술경영팀장, 송만용 교수가 토론을 벌였다. (051)519-5651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