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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18> 김태훈 시집 ‘하자 있는 인생’

‘음흉시인’ 김태춘, 진짜 시인이 되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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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04 19: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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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중턱에 있는, 부산항과 원도심의 불빛이 별을 잔뜩 뿌린 바다처럼 펼쳐진 부산의 숨은 야경 명소인, 사진작가 윤 씨 집에 놀러갔더니, 거기에 김태춘이 있었다.

   
‘가수 김태춘’으로 활동하다 최근 본명으로 시집 ‘하자 있는 인생’을 독립 출판한 김태훈 시인.
서수남과 하청일 이후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했던 컨츄리 음악을 아이들이나 노약자, 심약자들은 결코 들어선 안 될 욕설과 비속어 가득한 사악한 노랫말로 쏟아내던 음흉시인. 어느 날 갑자기, 다들 아는 그 이효리의 앨범에 작곡가로 참여해 함께 공중파 방송에도 나오고 서울로 상경한 이후, 역시 애들 울리기 딱 좋은 동심 파괴 크리스마스캐롤 모음집 ‘산타는 너의 창문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와 욕설과 저주의 대상을 확장하여 민중가요의 성격까지 띤 정규앨범 ‘악마의 씨앗’을 발표하는 등 하는 짓마다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다가 최근엔 소식이 뜸해 궁금해 하던 참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김태춘은 겉모습부터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포마드를 잔뜩 발라 틈날 때마다 빗질하던 머리카락은 스스로 빡빡 밀어버렸고, 걱정될 정도로 야위었으며 늘어질 대로 늘어진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근황을 묻자, 촌에 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산 진북면에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던, 빈집에 들어가서 지냈다고 했다. 집안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라 불편할 법도 했지만, 집밖에도 잘 나가지 않아 불편할 것도 없었단다. 천만이 넘게 바글바글 모여 사는 서울에서 지내다가 TV도 없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는 정반대 환경에서 살게 되니 당연히 미칠 듯 외로웠고 심심했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인근에 있는 바닷가에 가서 한참 바다를 보기도 했고, 산과 계곡을 쏘다니고, 읍내에서 사 온 막걸리를 마시다 잠이 들었고, 길게 자란 잡초를 뽑았고, 동네 고양이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시를 썼다.

31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이 담긴 첫 번째 시집 ‘하자 있는 인생’을 만든 시인 김태훈은 노래하는 김태춘과 구별하기 위해 본명을 썼다. 꾸준히 노랫말을 써왔지만 음악에 기댈 수 없이 오롯이 글로써만 표현해야 하는 점이 생소하고 힘들었다. 혹시나 좀 베낄 것이 있나 싶어서 몇몇 시집을 찾아 읽기는 했지만, 다들 너무 잘 써서 베낄 수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남의 걸 베끼지 못하고 속에 담긴 것만 풀어낸 시를 읽다 보면 시인 김태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자동재생 된다. 혼자 들이켰던 막걸리와 안주로 씹어 삼킨 생 부추의 알싸한 풀냄새가 묻어있다.

가정용 프린터로 복사해서 직접 제본한 김태훈 시집 ‘하자 있는 인생’은 현재 부산에선 보수동 카페 인앤빈과 문현동 카페 커피스페이스바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단 40권을 만들었다니 아마도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집 가격은 8000원이다. 나는 특별히 지인 바가지로 단돈 만 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외롭고 우울한 이들이 읽는다면 이열치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아니꼬운 누군가를 욕했고, 더 나아가 사회를 욕했지만 시골 작은 마을에 박혀 주변을 둘러보니 욕할 것이 자기 자신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어진 제목이 ‘하자 있는 인생’이다.
   
기대했던 특유의 거친 욕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청순한 편이다. 이유를 묻자, 요새 그라믄 잡히갑니더, 라고 답한다. 단숨에 이해되는 얘기지만 한편 서운한 맘도 드는 복잡한 심경이다. 다행인 것은 추석 전후로 부산으로 돌아올 계획이라니 곧 부산의 어느 카페나 펍에서 다시 김태춘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자주 생기길 바란다. 그리고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블루스, 컨츄리 기타 레슨을 시작할 거라고 한다. ‘썽 내지 않고’ 차근차근 가르칠 거라 하니 안심하고 많은 이의 참여를 부탁드린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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