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이야, 불행도 인생에 유용한 ‘무엇’이 될 수 있단다”

박향 소설가, 새 장편소설 출간

  • 국제신문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18-09-02 19:00:38
  •  |  본지 22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폭행·참견 등에 상처받은 10대
- 아픔 딛고 성장하는 과정 그려
- “끔찍한 아동폭행 사건이 모티브”

초등 교사이기도 한 소설가 박향이 새 장편소설을 냈다. 제목이 살짝 긴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나무옆의자)는 그가 두 번째로 쓴 청소년 소설이다.
   
박향 소설가가 그의 모교인 부산교육대학교 캠퍼스의 벤치에 앉아 최근 펴낸 소설을 소개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2010년 실천문학사를 통해 펴낸 ‘얼음꽃을 삼킨 아이’는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10대를 보낸 한 소녀의 이야기로, 억압의 시대를 통과하는 청소년의 아프고 충격적인 성장담이 작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새 작품에서도 10대들이 맞닥뜨리는 시련은 만만찮지만 그 결은 보다 일상적이고 유쾌하다. 배경 시대가 다르기도 하지만, 작가의 아들이 고교생일 때 쓰기 시작한 소설이라니 그 나이 아이들이 견뎌야 할 아픔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투영되지 않았을까.

고등학생 현제는 엄마에게 단단히 실망한 상태다. “하루 이틀 결석이 대수냐”며 1년에 한 번은 자유를 주겠노라고 ‘쿨내 진동’ 호언장담한 엄마가 이제 와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발을 뺀 것이다. 우울한 상황에 처한 친구 제현과 짧은 여행을 다녀오려는 것뿐인데 사사건건 구속하려 드는 엄마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제현은 찜질방에서 지낸다. 엄마는 외국으로 가버리고 아빠는 ‘새 아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제현과 함께 살기를 꺼린다. 부모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모범생으로 살아온 제현은 어쩌다 보니 가출 소년이 됐고, 학교에도 나가지 않게 됐다.

한편에서 다른 이야기가 진행된다. 혜진의 옛 기억은 끔찍하다. 이복 오빠는 부모의 학대를 받다 죽음을 맞았고, 토막 나서 여기저기 유기된 건이의 시신 일부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살아남은 혜진은 밤마다 어느 고등학교 담을 넘어 ‘모종의 의식’을 치르고 제현이 우연히 그 뒤를 밟으면서 두 이야기는 하나가 된다.

소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슴에 품은 아이들의 성장담이기도 하고, 이들이 더 큰 상처를 지닌 친구를 구원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모험담이기도 하다. “쿨한 척만 한다고 현제가 비난한 엄마, 사실은 그게 나”라는 작가에 따르면 어른들의 느린 성장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석 달 간 화장실에 갇힌 채 계모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한 끝에 사망한 ‘원영이 사건’이 소설의 모티브가 됐다”고 말한다. “너무 마음이 아파 어떻게든 써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침 둘째 아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청소년 소설을 하나 더 내보자고 계획하던 때라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스토리와 엮어서 쓰기 시작했어요.”

요즘 10대들과 비교하면 등장인물들이 너무 점잖고 착한 것 아니냐고 묻자 작가는 “사실은 그런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물론 험악한 비속어는 많이 쓰죠. 그래도 알고 보면 다들 어른들이 만든 테두리 안에서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에요. 우리 사회가 하루아침에 아이들을 보호막 밖으로 내모는 사례가 훨씬 더 많죠. 얼떨결에 가출 소년이 된 제현이처럼요.”

   
작품 제목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나오는 톰 행크스의 대사에서 따왔다. “우리가 10대였을 때, 우리를 둘러싼 작은 일이 어마어마한 불행처럼 느껴지곤 했잖아요. 부모님의 잦은 다툼이라든가, 가세가 기울었다든가. 지나고 나면 작은 일들. 그런데 그런 일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내 인생을 뒤덮을 재앙처럼 느껴져요. 그런 것들이 그저 인생에 들고나는 파도에 실려 오는 ‘어떤 것’일 뿐이라는 걸 말해 주고 싶었어요. 인생의 파도가 싣고 온 불행이나, 쓸모없는 참견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나중에는 내 인생에 유용한 ‘무엇’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요. 무인도에서 톰 행크스가 건져 올린 레이스 치마가 고기 잡는 그물이 되는 것처럼요.”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해양문화의 명장면
마데이라 와인과 미국혁명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부산 여성 뮤지션 프로젝트 ‘2018 반했나?’
국제시단 [전체보기]
풀꽃친구 /박진규
9월 /조정해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나를 눈 뜨게 한 엄마 밥과 장모님 밥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방송가 [전체보기]
거래의 대상이 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세간 뒤흔든 ‘흑금성’ 사건의 진실은
새 책 [전체보기]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1, 2 外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이윤기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클래식 거장 말러를 비춘다
성공신화 90대 경영인의 노하우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스르르 부서지는-임현지 作
무제-서상환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밀가루 친구들이 일러주는 꿈의 의미 外
누구 아닌 ‘나’를 위한 삶의 메시지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가을안부 /김소해
나침반 /우아지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기 GS칼텍스배 결승1국
2017 여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물괴·협상·안시성·명당…추석 극장가의 승자는?
‘웰메이드 영화’ 리얼한 세트장이 좌우한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스물세 살 BIFF(부산국제영화제), 좀 더 넓은 부산공간 끌어안아야
영화 ‘공작’- 첩보극으로 본 남북관계의 오래된 미래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한국은 ‘사기공화국’…자발적 분쟁해결 자리잡아야 /정광모
아이로 마음 졸이던 부모 위로하는 ‘이상한 엄마’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로봇왕국 독재가 두렵다고?…휴머니즘의 힘을 믿어봐 /안덕자
인간 본성 파헤친 10가지 실험, 때론 끔찍한…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냉전부터 심리·정치적 분리까지…현대사회의 분열을 이야기하다
초연결시대 광고마케팅 화두는 채널확대·기술협업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9월 20일
묘수풀이 - 2018년 9월 19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有名之母
道樸雖微
남해군청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