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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14> 서울냉면

슴슴한 육수 구수한 메밀 면발…착착 감기는 맛, 입가에 미소가 절로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30 19:09:28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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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평양냉면은 메밀로 면 뽑고
- 이북에선 겨울에 주로 먹던 음식

- 재료를 메밀로 사용하면 물냉면
- 전분을 이용하면 비빔냉면 구분

- 6·25전쟁 거치며 냉면도 ‘남하’
- 서울서 사철음식으로 자리잡아

- 함흥냉면·부산밀면의 중간 지점
- ‘깃대봉 냉면’ 특이한 방식 감탄

- 요즘 요리사들 새로운 종류 선봬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랭면을 가져왔습니다. 대통령님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멀리서 온 (평양랭면을),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 옥류관에서 공수해온 평양냉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권하며 한 말이다. 그만큼 북한은 국가적 대중 음식으로 ‘랭면’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북한 주민의 랭면 사랑 또한 대단하다. 그 산물이 ‘옥류관’이다. 평양 대동강 가에 자리한 옥류관은 평양냉면 전통을 잇는 북한 최고의 냉면집이다.
   
서울 서초동 서관면옥의 ‘맛박이 냉면’. 고기 고명이 넉넉히 들어간 안주용 냉면으로 서울냉면의 새로운 분화 과정을 보여준다.
옥류관 냉면을 통해 ‘평양냉면’을 알아보자면, 원래 평양냉면은 순 메밀로 면을 뽑는다. 지금은 메밀 7, 농마(감자전분) 3 비율로 면의 식감과 메밀의 구수한 맛을 함께 구현한다. 육수는 꿩이나 닭, 소고기 양지, 동치미 등을 쓰고, 고명은 소고기, 돼지고기, 꿩고기 등과 무김치, 배, 오이, 달걀지단, 삶은 계란 반쪽 등을 넣는다. 먹을 때는 육수에 겨자를 풀고 면에 식초를 살짝 쳐서 먹는다.

   
함흥냉면이 서울 음식으로 현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서울 숭인동 ‘깃대봉 냉면’의 메뉴.
냉면(冷麵)의 사전적 뜻은 ‘차게 해서 먹는 국수’다. 예부터 냉면이라 하면 ‘메밀국수를 고기냉국이나 동치미 따위에 말거나 고추장 양념에 비벼서 먹는 음식’이었다. 냉면에 반대되는 의미의 음식으로 ‘온면(溫麵)’이 있겠다. 냉면은 재료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눌 수가 있겠는데, ‘메밀면’과 ‘전분면’이다. 메밀면은 말 그대로 재료가 메밀이고 전분면은 감자나 고구마에서 걸러낸 전분이 재료가 된다. 주로 이북지역은 감자, 이남지역은 고구마로 전분을 낸다.

‘메밀면’은 면이 부드러워 다양한 육수와 함께 먹으면 맛있고, ‘전분면’은 비빔양념에 비벼 먹으면 좋다. 그래서 메밀면은 ‘물냉면’, 전분면은 ‘비빔냉면’으로 구분하는데, 흔히 물냉면의 대표 지역이 평양이라 ‘평양냉면’, 비빔냉면의 대표 지역이 함흥이라 ‘함흥냉면’으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원래 냉면은 전국적으로 신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먹던 음식. 그러함에도 메밀의 주산지라는 환경 요인에 따라, 이북지역이 냉면과 더 친근했다고 볼 수가 있다. 더불어 그 요리법 또한 세련되고 다양하게 발달하였기에, 냉면 앞에 이북의 지명이 쓰이는 계기가 된다.


냉면, 서울에서 분화·진화·현지화

   
뻘겋고 찰박찰박한 육수가 매력인 서울의 ‘깃대봉 냉면’.
현재 서울은 대한민국 ‘냉면의 수도’이다. 각 지역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담은 팔도의 냉면이 다 모여 있기도 하거니와, 이 냉면들이 서울 현지화를 거치면서 현대화되고 다양한 맛으로 분화되는 ‘서울냉면화’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전국 음식과 식문화가 모여 전국화 과정을 거친 뒤, 각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음식문화 플랫폼’이다. 그러하기에 서울을 중심으로 상식(常食)하는 지역 토속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국 사람이 모여, 각 지역 습속을 닮은 음식을 현지화시켜 먹기에 그렇다. 음식문화사적 측면에서도 ‘그 고장 본연의 음식은 사라져 버리고, 타지에서 이입된 사람들과 어우러져 새로운 형태의 음식문화를 조합하는 양상’이 부산과 비슷하다 하겠다. ‘서울의 냉면’ 또한 ‘부산의 밀면’처럼 ‘이북의 냉면’이 서울에 정착하면서 서울식 냉면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물론 이북 실향민들이 고향 음식 삼아 먹는 정통 냉면집들도 있지만, 오랜 세월 타지에서 뿌리내린 음식이 원 지방 음식문화를 제대로 전승하기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 때문에 서울의 냉면은 이북의 냉면이 전쟁을 피해 남하한 피란민과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망향의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고, 각각 지방의 특색을 안고 전국의 냉면이 다시 서울로 모이는 과정 속에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서울 우래옥의 북한풍 냉면.
원래 냉면은 서울에도 있던 음식이다. 일제강점기인 1920~30년대 서울 번화가에 냉면집들이 성업한 것을 보아도 쉬 알 수 있다. 그러나 맛은 평양의 냉면보다는 덜했던 것 같다. 몇몇 신문 기록에 따르면 ‘서울의 냉면은 보기에는 평양의 냉면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순 메밀을 쓰는 평양식과 달리 밀가루를 섞어 면을 뽑고, 전국 명성의 평양우를 사용하여 육수를 내는 평양식에 비해 간장으로 맛을 내므로 그 맛을 따르지 못한다’는 요지다.

이 냉면을 이북에서는 겨울에 주로 먹었다. 그래서 육수는 집에 담아놓은 맛깔난 동치미 국물을 썼다. 산천에서 흔히 잡히던 꿩으로 육수를 내어, 동치미 국물과 섞어 육수를 냈던 것. 서울을 중심으로 이남은 여름철 대표 음식으로 냉면을 즐겨 먹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냉면은 다양한 출신 지역의 인적 구성원과 식습관을 수용한 서울에서 사철 음식으로 자리 잡는다.


전통과 새로운 해석, 공존과 경합

   
젊은 요리사들이 서울냉면의 새로운 맛을 개척하는 피양옥의 냉면.
어쨌든 한국전쟁 이후 이북 실향민을 중심으로 평양식 냉면이 서울에 정착하면서 서울의 냉면은 평양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다양한 ‘서울냉면’을 알아보기 위해 음식역사학자 박정배 작가의 도움으로 서울 소재 냉면집을 몇 곳 찾았다. 이북 출신 가족이 운영하는 종로의 ‘우래옥’과 을지로의 ‘을지면옥’, 젊은 요리사들이 운영하는 청담동의 ‘피양옥’과 서초동의 ‘서관면옥’, 독특한 형식의 냉면을 내는 숭인동의 ‘깃대봉 냉면’ 등이 그곳.

‘을지면옥’의 냉면을 박 작가는 ‘평양냉면 서울 현지화의 대표 사례’로 꼽는다. 평양식인데 메밀과 밀가루를 섞어 면을 뽑고 고명에도 소고기와 돼지고기 편육을 함께 올린다. 특이하게도 면 위에 고운 고춧가루와 참깨를 적당량 뿌려놓았다. 을지면옥이 서울냉면의 정착 과정을 보여준다면 ‘우래옥’은 북한 냉면의 전통을 고수하는 냉면집이다. 이북 출신이나 그 가족들이 자주 찾는데 ‘정통 평양냉면의 고수’라는 박 작가의 평가다. 육수가 상당한 내공을 자랑하는데, 쇠고기로만 육수를 뽑아내기에 진하면서 깔끔하고 개운하다. 고명도 평양식을 따랐다. 메밀로만 반죽한 순면과 밀가루를 섞은 면, 두 종류를 기호에 따라 즐길 수가 있다.

‘깃대봉 냉면’은 특이한 방식의 냉면을 내는 집이다. 보기에는 뻘건 양념육수가 찰박찰박 들어간 함흥식 냉면이다. 굳이 따지자면 함흥냉면과 부산밀면의 중간 지점에 있는 냉면이다. 냉면 육수에 밀면의 맵고 진한 양념이 들어가고, 면발 또한 함흥식 전분에 밀가루가 함유되는 식이다. 함흥냉면이 서울 음식으로 현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요즘 서울에서는 젊은 요리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해석의 냉면이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서울식 냉면의 정착 과정을 넘어 다채로운 맛의 분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서관면옥’과 ‘피양옥’. 두 곳 모두 직접 메밀을 제분하여 면을 뽑는다. 국내산 메밀을 쓰거나 다양한 메밀을 혼합하기도 한다. 육수도 등심을 활용하는 등 고급화, 세분화 길에 서 있다. 다양한 차림표도 눈에 띄는 변화다. 그래서인지 면의 식감도 적당히 부드럽고 탄성이 있다. 메밀의 구수함이 오래도록 입안을 감돌며 다채로운 맛을 낸다. 육수 또한 슴슴하면서도 싱겁지 않고, 짙지는 않지만 깊고 긴 여운을 가진다. 서울냉면이 가야 할 길이 읽히는 것만 같아 흐뭇하다.

음식문화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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