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이뇨칭·스웨덴 바노스…
- 포털 검색도 안 되는 낯선 곳에
- ‘디지털 디톡스’ 도입한 축제 등
- 자연과 공존하는 작품·행사 소개

이 책에는 여러 종류의 ‘기능’이 있다. 나름대로 요약하면 이렇다. 1)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2) 정보가 있다 3) 흐름을 보여준다.

브라질의 예술 마을 이뇨칭에 있는 주제페 페노네의 설치 작품 ‘Elevation’. 강철 구조에 브론즈로 만든 작품인데 마치 실제의 나무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갸날 제공

브라질 이뇨칭(Inhotim), 스웨덴 바노스, 이탈리아 아르테 셀라, 뉴질랜드 코넬즈 베이, 대만 쳉롱 습지 국제환경미술 프로젝트, 한국 글로벌 노마딕 아트 프로젝트, 핀란드 콜리 환경미술축제, 스코틀랜드 환경미술축제, 안도라 대지미술 국제 비엔날레. 이는 이 책에서 저자 유려한이 직접 찾아다니고, 체험해서, 독자에게 소개하는 장소와 행사의 목록이다. 대체로 생소한 이름이다.

저자도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책에 소개되는 장소들은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잘 검색되지 않는 낯선 곳이다. 대도시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다. 하지만 세계의 대표적인 자연 속 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되어 예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저자가 밝혔듯 이들 장소와 행사의 공통점은 ‘자연 속 예술 공간’, 다시 말해 자연 속에서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나 예술 행사이다. 스웨덴 바노스에는 1987년 시작한 예술 공간이 있다. 숲속에서 컨템포러리(당대, 현대) 예술을 선보인다. 작가를 초청해 예술 작업을 할 때는 이 장소의 특징을 중시하며 2, 3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작품을 만든다. 그렇게 세계의 250여 명 작가가 작업했다. 옛날 성을 중심으로 자리한 헛간, 마구간, 곡식 창고를 갤러리와 식당으로 쓰는 관계로 작품 곁으로 소떼가 돌아다닌다.

핀란드 콜리 환경미술축제는 헬싱키에서 기차로 7시간 떨어진 콜리 국립공원에서 열린다. 생명·생태·환경이 스며든 지극히 자연스러운 작품을 만들고 자연과 건강 치유 프로그램, 하이킹 예술(hiking art)프로그램, 걷는 예술(walking art)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이 ‘불편한’ 축제는 조금씩, 지역 주민과 함께 자리 잡아간다. 스코틀랜드 환경예술축제에서 사람들은 ‘예술과 걷기’를 합치고, 모닥불과 음식 나누기까지 예술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며, 오프 그리드(전기나 수도망을 쓰지 않고 자급자족)와 조금이나마 디지털 중독에서 해독돼 보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도입한다.

이들 장소와 행사의 현장을 직접 탐방한 저자는 아주 편안하게 글을 전개한다. 정보를 너무 많이 주입하려 하지 않고, 건들건들 빈틈이 보인다 싶을 만큼 편한 글을 썼다. 책의 편집 또한 사진을 넉넉하고 풍성하게 쓰고 글은 적게 써서 읽기 편한 책을 만들었다. 그래서 치유하는 자연예술기행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간 한국 독자, 예술문화인, 문화기획자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자연 속 예술 공간’의 좋은 사례를 성실하게 소개한다. 홈페이지도 안내해준다. 그래서 정보가 있다.

치유, 내면 여행,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그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예술로 사귀고…. 세계 여러 곳에서 예술이 자연 그리고 치유와 만나거나 그런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대지 예술, 환경 예술, 자연 속 예술의 흐름이 조금씩 더 뚜렷해질 것 같다. 한국에서도.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