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격적인 색과 패턴 등 인상적
- 형식 뛰어넘은 제품으로 명성

- 신세계갤러리 국내 최초 전시
- 가구·주얼리 등 118점 선보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클레토 무나리. 그가 디자인한 유리공예품을 들고 있다. 신세계갤러리 제공

클레토 무나리(88·Cleto Munari)는 우리에겐 낯설지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다.

이탈리아 고리치아(Gorizia) 출신으로 주얼리, 가구, 공예 분야에서 자유로운 감성과 창의성을 보여준 포스트 모던 디자인의 초석을 세운 거장이다. 90세에 가까운 지금도 획일적인 형식성을 거부하며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 놓인 클레토 무나리의 작품 또는 제품은 아직 한국에서 정식으로 유통되지 않는다. 흔히 아는 ‘명품’이 아닌, ‘명품 디자인’ 제품을 수천만 원씩 주고 구입할 고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갑게도 그간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클레토 무나리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신세계갤러리(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6층)가 국내 최초로 클레토 무나리의 작품과 그의 회사가 아티스트와 협업한 가구, 유리공예, 보석, 시계, 펜, 은제품, 도자기, 카페트 등 118점을 선보이는 ‘클레토 무나리 디자인 명품 전’을 개최했다.

알렉산드로 무나리(60· Alessandro Munari)는 클레토 무나리의 조카이자 클레토 무나리사(社)의 운영을 총괄하는 제너럴 디렉터이다. 삼촌을 대신해 한국 전시장을 찾은 그는 “클레토 무나리는 ‘디자인’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던 1960년대에 다른 디자이너, 아티스트, 건축가와 협업해 쥬얼리·가구 분야에서 당시에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협업은 그 당시 매우 새로운 시스템이었다”며 “다양한 분야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능력이 클레토 무나리와 클레토 무나리사 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클레토 무나리의 조카이자 클레토 무나리사 운영 총괄자인 알렉산드로 무나리가 한국을 찾아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클레토 무나리사의 가구는 ‘캔버스에서 나온 예술품’이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살아있는 피카소’라 불리는 밈모 팔라디노(Mimmo Paladino)가 직접 디자인한 책장과 장식장에는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얼굴, 말 등 문양이 나타나있다. 가구는 ‘네모’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철제 장식은 자유롭게 굽이치고 가구 위쪽으로 막대 모양 장식이 삐죽 솟아있다. 가구는 모두 수공예 한정판으로 생산된다. 화려한 색상의 카펫도 모두 협업의 결과물이다. 알렉산드로 무나리는 “카펫에 쓴 실은 기성품이 아니다. 원하는 색을 내기 위해 모두 주문 제작한다”고 말했다.

펜 하나도 예사로 만들지 않는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5명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클레토 무나리를 포함해 세계적인 아티스트 5명이 각각 디자인을 맡았다. “아름다운 펜은 시중에 많다. 중요한 건 깊이다. 이 펜을 어떤 사람이 누구를 위해 어떤 내용으로 만들었는지 ‘노벨상급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화가 산드로 키아와 함께 만든 카펫. 신세계갤러리 제공

다른 제품과 달리 쥬얼리는 클레토 무나리가 대부분 직접 디자인한다. 그가 디자인한 반지, 목걸이, 귀걸이는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다. 반지 장식은 톱니바퀴로 맞물려 돌아가고, 서랍처럼 열고 닫힌다. 몬드리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고, 로마의 건축물이 구현됐다. 손에 끼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장식이 크다는 생각이 들 때 알렉산드로 무나리가 말했다.

저명한 화가 밈모 팔라디노와 협업한 가구. 신세계갤러리 제공

“어떤 사람은 ‘이걸 끼고 주먹질을 할 거냐’며 웃어요. 하지만 용기를 내서 이 반지를 한 시간만 착용하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얼굴은 기억 못 해도 어떤 반지를 낀 사람이라고 기억될 겁니다. 주얼리 하나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파격적인 색, 과감한 패턴이 인상적인 클레토 무나리 전시는 다음 달 28일까지 계속된다. 무료. (051)745-1505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