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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14> 곁에있는 삶의 작은공간에서

또 하나의 문화예술 사랑방이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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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0 18:53:3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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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음악회로 호응 얻었던

- 갤러리 카페 나다의 폐점소식

- 지역의 국도예술관·씨앤씨 등

- 과거형이 돼버린 일상 속 예술


- 더 크고 전문화된 극장만 키우는

- 획일화된 예술지원 정책 대신에

- 다양한 문화공간 관심 가져주길


지난주, 문자가 날아들었다. ‘갤러리 카페 나다 고별 음악회’를 알리는 문자였다. 4년 만에 갤러리 카페 나다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이 문자가 필자를 고교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하게 했다. 학창시절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부산시민회관, 가톨릭센터 소극장, 부산 YMCA의 음악회와 다양한 음악감상실을 참 많이 다닌 것 같다. 음악이 좋았다. 음악을 들으며 행복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지난 4일 부산 수영구 민락동 갤러리 카페 나다에서 ‘고별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나다는 이 음악회를 끝으로 4년 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음악을 전공하고, 좋은 사람을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주변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았다. 멀리 가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주변에 이러한 공간과 사람이 많았다. 그때는 좋은 음향기기나 좋은 음반이 있으면 함께 많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덕에 나는 음악을 전공하였고, 이 좋은 음악을 많은 사람이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돌아보니 삶의 주변에 예술을 공유할 많은 공간이 부산에 있었다. 가람아트홀이 생기면서 연주자와 애호가들이 만나는 사랑방 역할을 했으며, 국도아트홀에서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쇼케이스 형식으로 작은 음악회를 연 것을 비롯해 부산 음악인들의 음악과 인생을 매월 만났다. 비보이 전용극장, 인디·예술 영화를 상영한 국도예술관, 아트 씨어터 씨앤씨, 인문 음악회를 열어 예술철학을 중심으로 예술인과 애호가의 만남을 이끌던 부산 수영구 민락동 방파제횟집 곁 갤러리 카페 나다….

많은 공간이 이제는 과거형이 돼 버렸다. 화려하게 조명받은 것은 아니지만, 삶 곁에서 문화예술 자양분을 풍부하게 해주던 곳이다. 부산에는 크고 좋은 시설을 갖춘 극장도 많다. 이런 극장이 부족하다며 더 큰 극장, 더 좋은 극장, 더 전문화된 극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볼 것이 있다. 공공(公共)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근본부터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공공은 사전에 “사회 일반 구성원에게 공동으로 속하거나 두루 관계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를 다시 생각해 보니 ‘두루’는 ‘모두’가 아니다. 다양성을 뜻하는 것이다. 하여 필자는 ‘공공’을 ‘사회의 일반 구성원에게 다양한 분야의 것들을 다양하게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것’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어느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아니며, 다수 사람이 원한다고 그것(그곳)이 일방적으로 공공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 공공이다.

요즘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뭘까? 근원적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이다. 왜 4대강 사업을 하려 했는지, 정말 강을 살리고 싶은 생각은 있었는지, 그 방법이 정당했는지이다. 큰 강을 정말 살리고 싶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큰 강으로 들어가는 샛강, 샛강으로 들어가는 하천, 하천으로 들어가는 개개인 등의 오폐수를 점검하고 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눈앞에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당장 성과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지 않고선 큰 강을 살릴 수는 없다. 큰 강은 모든 물을 품고 흘러가는 길이기에 삶의 주변을 정리하지 않고는 살릴 수 없다.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다. 내 삶 가까이에서 예술을 접하고 토론하는 장이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웅장하고 멋진 극장을 지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극장은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삶 주변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을 살리지 않고는 대형 극장이라는 큰 강은 늘 문제아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 문화예술 공간들이 오늘도 생겨나며, 또 사라진다. 예전에 필자가 (작은) 문화 공간을 살리기 위해 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그때 ‘개인 영업공간을 지원하기 어렵다’며 단칼에 자르던 당국의 모습에서 먹구름을 보았다.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힘을 만들어 주는 곳이 삶 가까이의 작은 문화예술공간이다. 이들이 번성해야 사회는 건강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대형 극장은 활력을 찾는다. 부산시와 각 구·군이 문화예술 공간을 꼼꼼히 챙겨 보아야 할 이유는 많다. 공공기관이 소규모의 문화예술 공간을 찾아 지원하기 바란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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