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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반짝반짝 문화현장 <49> 아이를 춤추게 했더니 생긴 일

책상머리에선 안 나오는 싱그럽고 기발한 상상력…아이들은 오늘도 춤춘다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6-28 18:45:0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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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예술교육 해온 김옥련 씨
- 초등생 정식 춤 가르치기 앞서
- 몸 푸는 ‘표현수업’으로 이완

- 음식을 표현해볼까요? 하자
- 온 몸으로 굽고 튀기는 아이들
- 사물 냄새 소리 느낌 표현하며
- 있는 힘껏 에너지를 분출한다
- 화창한 봄날 귀여운 망아지처럼

‘김옥련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오늘, 표현수업 할까요?”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아이들이 일제히 ”예에~!” 하며 화답했다.
지난 19일 부산진구청 내 부산진구 청소년예술학교 발레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김옥련(오른쪽) 씨와 함께 발레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 기자 seosy@kookje.co.kr
누군가 ‘요즘 아이들, 지나친 학업 부담과 공부 스트레스로 활력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하고 물어온다면, “이래도요?” 하고 반론하며 보여주고 싶은 활기찬 모습이 춤추는 아이들 속에는 있었다. 그건 그렇고, 표현수업이 뭐기에 아이들 호응이 이리 뜨겁단 말인가? 표현수업을 지켜보기로 했다.

1은 걷기다. 2는 걷기는 걷기인데 낮은 자세로 걷기다. 3은 폴짝 뛰어오르기. 4는 멈추기. 5는 달리기. 6은 쓰러지기. 단, 각 번호의 동작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서로 몸이 닿으면 안 된다. 이제 시작! 아이들은 발레 수업 때 ‘표현 수업’을 한 경험이 쌓여서인지 1, 2, 3, 4, 5, 6번 동작을 금방 외운다. 김옥련 선생님이 “1번!” 하고 외치자 아이들은 걷는다. “2번!” 하자 걷다가 할머니처럼 허리를 꼬부리고 걷는다. “3번!” 외치자 폴짝 폴짝 뛴다. “6!” 하자 모두 쓰러진다.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아이들 함께 웃는 소리는 기분을 참 좋게 한다.

표현수업의 ‘난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세 사람씩 짝 지어 머리 맞대기!” “이번에는 다섯 명씩 모이는데 부피가 가장 작게 모여 보세요!” “그런데 여러분 왜 다들 비슷한 동작을 하나요? 다르게 해보는 건 어때요?” 표현수업은 이제 점점 ‘예술적으로’ 진화해간다. 아이들은 즐겁고도 진지한 모습이다.

■상상을 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

“‘작은 것을 표현해보자’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세포, 개미, 모래알 같은 걸 생각해내서 몸으로 표현하더군요. 모래알을 표현할 때 어떤 아이는 모래알이 되어 동글동글 구르고, 어떤 아이는 물결이 되어 들락날락하고, 어떤 아이는 입으로 ‘솨솨’ 하면서 바닷물 소리를 내요. ‘날아가는 것’은 뭐가 있을까?“라고 했더니 새, 공, 로켓은 말할 것도 없고 ‘빵 굽는 냄새’를 몸으로 표현하더군요. 아이들 상상력이 참 싱그럽구나’ 했죠.”(김옥련)

이런 일도 있었다. 표현수업 때 “큰 것을 나타내보자”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쑥덕쑥덕 회의를 했다. 한 아이는 자명종시계가 돼 알람 소리를 냈다. 어떤 아이는 어린이가 되어 잠투정 하는 동작을 했고, 어떤 아이는 엄마가 돼 어린이를 깨우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 장면이 하굣길로 바뀐다. 어린이가 집에 가려는데 비가 내린다. 우산을 갖고 오지 않아 막막한 어린이. 그런데 그 앞에 어느새 우산을 든 엄마 역의 아이가 와서 서 있다. 이 장면을 순식간에 만들어 낸 아이들은 말했다. “선생님이 ‘큰 것을 표현해보자’라고 하셨을 때 떠오른 게 이거였어요. 엄마의 마음.”

■표현수업과 정식 춤 교육의 조화

지난 19일 부산 부산진구청 내 ‘부산진구 청소년예술학교’ 발레 교실에서 본 광경이다. 김옥련(52) 씨는 부산 춤 예술계에서 발레를 바탕으로 끈질기고 폭넓고 성실하게 활동하는 예술가로 널리 알려졌다. 17년째 어린이를 위한 ‘숲속 발레’ 연작 공연을 올리고, ‘운수 좋은 날’ ‘날개’ ‘분홍신 그 남자’ 등 탁월한 창작 발레 공연을 제작·안무했다. 20여 년 군부대와 학교를 다니며 발레로 예술 교육을 해왔다. 그가 대표인 김옥련발레단은 해운대문화회관 상주 단체를 거쳐 올해부터는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의 상주 단체로 활동한다.

그는 부산진구청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운영하는, 부산진구의 명물인 청소년예술학교에서 7년째 발레 수업을 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부산시교육청 공모 예술교육사업 ‘펀펀한 댄스스쿨’을 맡아 동료 강사(춤 예술인 유은주 강정윤, 마임이스트 방도용)와 함께 부산 기장군 철마면 신진초등학교를 거점으로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친다.

부산진구 청소년예술학교의 발레 교실에서 표현수업이 주된 활동인 건 아니다. 초등학생 수강생을 위해 발레 수업을 하는 것이 ‘주요 교과’다. 표현수업은 필요할 때 하는 편이다. 이날도 아이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 속에 표현수업이 끝나자 발레 수업이 시작됐다. 표현수업에서 행복감과 일체감을 느낀 뒤라 그런지 15명 아이들은 까다롭고, 기초가 중요해 반복 연습해야 하는 발레 수업의 어려움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수업받다 공연 출연까지

지난 23일 부산 기장군 신진초등학교에서 열린 ‘펀펀한 댄스스쿨’의 표현수업에서 어린이들이 재미있는 동작과 표정을 선보이고 있다.
발레 수업 뒤 아이들과 둥글게 앉아 ‘소감’을 들어봤다. 수강생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골고루 있고, 길게는 5년 짧게는 6개월 발레를 배우고 있다. 아이들은 앞다퉈 손을 들며 소감을 말하고 싶어 했다. “매일 하고 싶어요.”(발레 교실은 일주일에 두 번 있다) “이 발레 수업을 받는 게 인연이 돼 김옥련 선생님이 5월에 연 ‘숲속 발레-거인의 정원’에 출연했어요(이 발레 교실 수강생 4명이 출연했다). 무대에서 처음엔 떨렸지만, 박수받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

춤추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을 더 취재하고 싶었다. 지난 23일 부산 기장군 신진초등학교에 ‘펀펀한 댄스스쿨’도 보러 갔다. ‘펀펀한 댄스스쿨’은 발레에 국한되지 않고 춤·놀이·표현을 두루 가르치고, 널찍한 체육관에서 수업해 아이들은 화창한 봄날 귀여운 망아지들처럼 춤추며 놀고 상상하고 표현했다. 표현수업에서 ‘4명이 한 조가 돼 음식을 표현해보자’라고 하자 굽기, 삶기, 튀기기를 몸으로 나타냈다. 혼자 보기 아까웠다.

물론, 여기서도 ‘거울놀이’라 해서 춤꾼 유은주 강정윤, 마임이스트 방도용, 발레의 김옥련 선생님이 정식 춤 동작을 가르친다. 그렇게 긴장(정식 춤 교육)과 이완(표현수업)을 알맞게 조화시켰다.

■춤의 다섯 가지 요소

김옥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춤 예술에는 다섯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먼저, 몸. 만지고 두드리고 흔들면서 몸의 감각을 깨웁니다. 두 번째 요소가 시간. 시간이라는 요소 속에서 느리게, 빠르게, 정지, 이동 같은 템포를 접하죠. 그 다음이 공간. 공간을 인지하고 활용하고 그 속에서 몸을 움직여요. 네 번째가 관계. 춤 예술이 다른 장르와 비교해 아주 강력한 게 이 관계 요소입니다. 어우러져야 하고 그런 어우러짐을 배웁니다. 다섯 번째가 에너지입니다. 앞의 네 가지 요소가 어우러질 때 좋은 에너지가 샘솟죠. 아이들은 그걸 느끼고.”

그는 “춤으로 하는 예술교육은 이런 긍정적인 요소를 담아 전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춤추는 아이들 표정이 해맑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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