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중국이 싱가포르를 모델로
- 오랜 세월 배우려 노력한 흔적
- 그 증거 깊이있고 촘촘하게 제시

잘 몰랐던 나라 싱가포르의 핵심과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나라 중국의 오늘을 함께, 깊이 있게, 촘촘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이다. 공부는 역시 ‘비교 연구’하는 방법이 효율이 좋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 책은 ‘중국은 싱가포르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미래를 만드는가’라는 주제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간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스카이 파크에서 본 싱가포르 야경. 국제신문 DB

임계순 한양대 명예교수가 쓴 700쪽 짜리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은 세계를 활보하는, 영향력 절정의, 초강력 거인, 중국을 독특한 방식으로 들여다본다. 거대한 중국이 세계지도 위에 찍어 놓은 점 같은 싱가포르에 왜 그토록 오랜 기간 그리고 지금도 주목하는지 추적하고 분석한다. 중국의 발전모델이 바로 싱가포르라는 것이다. 저자 임계순 명예교수는 “청나라의 통치술인 팔기주방이 소수가 다수를 통치하는 중요한 제도였음”을 논증한 논문으로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청사(淸史) 연구가로서 큰 성취를 이뤘고, 중국사 전문가로서 활발하고 폭넓은 학술·저술 활동을 해왔다.

책의 앞부분만 읽어도, 현대 중국이 오랜 세월 싱가포르를 발전모델로 여기고 다방면으로, 끈질기고, 폭넓게 배우려고 노력해왔다는 ‘증거’는 수두룩하다. 중국과 싱가포르가 수교하기 전인 1970년대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를 중국 최고 지도자 마오쩌둥이 접견했다는 기록은 그냥 액세서리로 넘겨도 된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은 1978년 11월 중국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해 싱가포르가 이룬 양적·질적 발전에 깊은 인상을 받고 “싱가포르를 배우자”를 공식화한다.

그 흐름은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의 시대로 강력히 이어지고 구체화된다. “중국이여! 싱가포르를 배우자”의 내용은 대체로 ▷꾸준한 경제성장과 수준 높은 경제 시스템 ▷그런 경제성장을 서양 모델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 노선으로 이룬 점 ▷리콴유라는 뛰어난 지도자 ▷리콴유가 이끈 인민행동당이 50여 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점 ▷그런데도 관료와 사회 일반의 청렴도는 세계 최고 수준 ▷높은 국민 행복도 ▷법치 실현 ▷탁월한 환경·주택·복지정책 등으로 수렴된다.

경제는 발전하지만, 그럴수록 정치·경제·사회적 모순도 걱정되는 중국(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뇌 어린 시선이 닿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쑤저우공업단지 합작, 텐진생태도시 합작, 광저우 지식도시 등 구체적 사례를 풍부하게 분석하며 설득력을 높인다. 중국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싱가포르의 비결은 궁금한 독자에게도 이 책은 좋은 권장도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봉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