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9> 강화도 밴댕이

속 좁다 욕하지마라, 오뉴월 밴댕이 참돔보다 맛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07 18:48:32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봄바람에 집 나간 며느리가
- 밴댕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
- 제 성질 못이겨 금세 죽고
- 전어와 생김새·맛 비슷해

- 한강·예성강·임진강 흘러드는
- 강화 연안 최대의 서식지
- ‘밴댕이 마을’ 후포항 쪽 유명
- 회 젓갈 구이 등 맛 볼 수 있어

- ‘디포리’라 불리는 말린 밴댕이
- 멸치와 함께 육수용으로 많이 써

예부터 속이 좁아 성질 잘 내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을 빗대 ‘밴댕이 소갈머리’란 말이 있다. 이는 그물에 걸려 배에 오르자마자 제 성질을 못 이겨 금세 죽는 ‘밴댕이’의 습성에서 유래 되었다. 실제 밴댕이의 속 또한 몸집에 비해 지나치게 작기도 하다.
   
강화도 후포항 밴댕이마을에서 받은 밴댕이 한 상 차림. 회, 무침, 구이, 조림, 젓달 등이 풍성하다.
그러나 그 맛은 전어와 비교될 정도로 뛰어나다. 전어와 생김새가 비슷할 뿐 아니라 맛 또한 비슷해서 ‘봄 밴댕이,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 ‘봄바람에 집 나간 며느리가 밴댕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속담 또한 전해질 정도로 봄 밴댕이는 봄철 입맛을 사로잡는다.

   
육수를 내는 데 즐겨 쓰는 말린 밴댕이(디포리).
‘밴댕이’는 청어목 청어과의 등 푸른 생선이다. 전어, 청어, 정어리, 준치 등과 같은 어종으로, 몸길이는 15㎝ 안팎. 우리나라 서남해 연안에 두루 분포하는데, 특히 갯벌이 넓은 강 하구 기수지역의 밴댕이를 최고로 친다. 4월부터 연안에서 잡히기 시작하여 5, 6월에 그 맛이나 어획량이 절정을 이룬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밴댕이를 ‘짤따란 멸치’라 하여 ‘단추(短鯫)’ ‘반도멸(盤刀鱴)’ 등으로 기록했다. 지역에 따라 반댕이, 반당어, 띠뽀리, 반지 따위로 부른다. 충남 서천 일대에서는 들퍼리라고도 한다.

18세기에 나온 ‘증보산림경제’에는 밴댕이로 조리한 탕이나 구이 모두 맛이 있으며, 회로 먹으면 그 맛이 준치보다도 낫다고 기록했다. 밴댕이젓 또한 진미 중의 진미로 임금께 진상될 정도로 귀하게 대접받았는데, 조선 시대에는 임금께 진상할 밴댕이를 관장하던 소어소(蘇魚所)가 있을 정도였다. 이순신 장군도 ‘난중일기’에서 어머니께 전복, 어란과 함께 밴댕이젓을 보냈다고 적고 있다.

남해지역에는 이 밴댕이를 말려 멸치와 함께 육수를 내는 데 쓰고 있다. ‘디포리’라고 불리는 말린 밴댕이는 멸치육수보다 맛이 진하고 단맛이 돌아 식당처럼 육수를 대량으로 내는 곳에서는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이처럼 밴댕이의 맛과 쓰임새는 오래전부터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밴댕이마을’ 조성된 강화 후포항

   
강화도 후포의 갯벌 전경.
밴댕이의 주산지인 인천 강화도. 한강, 예성강, 임진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기수지역인 강화 연안이 밴댕이의 최대의 서식지이면서도 그 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 ‘밴댕이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후포항 선수포구’를 찾았다. 이곳 ‘후포항’은 어선을 소유한 어촌계 사람들이,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 직접 어획한 밴댕이로 여러 가지 ‘밴댕이 음식’을 장만하여 팔고 있다. 제철인 봄에는 하루에 두 번씩 물때에 맞춰 밴댕이어선이 드나들 정도로 밴댕이 어업이 번성했던 곳이다.

‘밴댕이 마을’에서는 밴댕이로 다양한 코스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밴댕이회를 비롯해 밴댕이회무침, 밴댕이구이, 밴댕이조림, 밴댕이젓갈 등이 그것이다. 밴댕이는 잡자마자 바로 죽어버리기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잡는 즉시 포구 앞 식당으로 신속하게 공수한다. 이 마을 식당의 밴댕이가 맛있는 이유 중 하나다.

마을 사람들은 ‘강화 밴댕이는 가장 맛좋을 때가 오뉴월, 특히 장마 전 유월이 제일 맛있다’고 말한다. 산란 전이라 몸에 지방이 차오르고 육질 또한 부드러워 여느 고기 안 부럽단다. “이즈음의 밴댕이는 참돔하고도 안 바꿔 먹어요. 그만큼 고소하고 차진 맛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지요.” 강화도 밴댕이는 주로 낭장망어업으로 어획하는데, 낭장망은 조류가 빠른 곳에 설치하여 멸치 등을 잡는 그물로, 긴 자루처럼 생긴 그물을 닻 등으로 고정시키고 조류에 의해 자루그물에 들어간 고기를 잡는 어로법이다. 낭장망어업은 잡히는 어족의 스트레스가 적기에, 낭장망으로 잡는 강화도 밴댕이는 타지의 밴댕이 보다 신선하면서도 육질이 탄탄하다.

■조리법도 맛도 이토록 다양

   
1㎏ 당 1만 원에 팔리는 강화도의 밴댕이.
후포항 넓은 갯벌을 마주한 ‘밴댕이 마을’의 한 식당에 앉았다. 선창에는 갈매기 떼가 어지러이 선회하며 끼룩거리고, 갯벌에는 어선 몇 척 무료하게 배를 깔고 잠시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밴댕이 음식들이 차려진다. 이곳 식당에서는 밴댕이회, 밴댕이회무침, 밴댕이구이, 밴댕이조림, 밴댕이젓갈 등 밴댕이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을 맛볼 수가 있다.

밴댕이 음식을 한 가지씩 맛으로 일별한다. 우선 밴댕이회. 밴댕이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포를 떠서 먹기 좋게 접시에 올렸다. 육질은 연하면서도 씹히는 식감이 살아 있다. 전어보다는 담백하지만, 등 푸른 생선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을 계속 기껍게 한다. 원래 이곳에는 밴댕이회를 초장에 찍어 먹는데,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으니 그 고소함이 배가 된다.

밴댕이회무침은 밴댕이와 채소를 갖은 양념에 벌겋게 무쳐내, 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절로 침이 고일 정도이다. 채소의 아삭한 식감이 연한 살의 밴댕이회를 보완하면서, 야채의 싱그러운 풍미 또한 풍성하게 느끼게 한다. 얇게 채를 썬 양배추와 깻잎, 미나리의 상큼한 향이 회무침을 더욱 맛깔스럽게 하기도 한다.

소주 한 잔에 밴댕이구이 한 점 맛본다. 밴댕이를 통째로 자글자글 구웠는데, 그 고소함을 어디 비할 데가 없다. 제철 조기구이와 전어구이에 비견되는 맛이다. 약간의 비린내와 기분 좋은 콤콤함 또한 흔쾌하기만 하다.

조림 또한 근사하다. 파, 무, 양파, 청양고추 등을 깔고 그 위에 밴댕이를 얹어 바글바글 조렸다. 국물은 들큰하면서도 짭조름하다. 밴댕이 살 또한 국물이 잘 배여 첫맛은 담백한데 씹을수록 구수해진다. 부드럽게 간이 잘 밴 무도 그저 그만이다. 국물에 밥 몇 술 비벼 밴댕이 젓갈과 함께 먹으니 이 또한 근사하다. 밴댕이젓갈 또한 밥도둑. 밥 한 숟갈 크게 떠 젓갈 한 토막 올려 먹으니, 잘 삭은 젓갈 냄새가 입안에서 구수하게 등천한다. 임금에게 진상하고도 남음이 있겠다.

■밴댕이, 그 매력에 흠뻑 빠지다

   
후포항을 떠나 김포시의 밴댕이 산지, 대명항을 찾았다. 봄철 서해안에서 어획되는 모든 해산물이 한 자리에 모여 파시를 이룬다. 밴댕이를 비롯해, 병어, 숭어, 광어, 농어, 삼치, 양태, 조기, 삼식이(삼세기), 서대, 꽃게, 낙지, 갯가재… 과연 서해의 봄은 모든 어족을 불러 모으고, 서해 사람들을 풍족하게 거둬 먹이고 있었다. 그 윗자리에 소갈머리 없어 보이는 ‘밴댕이’ 또한 한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건 물론이고.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국가전산망 먹통' 국정자원 화재로 소실된 데이터 완전복구 안돼"
  7. 7부산 영도 출신 이언주 의원, 부산·울산서 '공짜 질서는 끝났다' 북콘서트 개최
  8. 8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9. 9靑 “조국, ‘보완수사 인정’ 입장 밝혀”…조국혁신당 “발언 맥락 외면”
  10. 10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3. 3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8. 8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