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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21> 인도양 ‘해상제국’의 출현을 가능케 한 알부케르케

후발주자 약점 딛고 인도양을 ‘포르투갈의 바다’로 만들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05 18:45:19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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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4세기 중반까지 인도양은
- 유럽·아시아 잇는 세계경제 중심
- 아랍·페르시아·중국·인도 등
- 세력 간 우위 확보 경쟁 치열

- 16세기 초 진출한 알부케르케
- 인도양 서쪽 호르무즈를 시작
- 인도 고아·말레이반도 말라카 등
- 동서해역 주요 거점 항구 정복
- 중개무역 독점·통행세 징수 등
- 해상제국 포르투갈 기초 닦아

1926년까지 통용되다가 사라진 포르투갈의 옛 지폐 10 이수쿠두스에는 포르투갈의 대양 진출의 역사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인물이 등장한다. 그가 바로 아폰수 드 알부케르케라는 인물인데 포르투갈 국민이 빈번하게 찾는 리스본 중심부 광장의 이름을 그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을 보더라도 포르투갈인들의 그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알부케르케는 16세기 초부터 인도양에 진출한 후발주자 포르투갈이 해상제국의 기초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포르투갈은 알부케르케 덕분에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로 만든 로마인들을 본받아 인도양을 ‘포르투갈의 바다’로 부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냈다.
   
아폰수 드 알부케르케의 초상화.
■ ‘인도양 장악’의 난관 제거하다

포르투갈이 인도양에 세력을 확대하는 데는 사실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다. 인도양은 1250년부터 1350년까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양한 해상 세력과 육상 세력이 만나는 ‘세계경제’의 중심이었다. 몽골제국에 의해 통합된 중앙아시아의 육로 통상로가 아라비아반도를 넘어 유럽까지 연결됐고 연근해 무역에 만족하지 않는 중국의 해상세력과 무슬림 상인들이 인도양 내의 다양한 해상권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인도양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해상세력, 즉 아랍 인, 페르시아 인, 중국 상인, 인도인 간의 경쟁은 치열했지만 그렇다고 그들 누구도 인도양 전체에 대한 패권 확보를 기도하지는 않았다. 14세기 중반까지 ‘세계체제’의 참여자들은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 모두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동시에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배타적 지배와 정복에 나서지는 않았다.

포르투갈이 인도양에 진출한 이후 기존의 인도양 ‘세계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발 주자인 포르투갈은 인도양의 다양한 해상 권역, 즉 아라비아반도, 인도 아대륙, 남중국해 각각 해상권역의 거점 항구도시를 점령함으로써 이러한 해상권역이 포르투갈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체제로 변화시키려고 했다. 각 해상권역의 거점 항구를 선으로 연결하여 이 선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해상무역을 포르투갈이 전적으로 통제한다면 포르투갈은 그야말로 인도양을 ‘포르투갈의 바다’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었다. 알부케르케는 포르투갈의 인도양 정복사업 대부분을 완성하여 포르투갈이 해상제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호르무즈에 눈길을 꽂다

   
1926년까지 통용된 포르투갈의 10 이수쿠두스 지폐. 아폰수 드 알부케르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박원용 교수 제공
알부케르케가 인도양에서 포르투갈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우선 주목한 대상은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호르무즈였다. 호르무즈는 페르시아 만의 끝자락에 있어 인도양과 동부 아프리카로 나갈 수 있는 통로와도 같았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가진 호르무즈는 중국과 아라비아 반도의 상인뿐 아니라 인도 상인의 왕래도 끊이지 않아 부와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도시였다. 호르무즈의 장악은 포르투갈에 이러한 경제적 부를 활용할 기회와 아라비아 반도와 홍해를 포괄하는 인도양 서쪽 해상권역에 교두보 확보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알부케르케는 1507년, 당시까지 이란의 사파비 왕조 이스마일 1세의 조공국가였던 호르무즈에 대한 1차 정복에 나섰다. 약간의 저항은 있었지만, 호르무즈 정복은 알부케르케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알부케르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파비 왕조에게 조공을 바치라고 요구하는 이스마일 1세의 사절단에게 포탄과 활 등이 담겨 있는 포대를 선사하며 호르무즈가 앞으로 사파비 왕조에게 조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지만 호르무즈의 1차 정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알부케르케가 호르무즈 방어를 위한 요새 건설에 병사들을 지나치게 동원하여 반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인도로 잠시 물러나 있던 알부케르케는 호르무즈를 1515년 다시 장악했다. 호르무즈는 이때부터 1622년까지 포르투갈 수중에 남아 인도양에서 포르투갈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장소로 기능했다.

■ 요새와 상관이 중요하다!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는 알부케르케 동상. 박원용 교수 제공
인도양 서쪽 해역은 홍해와 페르시아만에 면한 해역으로서 이 지역을 장악하면 유럽으로 들어가는 후추 거래를 독점할 수 있었기 때문에 포르투갈은 인도양에 처음 진출할 때 이 지역에서의 활동에 집중했다. 그렇지만 인도양 전체를 포괄하는 중간지점인 인도 아대륙에 포르투갈의 거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인도양에서의 포르투갈의 우위는 지속될 수 없었다. 즉 인도양을 동서로 나누는 기준이 되는 인도 아대륙에 포르투갈 상관을 설치하여 인도양에서 무역행위를 하는 상선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포르투갈의 인도 1대 부왕이었던 알메이다에 이어 1509년 2대 부왕으로 즉위한 알부케르케는 이러한 상관의 필요성을 확신했다. 즉 알메이다가 대포로 무장한 배가 인도양에서 포르투갈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한 데 비해 알부케르케는 ‘강력한 함대’ 만으로는 인도양에서 포르투갈의 우위를 지속시킬 수 없고 요새와 상관 설치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1차 고아 공략에 실패했던 알부케르케는 1510년 10월 2차 공략에 나서 무슬림 지배자와 오토만의 원군을 물리치고 인도 서해안에 위치한 고아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고아는 이후 인도 부왕령의 핵심 도시로 기능하면서 인도양의 포르투갈 관리 해역, 즉 ‘포르투갈의 고리’ 내부에서 무역을 하는 배에 대한 통행증인 카르타스를 발행하는 권리를 보유했다. 카르타스를 소지하지 않는 배가 나포되었을 경우 모든 화물은 몰수되고 승무원의 생명도 보장받지 못했다. 인도양을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카르타스를 발행함으로써 포르투갈은 인도양을 왕래하는 무역선으로부터 세금을 징수할 수 있었다.

■ 말라카마저 그의 손에 떨어 지다

고아 점령은 알부케르케의 이전 정복사업인 호르무즈 정복과 이후 정복사업인 말라카 점령의 징검다리였다. 말레이반도의 말라카는 유럽인이 탐내는 고급 향신료나 중국산 견직물, 도자기 등과 같은 매력적 상품이 집결하는 동아시아 국제 상거래의 중심지였다. 알부케르케는 경제 이익과 더불어 말라카의 점령을 종교적 사명과도 연결시키려 했다. 즉 말라카해협을 통한 무슬림의 향료 운송을 종식시킬 수 있다면 카이로와 메카마저도 이슬람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알부케르케는 수적으로는 말라카 수비군을 압도할 수 없었지만 무슬림 상인들에게 지나치게 호의적이었던 말라카 술탄에게 반감을 가졌던 지역 상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중국 상인들이 제공한 정크선은 알부케르케의 병력과 무기 수송에 큰 역할을 했다. 1511년 말라카는 알부케르케의 수중에 떨어졌다. 말라카마저 장악함으로써 이제 포르투갈은 더욱 동쪽에 위치한 고급 향신료 산지로 알려진 순다해협과 말루쿠 제도까지 진출할 여건을 확보한 셈이었다. 이는 또한 포르투갈에게 다른 유럽국가보다 먼저 당시 가장 부유했던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대면할 기회를 제공했다.

   
알부케르케는 인도양 동서해역에 포르투갈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인도양 세계체제’에 변화를 가져왔다. 1513년 유럽인 최초로 중국 땅을 밟은 조르쥬 알바레즈나 마카오의 포르투갈 상업 교역지는 알부케르케의 정복사업이 없었더라면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네덜란드와 영국이 인도양에 진출하기 이전 알부케르케는 인도양에서 포르투갈 ‘해상제국’ 성립을 가능케 한 ‘위대한 정복자’였다.

박원용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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