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한 ‘법 기술자’ 삶 연구
- 이 시대 반면교사 예시로 비판

‘김기춘’이라는 인물을 아주 세심하게 들여다본 책이다. 김기춘의 삶 전반을 관찰과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그와 관련이 깊은 신문과 잡지 등 언론 보도, 김기춘이 활동한 시대에 김기춘과 직·간접 연관 속에서 일어난 사건, 김기춘이 직접 쓴 글 등을 폭넓게 자료로 활용했다. 일종의 ‘김기춘 연구’이자 ‘김기춘 비평’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해 4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제신문 DB

그렇다면 다음 물음은 당연히 이것이다. 왜 김기춘인가? 저자 김덕련은 책에서 말한다. “…김기춘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입니다. 김기춘이 한국 현대사에 새겨놓은 것이 생각보다 훨씬 많고 그 후과가 만만찮기 때문입니다.…김기춘이 한국현대사에 새겨놓은 것이 무엇인가를 하나하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머리말 중) 이 책은 김기춘에 관해 매우 비판적이다. 심지어 책의 부제를 이렇게 달았다. ‘위험한 법 기술자의 반면교사 현대사’.

김기춘은 대한민국에서 ‘검찰 출신의 권력자’로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1939년 경남 거제도 장목에서 태어나 마산중·경남고를 나왔고,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 때인 1961년(5·16 쿠데타가 난 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서 ‘소년등과’했다.

신직수는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대 출신도, 고등고시 합격자도 아닌 군법무관으로 출발해 독재정권에서 검찰총장·법무부장관·중앙정보부장이라는 권력 정점에 오르는데, 그가 일찌감치 김기춘을 신임하고 중용했다. 김기춘을 발탁하고 널리 활용한 이가 더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이다. 김기춘은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독재정권의 ‘핵심 근육’인 중앙정보부의 요직 대공수사국장으로 임명된다. 그 뒤로는 권력과 출세라는 기준에서 볼 때, 탄탄대로 위의 초고속 주행 머신이었다.

더 높은 권력을 향한 김기춘의 욱일승천과 승승장구가 이어지는 동안 독재는 강해졌고 민주주의는 상처 입었다고 책은 꼼꼼히 논거를 제시한다. 숱한 청춘의 삶과 미래를 짓밟은 사건으로 뒷날 밝혀진 ‘학원 침투 북괴 간첩단 사건’ 등이 그런 논거이다. 유신 헌법 제정 과정의 구실, 지역감정을 볼모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크게 훼손한 1992년 부산 초원복국집사건, 공안정국 주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주도 등 저자가 내놓는 논거는 많다.

그리고 74세 때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 되어 다시 한번 권력 정점으로 치달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그 또한 2017년 박영수 특검에 구속됐다.

다양한 자료를 촘촘하게 배치하면서 책을 써내려간 저자의 주제의식과 문제의식은 이것이다. 역사의식·성찰·반성이 없다는 것. 저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탄압한 이종형 등을 책에 등장시키며 “과연 다른가?” “무엇이 다른가?”하고 따져 물으면서 비판한다.

저자의 비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민주주의 파괴와 국정 농단의 주역들임에도 죄의식, 부끄러움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기춘은 좋은 반면교사의 사례가 될 것이다.” 역사의 대답은 무엇일까.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