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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8> 여수의 서대

집집마다 막걸리식초를 담근다…요놈 누웠던 뻘도 맛있기 때문이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17 18:50:4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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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미처럼 몸집 납작
- 눈도 한쪽으로 몰려
- 동물 혀·신발 밑창 닮은 꼴
- 홍어보다 선호하는 국민생선

- 초장으로 무친 새콤한 서대회
- 일년내내 꾸덕꾸덕 잘 말려서
- 찜 구이 조림으로 다양 즐겨

지역마다 그 지역 사람이 유독 좋아하는 음식이나 식재료가 있기 마련이다. 사철 내내 먹어 버릇하거나, 제철 음식이면 그 계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애써 즐기기도 한다. 이즈음 서·남해에서 잡히기 시작하는 ‘서대’라는 어족도 그렇다. 가자미처럼 몸집이 납작하게 생긴 서대는, 몇몇 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랑받는 식재료다.
   
전남 여수에 가면 교동시장을 비롯해 많은 음식점에서 내놓는 서대회.여수에서 서대회는 곧 서대회무침을 뜻한다.
여수는 서대를 향한 애정이 남다른 지역이다. 한려수도 청정 해역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한 여수는 ‘해산물 소울푸드’가 많기로 유명하다. 남편도 주기 아까워 샛서방(애인)에게만 먹인다는 ‘금풍쉥이(군평선이), 여름철 팔뚝 만한 붕장어로 끓여내는 보양식 ‘장어탕’, 회무침으로 즐겨 먹는 돔바리(상어)도 있지만, 일편단심 서대 사랑에는 미치지 못한다.

오죽하면 ‘서대가 누워 있던 자리는 그 뻘도 맛있다’는 말이 있을까? 전라도 지역임에도 여수 사람에게는 홍어보다 더 선호하는 식재료가 서대이다. 잔칫상에 홍어는 안 올려도 ‘서대’는 꼭 올려야 하는 곳이 여수다. 제사상에 조기는 없어도 서대찜은 꼭 진설해야만 하는 고을이 여수다. 광주전남연구원 김준 박사는 “통영에 볼락이 있다면, 여수에는 서대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서대는 여수를 대표하는 어종이면서 여수 사람에게는 구전되는 지역 속담처럼 귀하고도 즐겨 찾는 식재료이죠”라 설명한다.

■서대 누웠던 자리는 그 뻘도 맛있다

   
수족관의 서대
서대는 가자미목 서대아목 바닷물고기다.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참서대, 용서대, 각시서대, 개서대, 납서대, 박대 등 2과 15종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미처럼 몸집이 납작하고 눈이 한쪽으로 몰린 비대칭 몸을 가졌다. 체장은 20~40㎝. 동물 혀를 닮았다고 설어(舌魚) 또는 우설어(牛舌어)로도 불리며, 신발 밑창처럼 생겼다고 혜저어(鞋底魚)라고도 한다. 설대어, 셔대, 서대기라고도 한다.

여수에서 서대는 쓰임새가 각별하고 많다. 맛이 부드럽고 담백해 사시사철 ‘상식’해도 질리지 않을 뿐더러, 지방이 적어 탈이 적은 식재료이기도 하다. 여수 사람들은 이 서대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어 왔다.

   
서대찜
살아있는 놈으로는 야채와 함께 새콤달콤하게 무친 서대회로 먹고, 꾸덕꾸덕 말린 놈으로는 찌거나 조려서 먹는다. 굽거나 찌개, 탕으로도 먹고, 계란을 입혀 노릇노릇 전으로 부쳐 먹는다. 그 활용도가 가히 ‘국민 생선’급이라 할 수가 있다. 특히 ‘서대회’는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데다 식감이 부드러워 입안의 기꺼움이 남다르다. 이 서대회를 제철 채소와 막걸리식초로 만든 ‘회초장’에 살살 무쳐서 먹는다. 부산으로 치자면 ‘회무침’ 격이다. 그래서 여수의 서대회는 ‘서대회무침’을 지칭하는 말이다.

“여수 사람들은 여름철 뱃일을 하거나 힘든 노동을 하고 난 뒤, 새콤달콤한 서대회 한 점에 시원한 막걸리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히는 것을 낙으로 여깁니다. 그러면 깔깔한 입맛이 다시 살아나고 쌓인 피로도 어느덧 가셔지지요.” 여수 두레TV 정태균 PD의 말이다.
■막걸리식초의 비밀

   
용서대탕(서대매운탕) 여수 두레TV 제공
여수만큼 생선회무침을 좋아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모든 생선회는 아삭아삭한 채소와 함께 새콤달콤 무쳐 먹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서대회와 돔바리(상어)회 등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여수 사람 입맛을 돋워주는 음식이다. 기실, 생선회무침은 생선회를 ‘제대로’ 먹는 방법은 아니다. 여러 재료가 한데 섞여 생선회 자체의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없는 데다, 자극적인 회초장을 양념베이스로 하기에 생선 자체의 내밀한 맛을 즐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수 사람들은 무침회를 고수한다. 부산에서 시작된 활전어회도 요 몇 년 새 즐기게 됐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어는 전어회무침’이라 고집하는 지역이다. 이는 회초장에 들어가는 식초 맛에서 기인한다고들 얘기한다.

   
여수시내 한 횟집의 막걸리식초.
다른 지역 회초장은 대부분 맛이 강한 빙초산이나 판매용 식초를 쓴다. 여수에서는 직접 담근 막걸리에서 추출한 식초를 활용해 회초장을 만든다. 그러하기에 음식이 전체적으로 감칠맛이 좋은 데다 깊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예부터 여수로 시집온 며느리들은 집집마다 전승해 오는 막걸리식초 제조법부터 배웠다고 한다. 이는 생선회를 대부분 회초장에 무쳐서 먹는 여수 지역 음식문화에 기인한다. 어떤 이는 서대회를 무치기 위해 막걸리식초를 담근다고 단언하기조차 한다.

때문에 여수에서는 서대회를 파는 식당마다 서대회 맛이 조금씩 다르다. 서대회 맛을 좌우하는 막걸리식초 맛이 제각각이고 그 독특함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식당에 가도 그 식당만의 방식으로 서대 음식이 상 위에 오르는 곳이 여수다. 서대회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족하다는 여수 사람들에게는 그 흔쾌함이 남다른 것이다.

■비벼도, 말려도, 탕도, 찌개도 좋다

서대회를 먹을 만큼 먹고 난 뒤에는 고슬고슬한 밥과 함께 비벼서 먹는다. 입맛 없을 때 막걸리식초로 무친 서대회에 밥 한 술 뚝딱 비벼 먹으면 그저 그만이라고들 한다. ‘서대회 비빔밥’은 갓 지은 따뜻한 밥에 참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서대회와 함께 쓱쓱 비벼 먹는다. 제철 야채가 아삭아삭 씹히는 데다 밥알마다 양념이 배여 촉촉하고, 서대회는 살강살강 식감이 오를 대로 올라 더없는 조합의 일미이다.

말린 서대도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여수 교동시장에 가면 시장 근처에 일 년 내내 서대를 말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여수 사람들은 꾸덕꾸덕 잘 말린 서대로 사철 두고두고 조리해 먹기에 그렇다. 말린 서대는 찜을 해 먹거나 구이, 조림으로 해 먹는데 그 맛이 쫀득하고 집약된 감칠맛이 중독성을 띤다. 특히, 조림은 짭조름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제대로다. 비린내가 없어 식어도 맛있다.

찌개나 탕으로 끓이면 그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가히 일품이다. 찌개나 탕은 참서대와 비슷하면서도 큰 용서대를 쓰는데, 토박이 여수 사람들은 용서대를 최고 식재료로 꼽기도 한다. 잘 장만한 용서대와 무, 감자 등을 냄비에 썰어 넣고 양념을 얹어 팔팔 끓인 뒤 약한 불에 국물이 잘박잘박해질 때까지 졸여서 먹는다.

   
서해에는 서대와 비슷하게 생긴 ‘박대’라는 어족이 있는데, 금강 하구 유역인 서천, 군산 등지에서 주로 어획된다. 이 박대로 지역 사람들은 ‘박대묵’을 만들어 먹는다. 박대를 벗겨낸 껍질을 푹 고아 묵을 만드는데, 탄성 있는 박대묵 흔들리는 모양이 ‘벌벌 떠는 것 같다’ 하여 ‘벌벌이묵’이라고도 한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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