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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29> 부산이 준비하는 남북 문화예술교류

남북 평화의 봄, 부산이 먼저 문화교류 물꼬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08 18:50:01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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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환대·존중 담았던
- 한국·몽골 문학의 밤 같이
- 서로 더 친해지고 알게되는
- 문화예술교류라는 지름길
- 서울-평양 중심의 교류 앞서
- 지역과 지역의 연결 어떨까
- 부산항서 고향 北 청진항까지
- 시를 타고 떠난 김성식 처럼…

몽골로 문학기행을 다녀온 건 2010년 8월이었다. 그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가 엄청난 기세로 ‘9경기 연속 홈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때라 차마 출국하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울란바토르에 도착해 문학기행이 시작되자, 야구는 잊었다. 그렇게 알찬 문학·예술기행이 또 있을까 싶다.
   
진정한 환대와 존중을 담은, ‘도시와 도시·지역과 지역’의 남북문화교류를 꿈꿔본다. 사진은 지난달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합동공연에서 남북 가수들이 합창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무척 인상 깊었던 행사는 ‘한국·몽골 문학의 밤’이었다. 당시의 몽골 문학기행을 기획·진행한 부산문화연구회 김성배 대표(시인)가 동분서주하며 준비했던 그날 ‘문학의 밤’은 울란바토르 데코르 호텔에서 열렸다. 한국 쪽에서는 안도현 시인, 전성태 소설가와 부산의 정인 소설가, 강정이 시인 등이 나서면서 여러 지역 문인이 골고루 참여한 ‘대표성’을 갖췄고, 몽골 쪽에서는 몽골작가동맹위원장 칠라자브 씨와 몽골에서 유명한 을지터그스 시인·아유르잔 시인이 나오면서 환대와 예우를 다했다.

여성 시인 을지터그스의 시 낭송에 ‘전율’의 느낌을 받은 그날 기억이 생생하다. 단 한 번 문학의 밤으로 내게 울란바토르와 몽골은 푸근하고, 친절하며, 문화예술을 살리려는 도시와 나라로 남았다. 이때 기억 덕분에 지금도 ‘진정한 환대와 존중을 담은’ 문화예술교류는 서로 친해지고 더 잘 알게 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이를 계기로 지금부터 남북교류 행사와 프로그램이 필연처럼 더 많이 찾아올 것이란 예감이 들면서 부산의 시인 김성식(1942~2002·사진)을 떠올렸다. ‘선장 시인’ ‘마도로스 시인’ ‘해양문학의 개척자’로 높이 평가받는 그의 고향은 함경남도이며 그는 생애 대부분을 선장·해양인·시인으로 바다에서 보냈다. 197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그의 시는 ‘청진항’이다. 첫 대목부터 독자를 훅 끌어당기는 힘이 세다.

“배를 타다 싫증 나면 / 까짓것 /청진항 도선사(導船士)가 되는 거야 // 오호츠크해에서 밀려나온 / 아침 해류(海流)와 / 동지나(東支那)해에서 기어나온 / 저녁 해류를 / 손끝으로 만져가며 // 회색의 새벽이 / 밀물에 씻겨 가기 전 / 큰 배를 / 몰고 들어갈 때 / (중략)/ 주모가 따라주는 텁텁한 막걸리 / 한 사발 건네면서 / 여기 청진항이 어떠냐고 / 은근히 묻노라면 / 내 지나온 뱃길을 더듬는 맛 / 또한 / 희한하겠지 / 까짓것 / 배를 타다 싫증 나면 / 청진항 파이롯이 되는 거야”(시 ‘청진항’ 일부)

김성식 시인은 상상력과 추억, 언어와 체험을 버무리고 다듬어 시를 썼고, 그 시를 타고 삶터였던 부산항에서 고향 청진항으로 곧장 항해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교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벌써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제안과 계획이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남북 간 교류 물꼬는 농업교류로 터야 한다, 경평축구 부활보다 남북 농구경기는 어떤가, 보건의료 부문이 앞장선다, 아니다 미술계가 먼저 남북비엔날레를 평양에서 열겠다, 무슨 소리? 북한에 나무 심는 사업이야말로 가장 빨리 시작할 사업이다…. 백가쟁명 시대가 오려나.

‘부산’이 ‘문화예술교류’에 나서자.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남북 평화 분위기가 더 무르익으면 교류는 필연적으로 ‘서울-평양 중심’이 될 것이다. 남과 북에서 서울·평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다는 점이 그 첫째 이유다. 그렇다면 부산은 ‘부산답게’ 예술문화를 중심으로 도시와 도시 사이, 지역과 지역끼리 교류를 추진해보자. 부산 시인 김성식의 청진항이 어디인지, 6·25 때 수많은 이북 피란민이 흥남에서 철수해 부산으로 피란 와 국제시장에서 살아갔다는데 그 흥남이 어디인지, ‘원산면옥’이라는 이름에 있는 원산은 어디인지 우리는 이제 잘 모른다. 도시와 도시, 지역과 지역간 문화교류로 우리는 이런 마음 장벽을 조금씩 낮출 수 있다.

   
부산 문화예술계는 사회 흐름을 반 발짝 앞서 내다보고 이슈를 선점해 해당 분야를 활성화한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런 자기주도적인 경험이 쌓이면 지역의 문화적 자신감과 자긍심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타깝다. 부산문화재단, 부산시, 부산예총, 부산민예총 등 규모와 체계를 갖춘 문화적 주체들의 관심과 시도를 촉구한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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