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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7> 후쿠오카 ‘멘타이코’ 탐방기

세계시장 주름잡는 日 멘타이코…‘원조’ 부산 명란, 지켜만 볼텐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03 19:02:1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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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타·라멘·마요네즈·된장…
- 다양한 명란레시피 활용하는 日
- 전 세계 생산량 90% 이상 차지

- 명란대국 유래 거슬러 올라가면
- 아이러니하게도 등장하는 부산
- 조선서 명란 맛봤던 일본인이
- 패망후 건너가 입맛에 맞게 바꿔

- 후쿠오카 명란 전성시대 보면서
- 입안에 도는 짭쪼름한 감칠맛에
- 왜인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네

우리 민족만큼 명태를 좋아하고 즐겨 먹었던 민족이 또 있을까? 끓여 먹고, 구워 먹고, 젓갈로 담아 먹고, 무쳐 먹고, 조려 먹고, 전 부쳐 먹고, 식해로 담가 먹고, 속을 채워 순대로 만들어 먹고, 말려서 두고두고 먹고. 두드려서 먹고, 찢어서 먹고, 얼려서 먹고, 토막 내 먹고. 알은 명란젓으로, 내장은 창난젓으로, 껍질은 무침으로, 간은 간유구로, 심지어 눈알은 잘 구워 술안주로도 즐겨 먹었다.
‘후쿠야’서 판매하는 멘타이코
명태의 상태에 따라 생태, 동태, 코다리, 건태, 북어, 말린 상태에 따라 황태, 먹태, 백태, 깡태, 잡는 방법에 따라 망태, 조태, 낚시태, 잡는 지역에 따라 강태, 간태, 왜태, 잡히는 시기에 따라 일태, 이태, 삼태, 동지받이, 명태 새끼는 노가리, 애태… 등등으로 불리며, 우리 서민 밥상머리에서 희로애락을 같이했던 국민 생선. 국민 생선이니만큼 이름에 얽힌 스토리텔링도 많다. ‘명태(明太)’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서 시작된다. 함경도 관찰사가 관내 명천(明川) 마을에서 맛있는 생선을 선물 받고 이름을 물었으나 이름이 없단다. 하여 이를 잡은 어부 태(太)씨의 성을 붙여 명태(明太)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어원으로 함경도 오지 산골에 영양실조로 눈이 어두워진 사람이 있었는데, 명태 간을 먹고 ‘눈이 크게(太) 밝아졌다(明)’는 이야기가 있고 오래전 명태 간으로 기름을 짜 등불을 밝혔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둠을 밤새 밝힌다’고 명태라 했다고도 한다.

한때 동해 연안에서 발로 차고 다닐 정도로 지천이었던 명태. 명태철이면 동해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굶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고 고마운 생선이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전량 원양어업이나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수입 명태로 음식을 만들어 먹다 보니 맛도 떨어지고, 음식 종류도 현격히 줄었다. 고기는 주로 탕이나 국으로 만들어 먹고, 젓갈은 알로 만든 명란젓이 대부분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명란 활용 음식

일본 최대 명란생산회사인 ‘후쿠야’는 명란젓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동해가 명태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던 지역이라면, 부산은 단연코 명란젓의 고향이다. 감천항에서 위판되는 러시아산 명란으로 한해 2000여 t 이상을 부산에서 생산, 수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부산만큼 명란을 다양하게 소비하고 즐겨 먹는 지역도 없다. 대부분 명란이 젓갈 형태의 밥반찬으로 소비되고 있는데 반해, 부산은 이 명란을 구워 술안주로 하거나 명란을 활용한 비빔밥, 스파게티를 먹고 빵의 원료로도 활용한다.

이렇게 명란을 이용한 음식의 개발은 명란의 종주국이라 자처하는 우리들에겐 조금 민망하게도, 일본에서 수입된 레시피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일본은 세계 명란생산량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명란 생산회사만도 200여 개나 되는 명란 생산 대국이다. 일본은 이 명란으로 다양한 음식을 개발·판매하는데, 그 종류가 셀 수 없이 많고 기발한 발상 또한 남다르다. 명란을 이용한 레시피만 모은 요리책이 나올 정도로 국민 음식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규슈 지역의 후쿠오카는 일본 명란 ‘멘타이코(明太子)’의 발상지로 일본의 주력 명란회사들이 있는 곳이다. 각양각색 명란 음식이 보급돼 있고, 이를 후쿠오카 사람들은 지역의 소울푸드로 즐겨 먹는다.

여러 종류 명란젓을 비롯해 명란을 첨가하거나 응용한 제품으로 명란생선, 명란된장, 명란김, 명란김치, 명란후리카케 등 반찬 종류와 명란크로켓, 명란센베, 명란바게트, 명란소시지 등 간식류, 명란마요네즈, 명란드레싱 등 소스류 등등이 생산된다. 음식점에서 요리로 접할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다. 그중 명란우동, 명란라멘, 명란오니기리. 명란비빔밥. 명란샌드위치, 명란계란말이, 명란교자, 명란스파게티. 명란샐러드 등은 이미 일상화된 지 오래다. 밥과 함께, 또는 면이나 빵, 채소 등속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후쿠오카에는 차고 넘친다.
■멘타이코 유래 거슬러 가 보면

'후쿠야'의 히트상품인 명란튜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후쿠오카 지역의 소울푸드, ‘멘타이코(明太子)’는 우리 부산에서 전래된 식재료이다. 일본 최대 명란 생산회사인 ‘후쿠야(ふくや)’의 창업자 가와하라 토시오(川原 後夫) 씨가 부산의 명란을 일본으로 가져가 개발한 것이 멘타이코이다. 가와하라 토시오 씨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생활했다. 제국주의 일본의 패망 이듬해인 1946년 후쿠오카로 건너간 그는 후쿠오카 나카스(中洲) 근처에서 식료품 가게를 차리는데, 이때 부산에서 먹던 명란을 일본 사람들 입맛에 맞게 만들어 팔게 된 것이 그 시초다.

‘멘타이코(明太子)’라는 이름도 우리식 말인 명태(明太)에, 알이라는 뜻의 자(子) 자를 붙여 만들었다. 한국의 명태알, ‘명란’이 일본으로 건너가 ‘멘타이코’가 된 것이다. 참고로 원래 명란의 일본식 이름은 ‘타라코(たらこ)’이다.

현재 후쿠오카에서는 멘타이코 원조인 ‘후쿠야’를 비롯해 야마야(やまや), ‘치카에(稚加榮)’, 후쿠타로(ふく太郞) 등 명란 전문회사가 있다. ‘후쿠야’는 기존 명란젓갈 이외에 히트상품인 명란과 치즈·와사비·마요네즈 등을 각각 섞어 만든 명란튜브 제품, 참치와 명란을 혼합해 통조림으로 제품화한 멘츠나캔, 명란을 과립화하여 밥에 뿌려먹게 만든 명란 후리카케(ふりかけ), 명란센베나 명란어포 등도 판매한다.

‘치카에’에서 직영하는 요정(음식점)에는 모든 점심 특선 메뉴에 밥에 비벼 먹는 명란튜브를 제공한다. 짜지 않고 감칠맛이 깊어 밥 한 그릇에 튜브 하나를 다 먹는 이들도 있다. 요정 옆 점포에는 정통 고급 명란젓과 더불어 큐슈 소울푸드인 정어리와 명란을 섞어 만든 ‘이와시 멘타이코(いわし 明太子)’ 등을 판다. 명란크림을 넣은 명란샌드도 인기 상품이다.

■고급 음식점부터 포장마차까지

나카스 강변 명란음식점 ‘멘타이쥬’에서 판매중인 명란덮밥.
명란 전문 음식점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나카스 강변에 있는 멘타이쥬(めんたい重). 사각 도시락 위에 큰 명란을 올린 명란덮밥, ‘멘타이쥬’와 명란을 비롯해 10여 가지 채소로 만든 자작한 국물에 쫄깃한 츠케멘을 찍어 먹는 ‘멘타이코 니코미 츠케멘’ 등이 유명하다. 제법 비싼 가격에도 줄을 서는 맛집이다.

후쿠오카 번화가 덴진(天神)의 포장마차 거리. 이곳에는 술안주로 명란교자와 명란계란말이가 불티나게 팔린다. 맥주나 하이볼의 안주로 안성맞춤인 이들 메뉴는 포장마차의 스터디셀러인 야키도리나 오뎅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명란의 짭조름한 맛과 오래도록 입안에 도는 감칠맛이 교자와 계란말이의 풍미를 더욱 깊게 한다.

후쿠오카가 발상지인 돈코츠라멘에도 명란을 넣어 맛을 내는 라멘집, 명란을 넣은 바게트를 파는 빵집, 명란 파스타와 명란볶음밥집… . 바야흐로 후쿠오카는 명란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명란 종주국 부산에서 건너가, 후쿠오카 소울푸드가 된 ‘멘타이코(明太子). 그 성공 신화 앞에서, 부산이 명란으로 짚어내고 풀어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그냥 지켜보고 있을 일은 아니란 얘기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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