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 민낯 블랙유머로 표현
- 작품 이해력 높이고 집중하려
- 2개월간 촬영지서 묻혀 지내
- 무거운 작품 감정적으로 지쳐
- 차기작은 밝은 이야기 하고파

훤칠한 키와 귀공자풍의 외모를 지닌 지현우를 보면 지금도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가 떠오른다. 그는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냉정한 완벽주의자이지만 귀여움이 가득한 라디오 PD 역을 맡아 일약 ‘국민 연하남’에 등극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맹활약했지만 한동안 ‘귀여운 연하남’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살인소설’에서 거짓말만 일삼는 부패한 정치인을 함정에 빠뜨리는 소설가 순태를 연기한 지현우. 이용우 기자

하지만 2014년 군 제대 이후에는 ‘앵그리 맘’ ‘송곳’ ‘원티드’ ‘도둑놈, 도둑님’ 등 사회성 있는 드라마에 출연하며 이전과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며 이미지 변신을 위해 노력했다. 부패한 정치인들의 민낯을 블랙 유머와 스릴러로 그린 영화 ‘살인소설’(개봉 25일)은 그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현우는 “멜로나 로맨틱코미디를 계속 했는데, 그때는 그런 장르의 드라마가 많았다. 서른 이후에는 사회문제를 다룬 드라마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제는 사회성 있는 대본만 들어온다”며 웃었다.

‘살인소설’은 보궐선거 시장 후보로 지명된 보좌관 경석(오만석)이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애인과 함께 별장에 들렀다가 수상한 청년 순태(지현우)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24시간을 그린 영화다. 지현우는 거짓말만 일삼는 정치인을 함정에 빠뜨려 조롱하고 자신이 쓰던 소설을 완성시키는 순태 역을 맡았다.

지현우는 “‘살인소설’은 큰 액션이나 추격 신 없이 아기자기한 이야기만으로 끌어가는데, 앞뒤를 연결하면 다 맞아떨어지는 플롯이 재미가 있다”고 자랑했다. 또한 7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 해보지 않았던 연기를 하고 싶었고, 스태프들과 모여 내일은 무엇을 어떻게 찍을까 함께 고민하는 현장이 그리웠다”고 말해 영화작업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보궐선거 시장 후보로 지명된 경석이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별장에 들렀다가 수상한 청년 순태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영화 ‘살인소설’. 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그런 욕심 때문일까? 그는 ‘살인소설’을 촬영한 2016년 11월 중순부터 1월말까지 촬영지였던 대전 인근의 시골 별장에 묻혀 지냈다.

서울 나들이는 단 한번, 촬영 기간 동안 자란 머리를 다듬기 위해 상경했을 뿐이었다. 그는 “연기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척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인데 그냥 연기를 하면 진짜 관객을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론을 말할 땐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30대 중반인 지현우는 촬영장에서 어느덧 선배의 자리에 서 있다. “선배가 되는 것 또한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20대 때는 제 연기만 신경 쓰느라 상대방을 챙겨줄 여유가 없었는데, 이보영, 최강희, 예지원 선배님들이 절 잘 챙겨주셨다. 지금은 제가 후배들을 챙겨주고, 이해 못하는 부분은 설명해준다”며 듬직한 선배의 모습을 느끼게 했다.

지현우는 다시금 여심 사냥에 나서려 한다. 그는 “친구들의 와이프들이 예전처럼 멜로나 로코를 하라고 하더라. 제 자신도 무거운 내용의 작품을 계속 하다 보니까 지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다운되는 것 같다. 다음에는 밝은 내용의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장난기 있는 눈웃음이 은근히 매력적인 지현우의 새로운 연기가 기대된다.

이원 기자